"봉사는 나의 행복"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는 우리동네 큰언니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05.27. 13:55

수정일 2022.05.30. 10:43

조회 2,335

[우리동네 시민영웅] ⑨ 봉사하며 이웃에게 활력을 선사하는 권미경 씨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웅,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웅, 우리동네 화제의 영웅을 찾아 소개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봉사활동을 쉬지 않고 이어오고 있는 권미경 씨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지만, 힘든 이들을 지나치지 않고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는 특별한 이웃이기도 합니다. 
숲체험 활동을 마친 권미경 씨가 밝게 웃고 있다.
숲체험 활동을 마친 권미경 씨가 밝게 웃고 있다. ⓒ권미경

“사실 제가 거창하게 뭘 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제 나름 많은 걸 겪다 보니, 다른 사람의 힘든 마음이 느껴져 그냥 볼 수만은 없었거든요.” 권미경 씨가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봉사’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 보았다. 많은 이들이 권미경 씨를 떠올렸고, 지난 주말 그와 만날 수 있었다. 권미경 씨는 현재 숲해설가이자, 트리 클라이밍 지도사 및 방과 후 원예지도사 등을 하고 있다. 
숲해설가인 권미경 씨는 도심에서도 나무를 유심히 본다.
숲해설가인 권미경 씨는 도심에서도 나무를 유심히 본다. ⓒ김윤경

권미경 씨에게 ‘봉사’는 생활이다.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다. 하는 일도 많다.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숲해설을 하고, 개인사업체 ‘더숲으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협동조합 ‘숲과 함께’에서도 숲해설을 한다. 숲해설 강의와 수업만으로도 바쁠 텐데 틈나는 대로 복지관 등을 다니면서 봉사하며 장애인과 어르신,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권미경 씨는 캄보디아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다.
권미경 씨는 캄보디아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다. ⓒ권미경

코로나19  펜데믹 전에는 시간이 되면 남편과 자비를 털어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에 가서 아이들과 만났다. 처음 봉사를 갔을 때 초롱초롱 빛나던 아이들 눈망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베트남에 갈 때는 도매시장에 들러 머리끈을 많이 사서 가요. 아이들의 머리를 묶어주면서 금세 친해지거든요.” 
트리 클라이밍을 통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트리 클라이밍을 통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권미경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엄마가 돌아가신 가족과 만났을 때예요. 두 아들과 아빠가 많이 힘들어 하셨고, 엄마가 세상을 뜨고 3주 만에 연락이 왔어요.” 아는 사람 소개로 이들 가족에게 트리 클라이밍 체험을 진행해 줄 것을 부탁 받았다. 너무 힘들어한다고.  삼부자 가족을 만나려면 먼 지방까지 가야 했다. 처음엔 최소한 차비 정도 비용만 받고 진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했다. 

다시 거절할까도 생각했지만, 안 갈 수가 없었다. 지금 아이들이 어떤 것도 하려는 마음이 없는데, 트리 클라이밍에는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우리 봉사로 하면 안 될까?" 하고 말을 꺼냈다.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 자연물은  마음을 다독여줬다(좌). 나무를 타는 아이들(우)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 자연물은 마음을 다독여줬다(좌). 나무를 타는 아이들(우) ⓒ권미경

“그곳에서 만난 아이가 나무에 올라가더니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아빠,  하늘이 가까워졌어요. 엄마가 보이는 것 같아.' 엄마와 헤어져 무척 힘들어 하던 아이들이 모처럼 웃는데, 저도 같이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이후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 날 5시간 넘는 운전으로 몸은 지쳤지만, 뿌듯했던 감격은 잊지 못한다. 
봉사활동을 하면 몸은 지치는데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죠. 
도우려고 갔다가 내가 더 행복해져서 옵니다 

어릴 때 포천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상처 난 고구마를 캐는 작업을 도운 일이 그의 첫 봉사였다. 이어 은평 천사원에서 빨래를 도와주는 일을 하거나 마음 맞는 또래 친구와 봉사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합창단을 하며 요양시설이나 장애인복지재단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자연으로 가게 된 거죠. 십 몇 년 전 남편이 유튜브를 통해 해외에서 하는 트리 클라이밍을 보고 반한 거예요. 우여곡절도 많았죠. 당시는 우리나라에 트리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한 번은 나무에다 도구를 매달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다급히 오더니 '살다 보면 세상에 좋은 일도 많다'면서 말렸다. 트리 클라이밍을 몰라서 오해를 했던 거다.
시니어주야간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니어주야간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권미경

“저도 아픔을 느껴봤기에 누군가의 아픔에 제 감정을 안 실을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많이 힘들었는데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더라고요.” 

그가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건 직접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했고, 사업체를 운영해 크게 성장했다가 여러 일을 겪고 접어야 했다. 이후로는 안 해본 일이 없다. 식당에서도 일하고, 보험일도 했다. 정말 완벽하게 하고 싶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더니, 많은 곳에서 인정을 받았다. 

“알고 보면 주변에 참 선한 분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봉사하면서 점점 그런 분들을 더 많이 만나는 거 같아요.”

그는 사업이 잘 되어 남부럽지 않게 살았었지만,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망하기도 했었다. 아직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아이들이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었는데 아이들이 사용하던 악기까지 다 팔았다. 당시 살던 집을 팔면서 집주인에게 3년간만 집세를 가장 싸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사업이 망해도 아이들에게 환경까지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던 이유였다. 집을 산 주인은 기꺼이 허락해줬다. 참 고마웠다.
성악을 통해 환우들에게 봉사를 해왔다(좌). 에덴장애인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과 함께(우)
성악을 통해 환우들에게 봉사를 해왔다(좌). 에덴장애인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과 함께(우) ⓒ권미경

권미경 씨는 '장애인 대통령'이라 불리는 파주 에덴장애인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과의 인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정덕환 이사장은 국가대표였다가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고 지금은 168명의 장애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권미경 씨는 에덴장애인복지재단에서 성악을 하면서 봉사했다. “장덕환 이사장님은 우리나라가 장애인이 살기에 너무 힘들다고 하셨어요. 장애인도 세금을 내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그는 늘 주변에서 함께 하려는 사람이 많은 게, 큰 복이라고 말했다. 지인 단톡방에 “같이 봉사 갈 시간 되는 사람 있을까?”라고 물으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단다. 물론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는 전제는 깔고 있다. 그렇게 어르신 주‧야간보호센터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약밥이나 차를 대접하고 대화를 나누면 너무 좋아하신단다. 
지인들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약밥을 만들었다.
지인들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약밥을 만들었다. ⓒ권미경

그에게 봉사란 무엇일까? “제가 나서서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봉사자는 진심으로 대상자를 대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을 하고 오면 몸은 무척 지치는데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죠. 그들을 도우려고 갔는데 내가 더 행복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 이만큼 보람된 일도 없는 것 같아요.” 
희망꽃배를 띄우고 있다.
희망꽃배를 띄우고 있다. ⓒ권미경

“사실 꿈이 있어요. 수화로 청각장애인에게  숲을 소개해주고 싶어요. 정말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 참 많거든요.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꼭 이룰 거예요.” 무엇보다 그는 꿈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1년 후에 다시 청각장애인 앞에서 수화로 숲을 소개하는 그를 만나고 싶다. 
 
권미경 씨는 동네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를 만나면 아무에게 하지 않던 마음속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게 된단다. 마치 기대고 싶은 큰 언니처럼. 단지 그의 말솜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같이 울어주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가 힘들 때, 먼저 생각나는 우리 주위의 가까운 영웅이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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