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시민기자 이성국

발행일 2022.05.24. 14:58

수정일 2022.05.24. 14:58

조회 4,780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이성국

# 밤 11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상담사는 수화기 너머 흐느끼며 끊어지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20대 중반 남자는 코로나블루(우울증)와 취업문제, 부모와의 불화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10여 분의 통화로 상담사는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은 위기감을 직감했다. 상담사는 통화를 계속하며 112에 신고해 안전을 빨리 확보해야 했다. 경찰관이 청년을 구조해 지구대로 이송했다. 상담사 두 명은 지구대로 위기대응출동을 나갔다.

청년은 지쳐 있었다. 상담사는 청년의 현재 마음상태를 확인했다. 상담을 진행하며 안전계획 약속을 받고, 집으로 귀가하기로 했다. 상담사가 일어나며 “식사는 하셨어요?” 묻자 청년은 “배고파요”라며 머리를 긁었다. 경찰이 컵라면을 내왔다. 청년과 상담사는 친구처럼 둘러앉아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한 시간 후, 괜찮은지 모니터링 전화해도 되나요?” 상담사가 묻자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깊은 밤 청년은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상담사는 다시 밤샘근무를 하기 위해 서울시자살예방센터로 향했다. 지금 청년은 힘든 위기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잘 살고 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 자살위기 상담전화 1577-0199는 24시간(365일) 쉬지 않는다. 2021년에 3만 건이 넘는 상담을 했고, 200여 차례 위기대응출동을 했다. 20여 명의 상담사들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지만 ‘시민 모두가 서로의 생명을 돌보고 지킨다’라는 사명감으로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내고 있다.
24시간 자살위기 상담전화를 받는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담사
24시간 자살위기 상담전화를 받는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담사 ⓒ이성국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선 시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5월 23~27일 '마음치유 집중주간'을 운영하고, 마음치유 라이브 방송, 동네의원 심리상담,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등을 함께 운영한다. 이번 주간에는 10~12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슬기로운 롱코비드 후유증 극복으로 우울, 자살예방하기' 방송을 실시간으로 운영한다. 시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사랑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습니다" 이경영 상임팀장과 직원들
"사랑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습니다" 이경영 상임팀장과 직원들 ⓒ이성국

우울검사, 상담·검진을 받아보고 싶다면 서울시 정신건강의학과 225곳에서 '마음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고, 최대 8만원까지 상담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268개 내과·정형외과 등 '생명이음청진기' 참여 의원에서도 우울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거주하는 동네 병·의원에 방문해 우울검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보건소 등 마음건강상담을 연계해 준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서울시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심리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마음안심버스는 26일 서울성심병원(동대문구 왕산로 259) 앞으로 찾아가 낮 12시~오후 4시 운영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버스에 탑승해 편안하게 스트레스 측정기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힐링기기를 활용한 멘탈케어도 받아볼 수 있고, 필요시 심리검사와 1:1 정신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다.
 동네 병·의원에서 우울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생명이음청진기' 서비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동네 병·의원에서 우울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생명이음청진기' 서비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는 이밖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2008년 우리나라 최초로 시작된 ‘자작나무’라는 자살유족 자조모임이 있다. ‘자작나무’는 ‘자살유족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의 준말로 소통을 통해 상처를 보듬고 희망을 나눈다. 

‘세계 자살유족의 날’은 199년 미국의 해리 리드(Harry Reid)라는 상원의원이 아버지를 자살로 잃고 나서 추수감사절 전주 토요일을 ‘세계 자살유족의 날’로 발의하여 지정되었다. 이날은 유족이 주변 사람들과 위로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애도를 하는 날이다.  
자살유족자조모임 ‘자작나무’ 모임 후, 시민들이 마음을 글로 남겼다. ⓒ이성국
자살유족자조모임 ‘자작나무’ 모임 후, 시민들이 마음을 글로 남겼다. ⓒ이성국

오늘도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누군가의 생명을 돌보고 지키기 위해 24시간 마음과 정신을 집중할 것이다.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폭풍우 치는 한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다음 페이지는 햇살 좋은 평화로운 날일 것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 주소: 서울시 중구 소월로2길 30, 15층
○ 24시간 정신건강 자살위기 상담전화 1577-0199
서울시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
서울시 정신건강통합플랫폼 ‘블루터치’

시민기자 이성국

매일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러므로 나는 매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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