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일반시민, 편견 없이 함께 해요!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시민기자 이성국

발행일 2022.04.29. 13:27

수정일 2022.04.29. 13:54

조회 5,451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1층 카페 나루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K씨 ⓒ이성국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1층 카페 나루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K씨. ⓒ이성국

“만나야죠. 만나면 편견은 사라집니다.” 정신질환자는 무섭다는 편견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의 송경옥 사무국장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렇다. 만나지 못해서 오해는 쌓이고 편견은 커졌다.

그래서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정신건강통합센터를 만들었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 사람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일반 사람과 정신질환을 치료 중인 사람, 정신질환을 극복한 사람이 만나면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깨진다. ☞ [관련기사] 전국 최초 '정신건강 통합센터' 운영…온·오프 서비스 개시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의 수업 시작 전 오리엔테이션 ⓒ이성국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의 수업 시작 전 오리엔테이션 ⓒ이성국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복지와 평생교육, 취업을 지원하고 가족과 시민을 위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희망아카데미'를 운영해 정신질환자의 회복과 재활, 사회 복귀를 돕는다. 심리정서치유활동, 취미여가활동 등 '주간재활프로그램'과 컴퓨터기초교육, 바리스타교육 등 '직업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정신질환자는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내 카페에서 직무훈련도 할 수 있다. 취업이 어려운 정신질환자를 위해서는 '새로운 일마당'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훈련과정을 지원하고 정신질환 특성을 고려해 신규 직종을 개발한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라벨러 훈련과정, 반려동물관리사 등의 실무훈련도 제공한다.
허진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송경옥 사무국장, 손주영 센터장, 권기호 사회복지사 ⓒ이성국
허진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송경옥 사무국장, 손주영 센터장, 권기호 사회복지사 ⓒ이성국

희망아카데미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진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권기호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그들은 성소수자 커밍아웃보다 어렵다는 정신질환 커밍아웃을 했다. 지금도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있지만, 전혀 정신질환자 같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만나서 몇 마디 나누자 편견이 사라지는 듯하다. 

허진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희망아카데미 이용자에게 제가 정신질환 커밍아웃한 사실을 알리면 공감대 형성이 훨씬 빠르게 이뤄집니다. 상담할 때도 속 깊은 이야기를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커밍아웃한 이유를 물었더니 정신질환자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사회에 나가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하고 싶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권기호 사회복지사는 “나는 나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세상에 보이고 싶었어요. 정신질환을 이겨내고, 일하는 나를 보며 후배들이 용기를 내면 좋겠습니다.” 그는 사진 전시회를 다섯 번이나 연 사진작가다. 수익금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 이곳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적응이 다소 힘들었지만 동료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지금은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전국 최초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통합거점센터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가 운영된다. ⓒ서울시
전국 최초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통합거점센터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가 운영된다. ⓒ서울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문화예술플러스 아카데미'도 있다. 시민들은 정신질환자와 편견 없이 모여 여가나 취미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신체건강 분야, 문화예술 분야, 디지털 활용 입문 분야 등이 개설되어 있다.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홈페이지에서 이용 가능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QR코드로 신청하면 된다. 서울시는 동료 지원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대면 교육과 온라인 교육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곳에선 정신질환자를 위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성국
이곳에선 정신질환자를 위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성국

1층에는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나루’가 있다. 벌써부터 지역 내 커피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정신질환자가 실제 카페 직무훈련을 통해 직업재활에 나섰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 K씨(33세)는 일주일에 두 번씩 카페 '나루'에 나와 일한다. 

“일도 재밌고, 무엇보다 돈을 벌어서 좋아요. 월급 받아서 전에 저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커피도 사드리고, 어머니랑 맛있는 떡볶이도 먹었어요.” K씨의 맑은 눈매에서 일하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에서 이용자들이 만든 공예작품 ⓒ이성국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에서 이용자들이 만든 공예작품. ⓒ이성국
이곳에선
정신질환자와 일반인을 구분하지 않아요.
구분하면 편견이 생깁니다. 

손주영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장은 “구분하지 않아요.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는 정신질환자와 일반인을 구분하지 않는 곳입니다”라고 말한다. 구분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몇 번이고 ‘구분하지 않는’의 의미를 되새겼다. 구분하지 않으니 편견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다. 

카페 '나루'에서 K씨가 만들어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나 K씨에게 인사했다. “커피 잘 마셨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K씨가 컵을 닦다 말고 뒤돌아서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감사합니다.” 

'정신질환자는 무섭다?'는 편견 극복에 대한 첫 질문과 그 답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삶이 예술이 되는 공간,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난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 주소: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 449
홈페이지
○ 문의: 02-423-2230

시민기자 이성국

매일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러므로 나는 매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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