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 방황하지 말고 '청소년쉼터'에서 안전하게!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2.04.26. 13:35

수정일 2022.04.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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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청소년쉼터는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보호시설이다.
금천청소년쉼터는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보호시설이다. ⓒ윤혜숙

청소년이 가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정 내 불화, 학대 등의 이유로 가출하는 경우 그 청소년은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가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 사회엔 청소년을 위한 안전장치가 있다. 가출해서 밤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쉼터'가 있다.

서울시에서도 청소년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쉼터9세부터 24세까지의 가정밖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보호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청소년보호시설이다. 의식주 제공, 학업 지원, 심리정서 지원, 문화여가활동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청소년쉼터의 유형은 크게 일시·단기·중장기 쉼터 등 세 가지로 분리할 수 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청소년쉼터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특별시립금천여자단기청소년쉼터(이하 금천청소년쉼터)에 가보았다.
금천청소년쉼터에는 청소년을 위한 숙소가 있다.
금천청소년쉼터에는 청소년을 위한 숙소가 있다. ⓒ윤혜숙

청소년쉼터는 24시간 문이 열려 있다. 밤이나 새벽에 갈 곳이 없는 청소년이 이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고 있다. 청소년이 숙식을 해결하면서 지내는 곳이기에 청소년쉼터에는 생활지도사가 상주하고 있다. 생활지도사는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한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돌봐주는 생활지도사는 청소년쉼터에서는 엄마와 같은 존재다. 기자가 방문했던 오후엔 이연화 생활지도사가 청소년의 숙소를 지키고 있었다.

청소년쉼터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청소년은 가정에 머물 수 없어서 이곳을 찾아온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땐 주눅이 들어 표정이 어둡다. 청소년쉼터의 상담사는 청소년이 왜 이곳을 방문했는지를 알아보면서 청소년과의 상담을 이어간다. 그리고 청소년쉼터에 머물 방을 배정한다.

그렇다고 청소년에게 먹고 자는 것만 지원해주는 건 아니다. 청소년이 학교에 재학 중이라면 학교를 보내고, 학교 밖 청소년이라면 대안학교를 알아봐 준다.
금천청소년쉼터는 청소년들의 정서심리 안정을 최우선으로 돕는다.
금천청소년쉼터는 청소년들의 정서심리 안정을 최우선으로 돕는다. ⓒ윤혜숙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은 3개월 간 머물 수 있다. 물론 두 번 연장해서 최장 9개월까지 머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는 단기 쉼터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원한다고 해서 계속 지낼 순 없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청소년이 이곳에 적응하면서 점차 얼굴도 밝아지고 활기를 되찾아간다. 청소년쉼터에서는 청소년이 퇴소한 뒤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가거나 혹은 중장기 쉼터로 가는 것에 대비해서 연계해준다. 
365일 24시간 문이 열려 있어서 상주하는 생활지도사가 있다.
365일 24시간 문이 열려 있어서 상주하는 생활지도사가 있다. ⓒ윤혜숙

이연화 생활지도사는 “여기 근무하는 분들은 모두 청소년쉼터의 청소년들을 자녀처럼 따듯하게 대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며 말문을 연다. 그는 청소년쉼터에 입소하는 청소년들을 대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어렵사리 말했다. “가정폭력으로 이곳에 온 학생은 어른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저를 포함한 청소년쉼터의 직원들이 도와주는 어른인데도 무작정 회피하고 눈도 맞추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게 가장 힘든 점입니다.” 그의 말에서 청소년을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하지만 보람도 많다. “청소년쉼터에 머물던 학생이 공부해서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이곳에 왔을 때 그 학생은 공부는 고사하고 정서적인 안정이 더 중요했거든요.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학업에 열중해서 좋은 성과를 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학생들이 이곳에서 잘 지내다가 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지낼 때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고 일상으로 되돌아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이연화 생활지도사에게서 자녀를 품어주는 엄마 같은 자애로운 모습이 엿보였다.
4월에는 플로리스트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4월에는 플로리스트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윤혜숙

방문했던 날 오후에는 '빠져드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곳의 청소년들은 매월 1회 새로운 직업을 체험해 본다. 4월에는 플로리스트 직업을 체험해 보는 시간이다. ‘플로리스트 직업의 다양성’을 주제로 현직에 종사하는 플로리스트가 강사로 와서 청소년들과 만나고 있었다. 플로리스트는 꽃을 보기 좋게 배열하는 일을 하는 직종 중 하나이다. 콘셉트와 분위기를 정하고 이에 맞는 꽃을 구입하고, 생화를 관리하고, 작품을 만들어 예쁘게 포장하는 것 등 다양한 업무를 포함한다.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청소년들이 따라 실습해보면서 플로리스트 직업을 체험하고 있다.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청소년들이 따라 실습해보면서 플로리스트 직업을 체험하고 있다. ⓒ윤혜숙

자리에 앉아서 강사의 말을 경청하는 청소년들의 밝은 표정에서 플로리스트 직업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다. 장미, 프리지아, 스타치스, 유칼립투스 등을 직접 손질해서 꽃다발을 만든 뒤 포장까지 하는 체험이었다. 강사가 시범을 보이면 청소년들이 따라서 실습해보는 식으로 하니 청소년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제법 전문가의 흉내를 낸 멋진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띈다. 같은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꽃다발처럼 보였다. 
청소년이 각자 자신이 만든 꽃다발을 포장하고 있다.
청소년이 각자 자신이 만든 꽃다발을 포장하고 있다. ⓒ윤혜숙

‘빠져드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꽃을 관리하는 방법, 꽃으로 하는 직업 등을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한다. 또 다른 학생은 “같은 재질의 포장지여도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꽃다발의 분위기가 달라 보여서 신기했어요”라고 말한다.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각자 제작한 꽃다발을 보여주고 있다.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각자 제작한 꽃다발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오늘은 직업체험 프로그램 결과로 각자 자신이 만든 꽃다발 작품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청소년들이 꽃다발을 누구에게 선물할지를 얘기하면서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이어서 저녁 식사 시간이다. 주방에서 조리사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순대볶음이다. 청소년들은 넓은 접시에 각자 원하는 만큼 음식을 덜어와서 먹는다. 
저녁 메뉴로 청소년이 즐겨 먹는 순대볶음이 나왔다.
저녁 메뉴로 청소년이 즐겨 먹는 순대볶음이 나왔다. ⓒ윤혜숙

금천청소년쉼터는 올해 23년차에 이를 정도로 오래된 기관이다. 세월이 주는 무게가 더해져서 관록이 느껴지는 곳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어떤 변화가 있는 걸까? 박은주 팀장의 말에 의하면, 청소년 가출의 이유가 바뀌었다. 과거엔 단순한 가출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으로 인한 가출이 많아졌다. 청소년들이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을 인지하는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가출한 청소년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아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이 쉼터 내에서 실시하는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쉼터 내에서 실시하는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금천청소년쉼터

금천청소년쉼터는 ‘2019년 청소년쉼터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그 비결을 물어봤다. 박은주 팀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조심스럽게 “금천청소년쉼터에는 비교적 오래 근무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이곳에 입소했다가 퇴소한 청소년들이 나중에 이곳을 찾아와도 반겨주는 직원들이 있죠. 그래서 청소년들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며 “이곳에 입소한 청소년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정서심리적인 면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이곳에 머물렀던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그런 점 때문에 청소년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라고 말한다.
벽면 곳곳에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벽면 곳곳에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윤혜숙

금천청소년쉼터는 청소년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벽면 곳곳에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언제나 너의 오늘을 응원해’라고 캘리그라피로 쓴 문구가 마음에 들어온다. 상처 받은 청소년이 이 글을 볼 때마다 위로를 받을 것 같다. 

취재를 마치며 내심 ‘이곳에 머무는 청소년들이 집보다 더 좋아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마저 생길 정도였다. 그만큼 시설도, 프로그램도, 직원들의 보살핌도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이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길 바란다.   

서울특별시립금천여자단기청소년쉼터

○ 주소: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120 금천청소년쉼터
○ 교통: 가산디지털단지역 5번 출구에서 316m
○ 시간: 24시간 영업 연중무휴
홈페이지
○ 문의: 02-3281-8200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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