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창문 너머 '창덕궁의 봄'…액자 속 그림 같네!

시민기자 장세희

발행일 2022.03.31. 09:20

수정일 2022.03.31. 17:11

조회 1,246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 ⓒ장세희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이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봄맞이 행사가 열렸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평소 닫아 두었던 창덕궁 전각 창호를 개방한 것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궐내각사 권역, 희정당, 대조전, 낙선재를 개방하고, 하루 네 차례씩 전문 해설사들이 권역별로 문화재 해설을 진행했다. 

창덕궁의 일부 구간은 창호 개방이 계속 이루어져 왔지만, 이번에는 희정당 서행각 입구와 대조전으로 이어지는 복도각 같이 평소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공간을 만날 수 있어 기대가 되었다.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틈틈이 손 소독을 하며 안전하게 창덕궁 봄나들이를 나섰다.   
궐내각사 입구에 핀 매화
궐내각사 입구에 핀 매화 ⓒ장세희

돈화문을 지나 금천교를 건너 궐내각사에 들어가려던 참에 입구에서 매화나무를 발견했다. 창덕궁은 매화 명소로 유명하며 ‘고결’, ‘충실’이라는 매화의 꽃말과 참 어울리는 곳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모든 궁궐이 소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창덕궁은 광해군 때 재건되어 조선의 궁궐 중 왕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궁이다.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매서운 추위에도 지지 않고 피어나 봄을 여는 매화와 똑 닮았다.
개방된 창호를 통해 바라본 궐내각사 풍경
개방된 창호를 통해 바라본 궐내각사 풍경 ⓒ장세희
궐내각사 내 약방
궐내각사 내 약방 ⓒ장세희

궐내각사는 왕과 왕실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기 위해 세운 중앙 관서로, 약방, 옥당, 규장각 등 여러 부서가 모여있다. 부서들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길을 헤매다 보니 어느새 약방에 다다랐다. 조선의 대표적인 의료기관인 약방은 왕실의 진료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차와 보양식을 만들거나 동의보감 같은 의학 서적을 간행하는 곳이었다. 약방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는데 활짝 열린 창과 문 너머로 아름답고 멋스러운 풍경이 액자 속 그림처럼 펼쳐졌다. 

창호 개방은 건물의 자연채광, 통풍, 보존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기와, 처마, 단청과 같은 궁궐의 건축 양식이 지닌 매력을 다시 보게 하는 심미적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창호를 통해 가만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운치 있는 분위기 속에서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
관람객들이 희정당 내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관람객들이 희정당 내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장세희
희정당 접견실 내부
희정당 접견실 내부 ⓒ장세희

창덕궁의 정전(正殿)인 인정전과 왕의 집무실로 쓰인 선정전을 지나 희정당에 다다르니 관람객들이 희정당 내부의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희정당은 원래 왕의 생활 공간이었으나 편전(便殿)의 기능을 대신하게 되면서 왕이 업무를 보며 가장 많이 머물렀던 실질적인 공간이다. 돌출형 현관, 동행각, 접견실, 서행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공간들이 복도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ㅁ자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접견실은 희정당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인데 빨간 카펫, 유리창, 샹들리에 등 서양식으로 꾸며져 있어 전통과 근대가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개방된 창호 사이사이로 사람들의 실루엣이 아른거리는 활기찬 풍경은 궁궐의 장엄함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조전 일원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대조전 일원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장세희
희정당과 대조전을 연결하는 복도각
희정당과 대조전을 연결하는 복도각 ⓒ장세희

희정당에서 선평문을 지나면 왕과 왕비의 생활 공간인 대조전이 보인다. 대조전은 창덕궁의 정식 침전(寢殿)으로, 주변의 여러 부속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궁궐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복도와 행각을 통해 내부가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내부는 희정당과 마찬가지로 서양식으로 개조되었고, 희정당과 대조전을 잇는 복도각이 관람객들의 포토 스팟이다. 

창호가 만든 프레임에서는 지붕 위 다양한 형상의 잡상, 정갈한 기왓장, 화려하고 섬세한 처마와 단청 등이 지닌 매력이 돋보인다. 우리 조상들은 궁궐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까지 고려하여 세심하게 건물을 설계한 듯하다. 창호 개방 행사를 통해 창덕궁이 주변의 자연환경, 음양오행 사상과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변화와 공존을 수용했다는 점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낙선재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낙선재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장세희

낙선재는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로, ‘선(善)을 즐긴다’는 이름의 의미에 걸맞게 헌종의 검소한 면모가 느껴지는 곳이다. 다른 전각과 달리 단청을 하지 않아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이었고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창호, 담장, 굴뚝 등에서는 부드럽고도 단단한 기품이 느껴졌다. 낙선재 동쪽에 자리 잡은 석복헌과 수강재는 경빈을 비롯해 궁궐의 여인들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특별한 점은 꽃과 작은 나무를 심은 계단인 ‘화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초봄이라 제대로 된 꽃구경을 할 수 없었지만 진달래, 개나리, 능수벚꽃, 모란 등 봄꽃이 만개한 완연한 봄날의 낙선재가 기대된다.
활짝 핀 산수유꽃
활짝 핀 산수유꽃 ⓒ장세희

성정각 일원과 낙선재 일원 사이에는 꽃나무가 많았다. 홍매는 곧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았고 산수유는 활짝 만개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궁능유적본부는 앞으로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창덕궁 창호를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봄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다음번에는 행사 기간을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여 창호를 개방한 아름다운 창덕궁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창덕궁

○ 위치: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 운영시간: 09:00~18:00(입장마감 17:00, 운영시간은 월별로 다름)
○ 휴관일: 월요일
○ 관람요금: 대인(만25세~만64세) - 3000원 / 만 24세 이하 청소년,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유공자, 한복을 착용한 경우 - 무료
○ 홈페이지: http://www.cdg.go.kr/
○ 문의: 02-3668-2300

시민기자 장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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