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초보자에게 딱! 겨울 산행 매력을 알게 해준 '대모산'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2.02.09. 14:17

수정일 2022.02.10. 11:26

조회 9,694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내로라하는 서울의 유명산은 왠지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등산’을 해야 하는 곳처럼 느껴진다. 요즘처럼 코로나19가 기승일 때는 가벼운 차림에 운동화 신고 훌쩍 오를 수 있는 산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서울테마산책 길 중 하나인 대모산 ⓒ방금숙
서울테마산책 길 중 하나인 대모산 ⓒ방금숙

얼마 전 지인이 아이와 함께 ‘대모산’ 정상에 다녀왔다는 얘길 듣고 모처럼 찬 바람이 잠잠했던 2월 주말, 대모산을 향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대모산은 일원동, 수서동, 개포동, 자곡동 일대에 펼쳐진 해발 293m의 나지막한 산이다. 말이 나지막한 산이지, 사실 남산(265m)보다도 높다. 
강남을 대표하는 대모산은 남녀노소 걷기 편안한 등산로로 조성돼 있다. ⓒ방금숙
강남을 대표하는 대모산은 남녀노소 걷기 편안한 등산로로 조성돼 있다. ⓒ방금숙

대모산은 어머니의 품 같은 산이다. 산의 모양이 늙은 할머니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과거 할미산, 대고산(大姑山)이라고도 불리었다. 이후 조선시대 태종의 헌릉이 인근 내곡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의 대모산(大母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겨울 따뜻한 어머니 품이 그리워서 인지, 혹은 코로나19 걱정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 인지, 주말 아침 대모산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모산과 구룡산을 잇는 여러 코스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강남구
대모산과 구룡산을 잇는 여러 코스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강남구

모정(母情)이 어디 한 방향이겠는가. 어디서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어머니처럼 대모산을 오르는 길도 많다. 지도만 얼핏 봐도 10가지도 넘는다. 산에 오르는 길에도 중간 중간 샛길을 따라 홍길동처럼 등산객이 나타나곤 했다. 

보통은 대모산입구역인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와 바로 대모산 등반을 시작하거나, 일원동 한솔아파트쪽에서 출발한다. 수서역에서 대모산 정상까지는 편도 3km 정도로 넓고 완만하지만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한솔아파트쪽은 오르막길이 이어지지만 빨리 오를 수는 있다. 
수서역과 일원동 한솔아파트 방향 외에도 자곡동, 세곡동 주변 아파트 사잇길도 있다. ⓒ방금숙
수서역과 일원동 한솔아파트 방향 외에도 자곡동, 세곡동 주변 아파트 사잇길도 있다. ⓒ방금숙

필자는 수서역에서 마을버스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에서 출발했다. 아파트 바로 건너편에 오르는 길이 있다. 표지판과 지도는 따로 없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반반하게 길을 닦아준 덕에 쉽게 찾을 수 있다. 믿고 오르다 보면 능선에 닿을 때쯤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인근 강남LH5단지, 강남세곡LH푸르지오 등 동네 아파트마다 대모산으로 오르는 샛길이 있다. 
가깝고 편안한 대모산에서 겨울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 ⓒ방금숙
가깝고 편안한 대모산에서 겨울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 ⓒ방금숙

능선따라 남녀노소 누구가 즐길 수 있는 등산코스

가끔 가파른 계단도 나오지만 대모산 자체는 아이들이 걷기에도 원만한 길이다. 아빠와 함께 하는 초등학생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오르는 5살이나 됨직한 아이도 씩씩하게 올라 정상에서 만날 수 있었다.

등산로에는 돌탑과 벤치들이 곳곳에 자리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숲 향기를 가득 들어 마셨다. 뼈만 남은 앙상한 나무들, 그 사이로 더 넉넉한 햇살과 푸른 하늘이 자리했다. 사람들이 이래서 산에 오르나 보다.
정상에 오르기 10분 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벤치, 안내판이 나온다. ⓒ방금숙
정상에 오르기 10분 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벤치, 안내판이 나온다. ⓒ방금숙

대모산 주변에 가볼만한 곳 ‘헌인릉·세곡천’

정상에 오르기 10분 전 제법 넓은 터가 나왔다. ‘대모산 숲이 좋은 길’ 표지판과 정자가 자리했다. 대모산 주변으로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조선왕릉 ‘헌인릉’이 대모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헌인릉에는 제3대 태종과 그의 비 원경왕후 민씨, 제23대 순조와 그의 비인 순원왕후 김씨가 잠들어 있다. 

또한 세곡천이 세곡동을 가로질러 성남 서울비행장 곁을 따라 탄천까지 3,140m 이어져 주민들의 산책길로 사랑받고 있다. 코스만 잘 짜면 대모산, 세곡천, 헌인릉을 모두 걸어 둘러볼만하다. 
태종과 순조의 능이 있는 헌인릉도 대모산 자락에 위치했다. ⓒ방금숙
태종과 순조의 능이 있는 헌인릉도 대모산 자락에 위치했다. ⓒ방금숙

헌인릉을 방문해본 적이 있는 필자는 왕릉 내 산책 코스 중 산으로 이어진 코스가 궁금했는데 입산이 금지돼 올라보지 못했다. 대모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놓인 철망울타리가 헌인릉과 이어진 산의 경계인 셈이다. 조선왕릉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비밀의 숲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 설렜다. 헌인릉 방향 반대쪽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마천루 롯데월드타워와 한강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철조망 길 아래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조선왕릉 헌인릉이 조성돼 있다. 등산로에서 보이지는 않는다. ⓒ방금숙
철조망 길 아래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조선왕릉 헌인릉이 조성돼 있다. 등산로에서 보이지는 않는다. ⓒ방금숙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롯데월드타워와 강남 아파트 숲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방금숙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롯데월드타워와 강남 아파트 숲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방금숙

대모산 정상에서 만나는 풍경과 여유

마지막 나무계단을 숨가쁘게 오르니 드디어 대모산 정상이다. 저 아래로 강남 한복판 아파트 숲이 내려다보인다. 하얀색 네모난 아파트들이 줄줄이 서 있는 풍경에 ‘여기가 서울이구나’ 싶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면 전혀 다른 풍광이다. 헌인가구단지, 내곡동 쪽은 낮은 산들이 이어진 능선과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이 넓게 펼쳐진다. 
서울비행장과 헌인가구단지 방향으론 서울 도심과 다른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방금숙
서울비행장과 헌인가구단지 방향으론 서울 도심과 다른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방금숙

대모산 정상에는 측량의 기준이 되는 ‘삼각점’이 있다. 1910년 서울 지역 토지조사 사업을 하면서 방향의 중심 역할을 했던 8개 점 중 하나다. 1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모든 측량의 기준이 되고 있단다.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울시의 측량 기준이 되고 있는 대모산 정상의 삼각점 ⓒ방금숙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울시의 측량 기준이 되고 있는 대모산 정상의 삼각점 ⓒ방금숙

사실 대모산 ‘정상’이 끝이 아니다. 대모산 정상은 구룡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많은 등산객들은 대모산 정상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대모산 서쪽으로 이어진 구룡산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개포동과 염곡동과 경계를 이룬 구룡산은 용 아홉 마리가 하늘로올라간데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 정상에서는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아차산 등 서울의 명산과 주요 명소들까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강남의 등줄기인 대모산은 북한산 등 이름난 서울의 산에 비해 좀 더 주민 친화적인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대모산 유아숲 체험원, 숲속 야생화원, 무장애길 등 가족 나들이 장소로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대모산 코스 정보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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