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아우르는 육백 년 역사의 성곽, 한양도성 순성길

시민기자 양인억

발행일 2022.02.17. 11:10

수정일 2022.02.17. 16:42

조회 2,569

쌀쌀한 겨울 날씨가 주는 선물 중 하나는 요즘은 보기 힘들어져 버린 미세먼지 없는 맑고 푸른 하늘이다. 겨울의 추위가 다 지나기 전 하늘 맑은 날, 궁궐 지킴이 자원봉사를 하는 지인과 한양도성 순성길을 찾았다. 이번 순성 구간은 남산 구간으로, 회현역에서 출발하여 남산 너머 장충단공원에 이르는 구간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순성길 주변의 정각원과 수표교도 둘러보았다. 

한양을 둘러싼 네 개의 산을 연결하는 성곽, '한양도성'

한양도성은 6백여 년 전인 1396년 새로운 수도 한양에 궁궐(경복궁)을 지은 태조가 한양을 둘러싼 4개의 산 능선과 평지를 연결해 쌓은 성이다. 내사산(內四山)이라 불리는 4개의 산은 백악산(북악산), 낙산(낙타산, 타락산), 목멱산(남산), 그리고 인왕산을 말한다. 전국에서 20여 만 명을 동원하여 97개 구간으로 나누어 쌓은 한양도성의 전체 길이는 18.6km나 된다. 조선 시대 도성은 지속적으로 보수되고 관리되었으며, 한양도성에서는 각 시대별 축성 구간에 따른 축성 기술 수준의 발달을 살펴볼 수 있다. 

한양도성이 가장 큰 수난을 당한 것은 일제강점기로, 일부 성곽은 물론 서대문(돈의문) 등 주요 성문 또한 사라졌다. 한국 전쟁 후 지방에서 서울로 유입된 시민들이 성곽 주변에 집을 마련하면서 성곽의 돌을 사용함으로 인해 평지의 한양도성은 또다시 훼손되었다. 다행히 문화 유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지속적으로 발굴, 복원한 결과 13km에 이르는 구간에서 한양도성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시 및 관련 단체에서는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할 계획이다.
한양도성길 남산 구간의 남산공원. 저멀리 N서울타워가 보인다. ⓒ양인억
한양도성길 남산 구간의 남산공원. 저멀리 N서울타워가 보인다. ⓒ양인억
지형을 거스르지 않으며 쌓은 곡선의 한양도성과 직선으로 된 현대 건물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다. ⓒ양인억
지형을 거스르지 않으며 쌓은 곡선의 한양도성과 직선으로 된 현대 건물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다. ⓒ양인억
발굴한 한양도성 성벽 원형 유적을 전시하고 있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양인억
발굴한 한양도성 성벽 원형 유적을 전시하고 있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양인억
실제 도성의 축성 단면을 알 수 있는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양인억
실제 도성의 축성 단면을 알 수 있는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양인억
곳곳에 '축성과 관련된 글자를 새긴 돌'인 ‘각자성석’이 있다. 도성 각 구간은 천자문 순서대로 번호를 매겼으며, 사진은 천자문의 60번째 글자인 '내(奈)’자 구간이 끝나는 지점의 각자성석이다. ⓒ양인억
곳곳에 '축성과 관련된 글자를 새긴 돌'인 ‘각자성석’이 있다. 도성 각 구간은 천자문 순서대로 번호를 매겼으며, 사진은 천자문의 60번째 글자인 '내(奈)’자 구간이 끝나는 지점의 각자성석이다. ⓒ양인억
야경 촬영 명소이기도 한 잠두봉 포토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서울. 명동, 소공동, 회현동의 고층빌딩숲 너머로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이 보인다. ⓒ양인억
야경 촬영 명소이기도 한 잠두봉 포토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서울. 명동, 소공동, 회현동의 고층빌딩숲 너머로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이 보인다. ⓒ양인억
남산 봉수대는 조선 시대 전국의 봉화가 최종적으로 집결한 곳으로, 서울특별시 기념물이다. ⓒ양인억
남산 봉수대는 조선 시대 전국의 봉화가 최종적으로 집결한 곳으로, 서울특별시 기념물이다. ⓒ양인억
N서울타워 아래에도 전망대가 있다. 남산의 남사면에 있는 용산구와 한강, 그리고 강남을 조망할 수 있다. ⓒ양인억
N서울타워 아래에도 전망대가 있다. 남산의 남사면에 있는 용산구와 한강, 그리고 강남을 조망할 수 있다. ⓒ양인억
국립극장으로 내려가는 길의 각자성석. 우측부터 ‘도청 감관 조정원 오택 윤상후’, ‘편수 안이토리’, ‘기축 팔월 일’이라 적혀 있다. 도청 감관 세 사람의 이름과 이 구간 석수 책임자인 편수의 이름 ‘안이토리’를 기록한 것이다. 기축년은 숙종 35년(1709년)을 의미한다. ⓒ양인억
국립극장으로 내려가는 길의 각자성석. 우측부터 ‘도청 감관 조정원 오택 윤상후’, ‘편수 안이토리’, ‘기축 팔월 일’이라 적혀 있다. 도청 감관 세 사람의 이름과 이 구간 석수 책임자인 편수의 이름 ‘안이토리’를 기록한 것이다. 기축년은 숙종 35년(1709년)을 의미한다. ⓒ양인억

경희궁 숭정전의 슬픈 역사 '정각원'

한양도성 순성길 남산 구간은 국립극장에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를 지나 장충체육관으로 이어지지만 오늘은 순성길을 조금 벗어나 경희궁의 옛 정전 숭정전을 찾았다. 경희궁은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을 비롯한 모든 궁궐이 불에 탄 후 광해군 때 지어진 궁으로, 경복궁의 서쪽에 있어 서궐로 불렸다. 인조를 비롯해 철종 때까지 사용된 조선 후기 주요한 궁궐 중 하나이다. 

고종 2년(1865년) 시작된 경복궁 중건 시 부족한 자재를 보충하기 위해 경희궁의 일부 전각을 사용하였으나 주요 전각은 그대로 보존되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 강점기 경희궁에 일본인 중학교인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면서 경희궁 주요 전각들도 수난을 당하게 되고,  경희궁의 정전이었던 숭정전은 1926년 조계사에 매각되어 남산 기슭으로 옮겨진다. 이후 1976년 현재 위치로 또다시 옮겨진 후 동국대학교의 법당 ‘정각원’이 되었다. 

경희궁 복원 공사 때에 정각원, 즉 본래의 숭정전을 경희궁의 원래 있던 자리로 옮기려 했으나 변형이 심한 이유로 무산되었다. 현재의 경희궁 숭정전은 정각원을 토대로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정각원 내부에는 숭정전 현판이 그대로 남아 있어 슬픈 역사를 말해 준다.
순성길을 빠져나와 지금은 동국대학교 정각원으로 사용되는 경희궁의 옛 정전 숭정전을 찾았다. ⓒ양인억
순성길을 빠져나와 지금은 동국대학교 정각원으로 사용되는 경희궁의 옛 정전 숭정전을 찾았다. ⓒ양인억
궁궐의 정전이었던 만큼 어간석 난간에는 부리부리한 눈을 한 해치가 있다. 머리에 난 외뿔이 해치임을 알려 준다. ⓒ양인억
궁궐의 정전이었던 만큼 어간석 난간에는 부리부리한 눈을 한 해치가 있다. 머리에 난 외뿔이 해치임을 알려 준다. ⓒ양인억
동국대학교 법당으로 사용되는 정각원은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개방되어 있다. ⓒ양인억
동국대학교 법당으로 사용되는 정각원은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개방되어 있다. ⓒ양인억
정전은 임금의 즉위식, 세자 책봉식 등 공식행사가 열리는 궁궐의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임금을 상징하는 용이 건물 내부 천장에 장식되어 있다. ⓒ양인억
정전은 임금의 즉위식, 세자 책봉식 등 공식행사가 열리는 궁궐의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임금을 상징하는 용이 건물 내부 천장에 장식되어 있다. ⓒ양인억
법당으로 사용되면서 숭정전 내부 임금의 자리였던 어좌에는 불단이 만들어져 있다. ⓒ양인억
법당으로 사용되면서 숭정전 내부 임금의 자리였던 어좌에는 불단이 만들어져 있다. ⓒ양인억

제자리를 잃은 또 다른 문화 유산, '수표교'

정각원(숭정전)을 보고 난 후에는 수표교가 있는 장충단공원으로 향했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인 수표교는 세종 2년(1420년) 청계천에 놓은 다리다. 세종 23년에 청계천 수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구, 수표를 세운 이후로 수표교라 불렸다. 청계천2가에 있던 수표교는 1959년 청계천 복개 공사 때에 장충단공원으로 이전했고 1965년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도로의 폭과 자동차 하중 등을 생각할 때 지금의 수표교를 청계천 본래의 자리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숭정전과 함께 제자리를 잃은 문화 유산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수표교는 세종2년(1420년)에 청계천에 놓은 다리로, 1959년 청계천 복개 공사 때 장충동으로 옮겨왔다. ⓒ양인억
수표교는 세종2년(1420년)에 청계천에 놓은 다리로, 1959년 청계천 복개 공사 때 장충동으로 옮겨왔다. ⓒ양인억
길이 27m, 폭 7m의 수표교 교각은 물의 흐름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교각 모서리가 물 흐르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양인억
길이 27m, 폭 7m의 수표교 교각은 물의 흐름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교각 모서리가 물 흐르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양인억

서울한양도성 남산 구간

○ 남산 구간 : 백범광장(회현역) ~ 장충체육관(동대입구역) 약 4.2Km
○ 서울한양도성 홈페이지
○ 서울한양도성 유적전시관 홈페이지

시민기자 양인억

역사 문화의 도시 서울, 그 속의 아름다운 국가유산을 소개하는 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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