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어도, 실수해도 괜찮아요! 금천구 '기억다방'

시민기자 최은영

발행일 2021.12.27. 14:12

수정일 2021.12.27. 15:25

조회 7,572

금천구치매안심센터 내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꾸려가는 카페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이 나와도, 조금 늦게 나와도 이해가 되는 특별한 카페가 있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은 이곳은 초기치매나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바리스타로 참여하는 금천구치매안심센터 ‘기억다방’이다. 
독산1동주민센터 6,7층에 위치한 금천구치매안심센터 ⓒ최은영
독산1동주민센터 6,7층에 위치한 금천구치매안심센터 ⓒ최은영

‘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이라는 뜻의 기억다방은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치매가 있어도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2018~2019년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공원이나 대학가 등지에서 푸드트럭을 활용한 이동형 카페로 운영됐다. 지역사회 축제 등에서 다양한 음료나 다과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코로나 이전, 기억다방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나 축제 등에서 이동형 카페로 운영하기도 했다. ⓒ금천구청
코로나 이전, 기억다방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나 축제 등에서 이동형 카페로 운영하기도 했다. ⓒ금천구청

하지만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올해 3월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5월 금천구치매안심센터 로비에 고정형 카페를 오픈했다. 기억다방의 음료는 아무 때나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 목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문을 연다. 
지난 5월 금천구치매안심센터 내 문을 연 '기억다방'  ⓒ최은영
지난 5월 금천구치매안심센터 내 문을 연 '기억다방' ⓒ최은영

필자도 치매안심센터상담을 위해 방문했다가 기억다방에 들러 보았다. 기억다방은 독산1동주민센터 6층 금천구치매안심센터 로비에 자리해 찾기 쉽다. 
금천구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치매환자와 보호자에게 무료 쿠폰을 제공한다. ⓒ최은영
금천구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치매환자와 보호자에게 무료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은영

금천구치매안심센터는 검진, 상담, 프로그램 이용자 등 센터를 방문하는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기억다방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카페를 찾아 티켓에 적힌 음료나 커피 중 원하는 메뉴를 체크해 바리스타에게 전달하면 된다. “기억다방에서 나의 소중한 기억, 행복한 기억, 따뜻한 기억을 지킬 수 있도록 따뜻한(차가운) OOO을 주세요”라는 말도 함께 건네면 더욱 좋다. 

필자는 날씨가 추워져 따뜻한 모과차를 주문했다. 코로나 상황이라 기억다방에서 마실 수는 없고 포장만 가능했다. 포장하는 동안 음료를 만드는 어르신과 대화를 잠깐 나눴는데, 경도인지장애를 가졌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림을 넣어 어르신들이 음료를 잘 고를 수 있도록 만든 메뉴판 ⓒ최은영
그림을 넣어 어르신들이 음료를 잘 고를 수 있도록 만든 메뉴판 ⓒ최은영

어르신은 “새로 바뀐 카페 메뉴판에 그림이 들어가서 기억다방에 오신 어르신들이 음료를 선택하기 너무 좋다”며 환한 웃음을 보이셨다. 큼지막한 메뉴판은 그림이 들어가서 보기도 예쁘고 메뉴를 고르기도 좋았다. 어르신은 따뜻하고 친절한 미소와 함께 주문한 모과차를 들고 가기 좋게 포장해 주었다. 
금천구치매안심센터 '기억다방' 입구 ⓒ최은영
금천구치매안심센터 '기억다방' 입구 ⓒ최은영

대다수 치매환자와 가족은 가정에서 병을 감내하면서 외로이 지낸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처럼 사회활동이 가능한 환자들을 단순히 치매환자로 치부하면 병세는 더 악화될 뿐이라고 한다. 이들은 주변의 배려와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다양한 사회활동이 가능하다. 기억다방처럼 일상생활을 돕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꾸준히 생겨나면 좋을 것 같다. 
'기억다방'의 휴식공간 ⓒ최은영
'기억다방'의 휴식공간 ⓒ최은영

2021년 기준 국내 65세 노인 인구 중 추정 치매환자는 80만 명에 달한다. 게다가 2025년은 대한민국이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해이다. 치매는 더 이상 특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이웃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이제는 치매를 가족만의 문제로 여기기보다는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마침 서울시는 치매 환자와 가족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천만시민 기억친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치매 걱정 없는 서울시를 만들기 위한 '천만시민 기억친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치매 걱정 없는 서울시를 만들기 위한 '천만시민 기억친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기억친구’는 교육을 받은 후 치매에 관해 편견 없이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주변의 치매 환자 및 가족을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치매 환자와 가족을 따뜻하게 응원하기, 치매 환자를 만나면 도와주기, 치매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기, 주변 사람에게 기억친구를 소개하고 가입 안내하기, 기억친구 양성하기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1시간 양성교육을 받으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기억친구는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을 따뜻하게 돕는 사람이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기억친구는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을 따뜻하게 돕는 사람이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금천구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기억다방'도 체험해보고 '기억친구'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치매 어르신들과 가족들에 좀더 관심을 갖고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따뜻한 마음으로 돕는다면 치매 걱정 없는 서울이 될 것이다. 일단 동네나 거리에서 치매 어르신을 만나면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 

금천구치매안심센터

○ 위치 : 서울시 금천구 시흥대로 123길 11 독산1동주민센터
○ 홈페이지 : https://geumcheon.seouldementia.or.kr
○ 문의 : 02-3281-9082~6

시민기자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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