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0년의 역사' 길 위에 서다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1.12.28. 10:00

수정일 2021.12.28. 16:17

조회 1,636

서울 강북 일대는 그 자체가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많은 역사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조선과 대한제국의 정치 중심지였던 경복궁, 창덕궁, 경희궁, 창경궁, 덕수궁이 자리하고, 해방 후 한국전쟁(6.25)을 겪고 도시를 재건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건축물에, 유물에, 길가에 새겨져 있다. 그래서 서울은 걷기만 해도 역사공부가 되지만 믿을 만한 해설사를 만나면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효창공원 일대 역사탐방 ‘100년의 길을 걷다’ 세번째 걸음

지난달 27일, 효창독립100년 메모리얼 프로젝트로 진행된 역사탐방 ‘100년의 길을 걷다’에 참여했다. 효창공원은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7인의 독립운동가가 잠들어 있는 역사적인 장소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오랜 세월 의미가 퇴색하며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 효창공원의 위상을 바로 세울 계획을 발표했고, 오는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지난 11월 5일부터 12월 12일까지 '효창독립 100년 메모리얼 페스타'가 열렸다. ⓒ박지영
지난 11월 5일부터 12월 12일까지 '효창독립 100년 메모리얼 페스타'가 열렸다. ⓒ박지영

현재 효창공원은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처럼 일상 속에서 독립정신을 마주하고 추모하는 공원으로 재건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더 많은 생각을 듣기 위해 마련된 행사가 바로 효창독립100년 메모리얼 프로젝트다. 이의 일환으로 효창공원 일대에서는 미션투어, 전시회, 전문가와 함께 효창공원과 서울 명소를 걷는 역사 탐방 등이 진행됐다. 

이번 역사 탐방은 세 가지의 다른 일정으로 구성됐다. 권기봉 작가와 독립선열들의 후손, 강혜경 교수가 함께 한 1,2차 ‘효창공원 독립100년 공원 이야기’, ‘효창으로 이어지고 확장되는 이야기’에 이어, 경기대 안창모 교수의 안내로 3차 ‘대한민국, 100년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4시간여 동안 독립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안중근의사 기념관, 한양도성유적전시관, 경교장, 그리고 효창공원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세워진 지 100주년이 된 해였기에 코스가 효창독립100년이라는 주제와도 잘 어울렸다.  

독립문·서대문형무소역사관·경교장서 만난 100년史

탐방 시작 전, 참가자들은 체온측정과 같은 방역 체크를 한 후 개별 수신기를 통해 설명을 들었다. 이동은 대부분 걸어서 했지만 구간과 구간을 연결할 때는 운영진에서 마련해 준 버스를 타고 단독으로 움직였다.
독립문 앞에서 시작된 세번째 역사탐방은 실시간 온라인 중계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했다. ⓒ박지영
독립문 앞에서 시작된 세번째 역사탐방은 실시간 온라인 중계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했다. ⓒ박지영

첫 방문지는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독립문' 앞이었다.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는 ‘독립’이란 말이 들어가지만 그 뜻이 사뭇 다르다. 하나는 대한제국시기 주변 외세의 영향으로부터 자주, 자강의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일제치하에서 민족과 나라의 독립이다. 같은 자리에 있어 자칫 의미가 섞일 수 있는데 해설을 통해 다름을 깨닫게 됐다. 
서대문형무소 외부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박지영
서대문형무소 외부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박지영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는 단체 설명이 불가해 들어가기 전 외부에서 구조와 배치에 대해 듣고 공간을 걸으면서 주목할 부분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탐방 당시가 주말이어서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역사관을 찾았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었다. 외부에 대형 태극기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방문객을 보는데 마음이 참 좋았다.
대형 태극기 앞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문객들이 꼭 사진을 남기는 곳이다. ⓒ박지영
대형 태극기 앞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문객들이 꼭 사진을 남기는 곳이다. ⓒ박지영

남산자락에 위치한 '안중근의사기념관'까지는 운영진이 대여한 서울시티투어버스로 이동했다. 옛 전차 형태의 이 버스는 코로나 전에는 관광객을 태우고 서울 곳곳을 누볐다. 딱히 탈 일이 없었던 시티버스를 직접 타고 다니는 일이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역사 탐방 주제가 ‘100년의 길을 걷다’여서인지 딱 맞는 콘셉트의 교통수단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100년을 걷는 콘셉트에 맞게 전차 형태의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이용했다. ⓒ박지영
100년을 걷는 콘셉트에 맞게 전차 형태의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이용했다. ⓒ박지영

안중근의사기념관은 필자도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됐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과는 걸어서 5분여 거리다. 이전에 외부 유적만 보고 돌아갔는데 역사탐방 후 개인적으로 다시 와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특히 무료 관람에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을 만큼 전시해설도 잘 돼 있었다. 
남산 안중근기념관 내 조각상. 전시 규모나 자료가 잘 구비돼 혼자 돌아보기에도 좋다. ⓒ박지영
남산 안중근기념관 내 조각상. 전시 규모나 자료가 잘 구비돼 혼자 돌아보기에도 좋다. ⓒ박지영

이어서 '한양도성유적전시관'에서는 방공호와 일제 강점기 신사가 있던 자리와 함께 남산이 당시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양도성으로 시작하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 해방 후 근대화의 역사를 모두 한 자리에서 유물과 자료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꼼꼼한 현장 해설이 있어 개념이 잘 와 닿았다. 의미를 몰랐을 땐 스쳐 지났을 길이 의미를 알고 나니 30분 이상을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박지영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박지영

다시 시티투어버스에 탑승해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인 ‘경교장’으로 이동했다. 공간이 좁아 소그룹으로 나눠 입장을 했다. 일부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돌아보며 입장을 기다렸는데, 곳곳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이 완연한 연말 분위기를 풍겼다. 예전 경교장은 일반 전시장이었는데, 지금은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옛 모습을 재현한 기념관으로 변해있었다. 

김구 선생이 서거하신 장소로 총알로 유리창이 깨진 자리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한 공간에 다른 주거 방식이 혼합된 구조여서 새로웠고 신문기사나 자료들이 혼자 돌아보기에도 좋았다. 이 일대에는 딜쿠샤나 홍난파가옥도 자리해 나중에 함께 둘러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교장 내 백범 김구가 암살된 장소. 현장에는 총알이 뚫고 지나며 깨진 유리창도 그대로 재현돼 있다. ⓒ박지영
경교장 내 백범 김구가 암살된 장소. 현장에는 총알이 뚫고 지나며 깨진 유리창도 그대로 재현돼 있다. ⓒ박지영

마지막 목적지는 ‘효창공원’(사적제330호)이었다. 이곳은 원래 조선 정조의 장자인 문효세자의 묘역인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 강점기 이곳에 골프장과 유원지가 지어졌고, 해방 직전에는 이 묘역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규모가 1/3로 축소됐고, 도로로 단절되면서 섬처럼 폐쇄적인 공원이 됐다. 

해방 이후 백범 김구 선생은 이곳에 7인의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했고 그 자신도 1949년 서거 후 효창공원에 안장됐다. 효창공원과 인접한 곳에 백범김구기념관이 자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효창공원 일대에서 약 한달동안 공원의 의미를 알리는 다양한 미션투어가 진행됐다. ⓒ박지영
효창공원 일대에서 약 한달동안 공원의 의미를 알리는 다양한 미션투어가 진행됐다. ⓒ박지영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며…다시 태어나는 '효창공원'

효창공원 입구 정면에는 1960년 아시안컵 개최를 위해 지어진 효창운동장이 있다. 이곳도 앞으로 공원과 하나 되는 축구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국제축구경기장이자 60여년을 지켜온 한국 축구역사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살려 보존하기로 했다. 2019년에 보도된 한 기사에 따르면 애국선열 묘역은 추모행사 때, 효창운동장은 훈련‧연습 용도로, 기념관은 단체이용객 위주로 이용하면서 연간 33만 명이 이 일대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날 역사탐방은 효창공원을 둘러보고, 행사에 대한 의견과 효창공원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을지에 대한 설문지를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00년의 길을 걷다’ 현장 해설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하며 많은 시민들이 함께 걸었다. 지금도 유튜브 채널에서 전 일정 다시보기를 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효창원에서는 7위 선열을 위한 숭모제가 열린다. ⓒ박지영
효창원에서는 7위 선열을 위한 숭모제가 열린다. ⓒ박지영

현재 서울에는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과 전시관이 많다. 이들 장소들은 예전에 조명되지 못했던 역사적인 부분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는 뜻 깊은 공간이다. 한창 진행 중인 인근의 용산공원과 마찬가지로 효창공원 역시 일상 속에서 어우러지는 열린 공원이자 독립운동가를 모신 성소 공간으로 개념을 확장해  다시 시민들을 찾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토론회, 심포지움,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가고 있다.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역사의 순간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 

효창독립100년 메모리얼프로젝트

○ 홈페이지 : https://www.hyochangpark.com/
○ 역사탐방 ‘100년의 길을 걷다’ 세번째 걸음 다시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sj62UfA3UD4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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