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

시민기자 최혜민

발행일 2021.12.17. 11:18

수정일 2021.12.17. 15:42

조회 346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완성된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 콜라주 작품을 회수해 가기 위해서이다. 지난 9월, 서울교육센터가 운영하는 시민 문화 공간 ‘감정서가’에서 2021년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의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은 콜라주 아트워크 키트를 통해 ‘나’의 감정을 시, 그림, 글쓰기의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고 표현해 보는 비대면 프로그램이다. 감정서가에서는 이를 통해 시민들 저마다의 다양한 감정의 형태와 정의를 모은 감정백과사전을 편찬한다. 9월 27일부터 선착순으로 1,500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였고, 현재는 신청이 마감이 된 상태이다.

10월 말, 신청 확인 문자와 함께 콜라주 아트워크 키트가 택배로 도착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자신의 감정을 이미지 콜라주와 텍스트 콜라주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아트워크 키트는 이러한 활동 진행 과정의 설명이 담긴 소책자, 염지희 작가의 콜라주 작품집 (프롤로그), 활동 준비물, 작품 회신 준비물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콜라주 아티스트인 염지희 작가의 작품을 활동 전에 감상하고 참고할 수 있어, 활동을 더 쉽게 이해하고 진행할 수 있었다.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이미지 콜라주와 텍스트 콜라주로 표현할 수 있는 콜라주 아트워크 키트 ⓒ최혜민
자신의 감정을 이미지 콜라주와 텍스트 콜라주로 표현할 수 있는 콜라주 아트워크 키트 ⓒ최혜민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의 콜라주 아트워크 키트는 가위, 풀, 펜, 소책자, 염지희 작가 작품집, 활동 준비물로 구성되어 있다 ⓒ최혜민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의 콜라주 아트워크 키트는 가위, 풀, 펜, 소책자, 염지희 작가 작품집, 활동 준비물로 구성되어 있다 ⓒ최혜민

1. 감정의 고고학 : 콜라주 시, 감정의 시작

첫 번째 활동은 나의 감정을 보기 시작하는 활동인 ‘감정의 고고학’이다. 키트에는 감정 단어, 감정 채집, 감정 시작, 펜이 들어 있었다. 먼저 ‘감정 단어’에 수록된 단어들 중 마음이 가는 단어를 찾아 체크하고, 비어 있는 표에는 자신만의 단어를 새롭게 적어 넣어 감정 단어 표를 완성한다. 내가 치중해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문장들이 담긴 ‘감정 채집’을 읽은 후, 마음이 끌리는 문장들을 표시하고, 빈 페이지에 자신이 품고 있는 문장들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이 문장들 중 다섯 개의 문장을 선택해, 자유롭게 조합하여 ‘감정 시작’에 콜라주 시를 완성한다. 흩어져 있던 감정의 조각들을 마주하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프로그램 첫 번째 활동인 '감정의 고고학' 은 감정 단어, 감정 채집, 감정 시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혜민
프로그램 첫 번째 활동인 '감정의 고고학' 은 감정 단어, 감정 채집, 감정 시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혜민

2. 이미지의 고고학 : 콜라주 그림, 자라나는 이미지

‘감정의 고고학’이 감정의 시작을 찾는 활동이라면, 두 번째 활동인 ‘이미지의 고고학’은 콜라주 그림을 통해, 자라나는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이미지의 고고학’에서 참여자는 키트에 담긴 50장의 흑백 사진 중 10장을 선택하여, 그 안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오리고 조합한다. 주어진 원형 종이에 콜라주 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활동을 위한 가위와 풀도 키트 안에 제공되어 편리했다. 두 번째 활동은 프로그램 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활동으로, 감정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확장시킬 수 있었다. 완성된 콜라주 그림을 다섯 문장의 시로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상상하고 덧붙일 수 있어 재미를 더했다. 
 '이미지의 고고학'을 위해 콜라주 그림을 위한 흑백 사진 50장, 가위, 풀, 원형 종이가 필요하다 ⓒ최혜민
'이미지의 고고학'을 위해 콜라주 그림을 위한 흑백 사진 50장, 가위, 풀, 원형 종이가 필요하다 ⓒ최혜민
'이미지의 고고학' 활동을 통해 나만의 콜라주 그림을 완성하였다 ⓒ최혜민
'이미지의 고고학' 활동을 통해 나만의 콜라주 그림을 완성하였다 ⓒ최혜민

3. 이야기의 고고학 : 콜라주 글쓰기, 끝없는 이야기

마지막 활동인 ‘이야기의 고고학’은 앞의 두 활동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이야기를 쓰는, 콜라주 글쓰기 활동이다. ‘조각 노트’와 ‘이야기 노트’가 제공된다. 먼저 조각 노트에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적은 후, 이야기 노트에서 그 이야기의 조각들을 연결하고 모아 글을 쓴다. 처음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 조금 막연하게 느껴졌다. 조각 노트에 여러 감정과 경험들을 적어 서로 연결하고 조합하니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야기 노트에 콜라주 글쓰기를 하면서, 앞선 두 활동에서 조금씩 표현되었던 필자의 감정들이 글로써 정리되고 완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고도 새로운 ‘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마지막 여정이었다. 
'이야기의 고고학' 활동의 '조각 노트'와 '이야기 노트' ⓒ최혜민
'이야기의 고고학' 활동의 '조각 노트'와 '이야기 노트' ⓒ최혜민

완성된 세 활동의 결과물은 ‘에필로그’의 회수 봉투에 ‘고고학 파일’과 함께 넣었다. 고고학 파일에는 필자의 본명, 필명, 각주, 감정 색인, 소감 및 후기를 적었다. 회수 요청은 메일로 가능하였고, 감정서가에서 문자 및 SNS로 회수 과정을 상세히 알려주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비어 있던 콜라주 키트에 필자의 감정과 이야기를 듬뿍 채워 넣어 다시 돌려보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택배를 받을 때보다 회수 상자는 가벼웠지만, 필자의 마음이 담겨 더 무겁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결과물을 회수하기 위해 적어야 하는 '에필로그'의 '고고학 파일'에는 본명, 필명, 각주, 감정 색인, 소감 및 후기를 적을 수 있다.  ⓒ최혜민
마지막으로 결과물을 회수하기 위해 적어야 하는 '에필로그'의 '고고학 파일'에는 본명, 필명, 각주, 감정 색인, 소감 및 후기를 적을 수 있다. ⓒ최혜민
활동의 결과물들을 모아 회수 봉투에 담았다  ⓒ최혜민
활동 결과물들을 모아 회수 봉투에 담았다 ⓒ최혜민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의 감정에 온전히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평소라면 흘려 보냈을 감정에 집중하고, 나 자신을 자세히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올해의 끝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또 새로운 한 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힘을 얻었다. 회수된 결과물들은 12월 중, 2021 감정백과사전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필자의 결과물이 어떻게 출간될지, 또 다른 사람들의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감정서가는 일상의 감정을 그저 흘려 보내지 않고 탐색하고 사유하는 공간이다. ‘프로젝트 사서함 - 감정의 고고학’과 같은,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모색하며 제공하고 있다. 2022년에는 감정서가의 어떤 프로그램들이 우리와 함께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고 싶은 이가 있다면, 새해의 시작을 감정서가와 함께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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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최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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