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멋 가득! 섬세하고 촘촘하게 얽힌 '서울공예박물관'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1.11.23. 14:33

수정일 2021.11.23. 14:45

조회 2,133

지난해 종로 안국동을 지날 때다. 공사 중인 건물이 눈에 띄었다. 화려한 색의 둥근 외형이 근사해 보였다. 어떤 건축물이 생길지 궁금했는데, 그곳에 특별한 박물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통 공예의 역사를 담은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지난 7월 15일 개관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탓에 개관식을 무기한 연기한 채 사전예약제를 통해 관람객을 받고 있다. 공사 중이던 건물이 어떻게 완성됐는지 궁금했다. 공예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관람을 위해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과 전시3동 사이의 공예마당 ⓒ박은영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과 전시3동 사이의 공예마당 ⓒ박은영

사전예약 정원은 회차별 90명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에 따라 크게 늘었다. 이달 28일까지 330명, 30일 이후부터는 450명까지 동시 입장이 가능하다. 시간은 평일 10시에서 오후 6시 사이 일일 6회, 회당 80분을 관람할 수 있다. 어린이박물관도 기존 회차당 최대 20명에서 60명으로, 하루 2회 운영에서 3회 운영으로 확대됐다. 예약 완료 후에는 문자로 예약 확인 메시지가 전송된다.
안내동의 의자 하나하나 모두 작가의 작품으로 조성돼 있다. ⓒ박은영
안내동의 의자 하나하나 모두 작가의 작품으로 조성돼 있다. ⓒ박은영

예약 확인 메시지를 확인한 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공예박물관으로 향했다. 1944년 풍문여자고등학교로 개교한 뒤 약 70년간 학교로 이용됐던 장소에 이젠 학생들 대신 공예품들이 가득했다.

2014년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하고, 2017년 학교를 자곡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서울공예박물관이 조성됐다. 건물들 사이 운동장으로 쓰였을 장소엔 푸른 잔디를 조성하고 사이에 길을 만들었다. 주위엔 안내동과 전시1동, 3동 건물이 보였다. 뒤로 연결된 동그란 교육동은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당시 만났던 건물로 규모가 크고 근사했다. 안내동에는 사람들이 관람 입장을 위해 줄을 섰다. 체온을 측정하고 QR체크와 소독을 한 후 예약을 확인하고 입장밴드를 받았다. 전시를 관람하는 시간 동안 밴드를 손목에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공예로 만들어진 고가구들 ⓒ박은영
공예로 만들어진 고가구들 ⓒ박은영
어린이박물관으로 조성한 교육동 전경 ⓒ박은영
어린이박물관으로 조성한 교육동 전경 ⓒ박은영

사실 어린이박물관이 있는 교육동을 관람하고 싶었지만, 예약이 마감돼 갈 수 없었다.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는 전시동의 2층과 3층에 걸쳐 연결돼 있었다. 학교 건물이었기에 공간과 더불어 연결된 통로가 많아 길을 찾기 어려웠지만, 입구나 코너마다 안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위치를 물어볼 수 있었다. 

전시 1~2동의 상설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자연에서 공예로-장인, 공예의 전통을 만들다'와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였다. 인류와 함께 발전해 온 공예의 역사를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일제강점기에 위축된 전통공예를 뒤로 하고 산업 공예가 일상에 파고들며, 공예품은 관광 상품이나 기념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아울러, 공예품이 미술작품의 한 분야로 편입되는 과정이 시대별로 담겨 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자개장이나 나전칠기 보석함 등이 반가웠다. 전시를 통해 나전칠기의 제작과정이 20단계나 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신기하고 귀했던 일상의 물건들은 작품이 돼 이곳에 진열돼 있다.  모든 시대, 모든 분야의 공예를 다루고 있어 전시 규모도 방대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공예를 만날 수 있는 서울공예박물관 ⓒ박은영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공예를 만날 수 있는 서울공예박물관 ⓒ박은영
장인의 작업장 ⓒ박은영
장인의 작업장 ⓒ박은영

2층 '자수, 꽃이 피다'에서는 커다란 자수 병풍을 비롯해 주머니, 안경집, 보자기와 옷, 신발 등 일상생활에서 썼던 다양한 자수 공예품을 선보인다. 화사하고 섬세한 작품들이 곳곳에 있다. 대부분 19∼20세기 제작된 작품들로 그림을 그리듯 정성 들여놓은 자수에서 옛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읽을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고려 시대, 조선 시대,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한 다양한 공예품의 전시 준비는 2년여에 걸쳐 진행됐다고 한다.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도 전시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주요 작품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재료, 제작 방법, 제작 배경, 용도 등을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자수 작품의 경우 터치스크린을 통해 작품 곳곳을 확대해 보면서 어떤 재료로 어떤 자수 기법을 써서 수를 놓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이 공예품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 느껴볼 수 있도록 촉각 관람존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전시 2동에서 진행되는 '손 끝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공예' 전시 ⓒ박은영
전시 2동에서 진행되는 '손 끝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공예' 전시 ⓒ박은영
조선시대를 반영한 여러가지 모양의 갓과 갓끈 ⓒ박은영
조선시대를 반영한 여러가지 모양의 갓과 갓끈 ⓒ박은영

현대의 공예품을 보고 싶다면 전시 1동, 3층의 기획전시실로 올라가 보자. 광복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동해 온 공예가들의 작품을 모아 보여주는 기획전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가 열리고 있다.

나무뿐 아니라 금속,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써서 전통 소반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18세기 조선 시대 백자인 달항아리를 다양한 재료와 빛깔, 패턴으로 재탄생시킨 현대의 달항아리 등이 눈길을 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된 공예품들은 디지털 시대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품 옆에 놓인 화면을 통해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직물자료를 보관중인 수장고와 궁중의 화려한 보자기부터 민간에게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보자기에 이르기까지의 크기, 소재, 구성방법에 따라 쓰임이 다양해지는 보자기의 실용성과 장식성을 소개하는 기증자 전시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서울의 전통공예를 이어온 스물다섯명의 서울무형문화재
서울의 전통공예를 이어온 스물다섯명의 서울무형문화재

전시를 보기 위해 이동하다 보면 통유리를 통해 커다란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교육동 옆에 자리한 은행나무는 40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고목으로 키가 20m가 넘는 고고한 자태를 보였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에 좋았는데, 돌로 된 의자들 역시 작가의 작품으로 고흥, 영주, 원주, 보령,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돌을 한군데 모았다고 한다. 둥글고 다채로운 색상의 교육동과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가을의 색감을 가득 담고 있어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실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둘러볼 수 있도록 개방된 박물관의 야외공간이지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2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는 출입은 제한하고 있다.
전시2동과 교육동 사이에 있는 400년 된 은행나무
전시2동과 교육동 사이에 있는 400년 된 은행나무

서울공예박물관은 박물관 자체가 공예가 되길 바라는 기획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전통 문화의 거리 인사동에 의미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빈 구석 하나 버려지는 공간 없이 촘촘한 공예 작품으로 조성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역사 속 우리 일상의 공예품을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며, 일상이 결국 내 주변의 공예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우리 공예의 아름다움과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공예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안국동)
○ 가는법 : 3호선 안국역 하차 1번 출구에서 50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일 6회차, 회차당 330~450명, 회당 80분)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약 관람)
홈페이지
○ 문의 : 02-6450-7000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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