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추수를? 서울어린이대공원 논 체험교실 추수하는 날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1.10.28. 13:55

수정일 2021.10.28. 16:57

조회 2,387

어린이대공원 안에 자리한 논이 추수를 앞두고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어린이대공원 안에 자리한 논이 추수를 앞두고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최윤정

윤기가 좔좔 흐르는 하얀 쌀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 우리의 주식이다. 밥 한 공기에 담긴 쌀이 약 3,000알 정도. 한 톨의 쌀이 나오기까지 무려 88번의 손길이 간다고 하니 감사함이 절로 나온다. 단풍만큼이나 가을을 대표하는 황금들판, 서울 도심에서 보기 힘든 추수 현장이 벌어졌다. 

바로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즐거운 추수하는 날이다. 어린이텃밭 일부를 논으로 활용한 현장에선 초보농사꾼 어린이농부들이 직접 벼 베기, 탈곡, 키질까지 활약을 펼쳤다. 서울에서 도시 텃밭은 많이 볼 수 있는데, 논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대공원은 도심에서 자연과 공감하고 농경교육을 체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텃밭과 논 농사를 매년 3~10월 운영하고 있다. 

“볏단을 잡고 쓱쓱 한 번에 자르세요.”
아이들과 어른들이 논에 들어가 익은 벼를 베기 시작했다. 낫질도 처음이지만 볏단을 한 웅큼씩 잡고 한번에 싹 자른다. 사전에 안전교육을 잘 받은 덕분이다. 초반 어색했던 솜씨도 시간이 갈수록 일취월장한다. 허리 한번 펴고 다시 쓱 모두가 열심히 하는 사이 볏단이 수북이 쌓였다. 
참가자들이 열심히 한 덕분에 수북히 쌓인 볏단
참가자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에 수북히 쌓인 볏단 ⓒ최윤정
홀테라고 부르는 탈곡기에서 낱알이 우수수 떨어진다.
홀테라고 부르는 탈곡기에서 낱알이 우수수 떨어진다. ⓒ최윤정

지금은 기계로 다 한다지만 이 날 현장에선 전통 추수방식을 체험했다. 볏단을 터는 시간, 탈곡기와 홀테가 제 몫을 한다. 방금 수확한 볏단을 넣고 발을 구른다.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낱알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왕겨를 벗겨내는 도정작업도 이어진다. 속겨와 왕겨를 구분해 떼어내 방아를 돌리고 키질을 했다. 드라마에서 본 키를 써서 툭툭 털어내니 껍질은 날아가고 쌀알만 남는다. 
모내기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 쌀은 88번의 손길을 거친다.
모내기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 쌀은 88번의 손길을 거친다. ⓒ최윤정

벼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익은 벼는 곡식이 되고, 속겨는 기름을 내고, 왕겨는 건축재료로, 볏짚은 가축의 사료나 새끼를 꼬아 방석이나 짚신, 초가지붕에 얹어졌다. 또한 볏단은 다음 해의 농사를 위한 밑거름과 아궁이의 연료로도 쓰였다. 
왕겨와 속겨를 벗겨내니 쌀알이 나온다.
왕겨와 속겨를 벗겨내니 쌀알이 나온다. ⓒ최윤정
손으로 직접 도정작업을 배우고 있다.
손으로 직접 도정작업을 배우고 있다. ⓒ최윤정

“옛날 사람들은 이 모든 과정을 손으로 했으니 많이 먹어야 하루 두 끼밖에 먹을 수가 없었어요.” 
강사님의 설명에 어른 아이 모두 진지한 표정이다. 쌀이 참 귀하다는 것을 새삼 배운다. 오늘 수확한 전통방식으로 얻어진 유기농 쌀은 인근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진단다. 

참가자들은 “도시에서 보기 드문 체험이다”, “힘들게 만들어지는 쌀의 소중함을 배웠다”, “유익했다” 등 여러 체험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마친 후에도 볏단을 더 베어보겠다며 열심히 일하는 초등학생과 빗자루로 만든다며 볏짚을 얻어가는 가족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추수 행사는 옛 농촌의 정서와 우리 쌀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생태 체험이다.
추수 행사는 옛 농촌의 정서와 우리 쌀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생태 체험이다. ⓒ최윤정

추수에 참여한 시민들은 ‘공원을 살리는 한 시간’이란 캠페인에 자동 참여돼 한 시간을 1만원으로 환산해 어린이대공원에 기부하는 봉사활동으로도 인정받는다. 추수의 기쁨과 더불어 인근에 필요하신 분들에게 쌀도 나눔하고 봉사도 하고 1석3조의 이번 행사는 모집공고가 뜨자마자 마감되며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코로나로 모심기는 사회적협동조합 '논살림'에서 맡아 심었다.
올해 코로나로 모심기는 사회적협동조합 '논살림'에서 맡아 심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쌀을 밟으면 발이 삐뚤어진다’란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은 쌀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 밥만한 보약이 없다고도 했다. 요즘 그 중요한 자리를 빵에 내준 듯한 분위기도 있지만, 모내기부터 추수까지의 과정을 직접 해보면 식탁에도 작은 변화가 올 것 같다. 

현재 서울에는 광진구 어린이대공원과 강동구 일자산 정도에서만 논을 경작하고 있다. 논은 벼만 심는 농경지가 아니다. 오리, 물고기, 우렁, 수생잠자리 등 수생생태계의 보고다. 환경 정화, 대기온도와 홍수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텃밭과 함께 조금씩 늘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의 혜택을 누리며 살았으니 좋은 장소와 취지를 공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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