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살았던 오늘을 만나다" 전태일기념관 공연·전시 체험기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1.10.12. 10:32

수정일 2021.10.12. 17:12

조회 677

2021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달릴 준비를 하지만 좀처럼 기회의 신호탄은 울리지 않는다. 
꿈을 꾸라고 해서 꿈을 꿨고,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의 차례는 다음 세대에게 넘어가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결국 세상을 등질 것인가, 
아니면 박차고 나아갈 것인가.
- <젊은 그대:그들이 살았던, 오늘> 시놉시스
전태일기념관 홈페이지에서 공연을 예약하고 공연 당일 티켓을 받았다.
전태일기념관 홈페이지에서 공연을 예약하고 공연 당일 티켓을 받았다. ⓒ김수정

잔심부름을 하며 온종일 일하지만 언제 잘릴지 몰라 퇴근 후 어학원을 다니며 스펙을 쌓는 비정규직, 무례한 손님들에게 종일 시달리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빚 독촉인 편의점 사장,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6년째 탈락의 길을 걷고 있는 고시생, 한번의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서 보겠다며 빵집을 차린 초보사장, 사업실패 후 이혼한 아내에게 양육비를 챙겨주며 아들을 보고싶어 하는 배달라이더, 힘겹게 번 돈으로 불법으로 개조한 집을 사게 돼 벌금을 내게 된 연극인…. 

이들은 모두 2021전태일기념관지원사업선정작 연극 ‘젊은 그대:그들이 살았던, 오늘’ 속 30대들의 모습이다. 전태일기념관에서는 노동 운동과 관련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노동 중심 가치에 적합한 단체의 공연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시민들에게 전태일기념관의 상징성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종로구 청계천변에 세워진 전태일기념관
종로구 청계천변에 세워진 전태일기념관 ⓒ김수정

필자도 공연을 예약하고 시간에 맞춰 종로구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 갔다. 기념관 2층 울림터를 찾아가니 체온측정과 자가진단표를 적고 명단 체크 후 표를 나눠주었다. 이곳은 60석의 규모의 극장이지만 현재 좌석 간 거리두기로 20명까지만 관람객을 받고 있다. 연극에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검사 후 음성확인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철저한 방역으로 안심하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이 열리는 2층 극장, 울림터
공연이 열리는 2층 극장, 울림터 ⓒ김수정

20석이 꽉 차고 공연이 시작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연속해서 이어지면서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렀다. 이야기에 빠져 무대에 집중하는 중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필자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 젊은 연인들 등 연령층도 달랐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다들 공감이 되는 듯 했다. 함께 간 중학생 아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여서 인지 공연이 끝나고 대성통곡을 하길래 꼭 안아주었다. 50여년 전, 전태일의 삶과 지금 청년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2021 전태일기념관 공연예술지원사업 선정작품 ‘젊은그대: 그들이 살았던, 오늘’은 10월 10일 공연을 마쳤다. 이후 또 다른 선정작품 ‘파란풍선 : 아라발 3부작’이 10월 23일부터 31일까지 2층 울림터에서 매일 펼쳐진다. 월요일은 휴무다. 공연 예약은 전태일기념관 홈페이지(https://www.taeil.org/)에서 신청할 수 있다.
공연은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갔고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은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갔고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수정

공연이 끝나고 전태일기념관 3층에 마련된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상설전시실 이음터에서는 가난했지만 배움에 행복했고 나눔을 기뻐했던 스물셋 청년 전태일의 삶과 꿈을 만나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우산 장사,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을 하며 보낸 그의 어린시절부터 17살 평화시장의 봉제 노동자가 되어 바라본 열악한 노동 현실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태일기념관 3층에 마련된 상설전시실
전태일기념관 3층에 마련된 상설전시실 ⓒ김수정

특히 노동과 밤샘 야간작업에 시달려야 했던 평화시장의 다락방을 재현한 공간은 좁고 낮아서 허리조차 펼 수도 없었다. 전태일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보회 이후엔 삼동회를 결성, 노동실태를 조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근로조건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결심하게 된다. 
열악했던 당시 노동 현장을 재현한 다락 작업장
열악했던 당시 노동 현장을 재현한 다락 작업장 ⓒ김수정

기획전시실 꿈터에서는 이소선 10주기 특별기획전 ‘목소리’가 전시가 한창이다. 이소선 여사는 전태일의 어머니이자 인권운동가다. 전태일은 숨을 거두기 전, 어머니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일을 이루어달라 부탁했고, 어머니는 그의 뜻을 이어 청계피복노동조합을 창립하고 노동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10주기 특별기획전은 이소선을 떠올리는 15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함께했던 목소리, 사진, 사료와 함께 현대작가 신민과 오민수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소선 10주기 특별기획전 '목소리'가 전시 중이다.
이소선 10주기 특별기획전 '목소리'가 전시 중이다. ⓒ김수정
현대미술작가 신민의 작품 '우리들'
현대미술작가 신민의 작품 '우리들' ⓒ김수정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하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신 항거를 통해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불러일으켰던 전태일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전태일기념관에서의 공연과 전시는 우리사회의 아픔과 노동의 가치, 인권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 전태일기념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05
○ 운영시간 : 10:00 ~ 18:00, 매주 월요일
○ 홈페이지 : https://www.taeil.org/
○ 문의 : 02-318-0904

시민기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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