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안 한 지 오래~ 덜컥 '손뜨개나눔단'을 신청했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10.05. 13:50

수정일 2021.10.05. 14:44

조회 3,142

지난해 ‘50+자원봉사단 목도리뜨기 나눔단’의 목도리 전달 현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던 당시 50+서부캠퍼스에서 홀몸 어르신께 목도리를 만들어드린 행사였다. 50명이 100개 정도의 목도리를 준비해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 전달했다. 한 땀 한 땀 짠 목도리만큼이나 따뜻한 현장이었다. 
50+서부캠퍼스에서 추진한 자원봉사단 ‘손뜨개나눔단'
50+서부캠퍼스에서 추진한 자원봉사단 ‘손뜨개나눔단’ ⓒ50+서부캠퍼스

‘8월의 크리스마스. 한 땀 한 땀 정성 가득한 손뜨개 목도리를 지역 내 홀몸 어르신께 전달합니다. 마음의 온기와 행복을 전할 50+ 자원봉사단을 모집합니다.’

지난해의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 지난 8월 ‘손뜨개나눔단’ 공고를 본 순간 덜컥 신청을 하고 말았다. 마음을 보태고 싶어 신청했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뜨개질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며칠 후 털실꾸러미 등 재료가 도착하자 도리 없이 짤 수밖에 없었다. 
패키지에는 두 가지 색 털실 세 꾸러미와 기본 도안 프린트물 등이 들어 있었다.
패키지에는 두 가지 색 털실 세 꾸러미와 기본 도안 프린트물 등이 들어 있었다. ⓒ이선미

기본적인 방법을 프린트해서 함께 받았고 QR코드로 유튜브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좀 긴장된 자세로 유튜브에 들어갔다. 한 코 한 코 이미 뜨개질이 시작됐다. 겉뜨기, 안뜨기, 걸러뜨기 등 낯선 단어들이 다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대바늘을 들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따라해 보았다.
대바늘을 들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따라해 보았다. ⓒ이선미

신기하게도 ‘코를 잡는다’는 걸 몸이 기억했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사격훈련의 흔적으로 총을 쏠 때의 자세를 몸이 기억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대바늘을 손에 잡자 코를 잡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코를 잡는' 걸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코를 잡는' 걸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선미

목도리는 ‘변형가터뜨기’ 방법을 반복했다. 1단과 2단을 계속하는 것이어서 어려울 건 없었는데 가끔은 그 단순한 방법이 더 헛갈리기도 했다. 사실은 처음 시작하면서 몇 번을 풀고 다시 했다. 제대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프린트된 도안과 유튜브 영상을 따라하니 별로 어렵지 않았다.
프린트된 도안과 유튜브 영상을 따라하니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선미

지난해 겨울 초입에 전달했던 기억이 있어서 느슨하게 생각했는데 어느날 보니 제출해야 할 날짜가 코앞이었다. 부랴부랴 속도를 냈다. 원래 급하면 문제가 더 꼬이기 마련인 법. 실도 자꾸 엉키고 1단과 2단을 실수하기도 해서 풀었다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엉킨 실을 풀면서 심호흡하며 급한 마음을 달랬다. 
급할수록 실이 꼬이고 실수도 하게 되었다.
급할수록 실이 꼬이고 실수도 하게 되었다. ⓒ이선미

확실히 뭘 해도 잘하는 금손들이 있는데 필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목도리가 길게 이어지면서 삐뚤삐뚤 실상이 드러나고 있었다.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모양도 예쁠 텐데 내가 만든 목도리를 받는 어르신이 마음에 안 차 하면 어쩌나 염려가 생기기도 했다. 
서툰 솜씨에 괜히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서툰 솜씨에 괜히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선미

빨강과 파랑, 두 가지 실 세 타래로 각각 약 1미터 80센티미터 길이의 목도리를 만들었다. 무더운 여름 낮에 털실을 잡고 있으려니 따뜻했다. 색깔 때문에 크리스마스 기분이 났다. 한여름에 느끼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괜찮았다.
실을 이은 부분도 돗바늘로 꼼꼼하게 마무리했다.
실을 이은 부분도 돗바늘로 꼼꼼하게 마무리했다. ⓒ이선미

제출하러 가는 날은 새벽까지 목도리를 짰다. 돗바늘로 마무리를 하고 카드에 짧은 인사도 적었다. 급히 쓰느라 글씨도 예쁘지 않았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보았다. 양말목으로 만든 꽃을 달고 나니 나름 괜찮아 보였다.
짧은 인사말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짧은 인사말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선미

전달장소는 지난해와 같이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이었다. 지난해보다 참여자가 많아서 수량도 한결 넉넉했다. 복지관 담당자는 어르신들이 외출할 때 무척 따뜻하게 잘 쓰셨다고 전해줬다. 
50+서부캠퍼스와 은평노인종합복지관 담당자들이 후원품전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50+서부캠퍼스와 은평노인종합복지관 담당자들이 후원품전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직접 전달하면 더 좋겠지만 코로나19 방역수칙 때문에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이 어르신들을 찾아 뵈면서 전달한다. 지난해처럼 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을 받는 어르신들께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80명의 50+세대가 여름날 짠 목도리마다 따뜻한 마음들이 담겼다.
80명의 50+세대가 여름날 짠 목도리마다 따뜻한 마음들이 담겼다. ⓒ이선미

50+중부캠퍼스, 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참여자 모집

어르신들을 위한 뜨개질은 아니지만 50+중부캠퍼스에서는 ‘따뜻한 숲길-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시즌2’ 뜨개질 나눔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뜨개질 나무옷은 겨울나무에 온기를 더하고 해충 방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경의선숲길 가로수 100그루를 감쌀 나무옷 만들기를 원하는 시민들은 10월 10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50+중부캠퍼스 홈페이지(☞바로가기)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50+중부캠퍼스에서는 ‘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뜨개질 나눔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50+중부캠퍼스에서는 ‘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뜨개질 나눔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50+중부캠퍼스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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