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된 40년 된 지하철역의 멋진 변신, 기대해!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1.09.30. 15:07

수정일 2021.09.30. 15:07

조회 1,985

강북구에서 태어나 성북구에 살고 있는 필자는 개통이래 꾸준히 이용해 왔던 만큼 동대문역 모습이 무척이나 익숙하다. 최근 기억나는 동대문역은 낡고 덥거나 복잡한 모습이었다. 벽면에는 긴 세월이 느껴졌고, 환승구간의 천장은 유난히 낮아 덥고 갑갑했다. 

서울교통공사는 40여년이 지난 낡은 역들의 환경개선 공사를 시작했다.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동대문역·종로5가역과 2호선 잠실새내역 등 4개 역이다. 1호선 3개 역은 1974년 8월15일, 2호선 잠실새내(이전명 신천)역은 1980년 10월에 개통해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초기 설계로 인해 시민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또 일부는 세월이 흐르면서 역 천장의 보기 흉한 구조물이 노출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4월말 공사를 마치고 말끔하게 재단장한 동대문역부터 찾았다. 
환경개선 공사를 마치고 말끔하게 단장한 동대문 환승역
환경개선 공사를 마치고 말끔하게 단장한 동대문 환승역 ⓒ박은영

종로나 시청을 가기 위해 4호선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을 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단을 오르고 또 긴 통로를 지나 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1호선을 탈 수 있다. 양 노선 간 환승거리가 길어진 이유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보물 1호인 흥인지문과 근접하게 역을 지으면 전동차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이에 1호선 역사는 원래 예정했던 위치보다 동쪽으로 20m 이동하고 4호선은 율곡로 하단에 건설돼 환승통로가 좁고 긴 모양이 됐다고 한다. 
동대문역 내 긴 연결 통로, 낮고 답답한 모습을 벗고 쾌적하게 변신했다.
동대문역 내 긴 연결 통로, 낮고 답답한 모습을 벗고 쾌적하게 변신했다. ⓒ박은영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는 역 내 휴게공간도 있다. 코로나로 지금은 이용할 수 없다.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는 역 내 휴게공간도 있다. 코로나로 지금은 이용할 수 없다. ⓒ박은영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 4호선 승강장에서 내렸다.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오르고 긴 통로를 걸을 때까지만 해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변화는 1호선을 타고 4호선으로 갈아타는 통로에서 환하게 나타났다. 70m 길이의 긴 복도형 통로는 밝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공사로 늘 낮게 드리워졌던 천장이 말끔하게 정리됐고, 휴대폰을 충전하며 쉴 수 있는 주민 휴게공간까지 조성됐다. 덥고 습했던 통로는 이제 높아진 천장과 환기장치 등으로 쾌적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개통 당시 모습을 재현한 작은 역사관도 세워졌다.   
개통 당시 모습을 재현한 작은 역사관도 마련됐다.
개통 당시 모습을 재현한 작은 역사관도 마련됐다. ⓒ박은영
4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길의 계단
4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길의 계단 ⓒ박은영

1호선 승강장의 변화를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던 곳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공간이었다. 천장과 색을 같이한 은색 철제의자 위로 와이파이 공유기가 여러 대 보였다. 주위에는 위급상황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하철 승강장 비상전화 SOS와 소화기가 비치됐고 곳곳에 환기장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정보통신기술(ICT)로 역사를 관리하는 스마트 스테이션(Smart Station)이 적용된 것이다. 3D맵, IoT센서, 지능형 CCTV 등을 활용해 보안, 재난, 시설물, 고객서비스 등 역에서 필요한 업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라고 한다. 스마트 스테이션은 현재 2호선 전 역사와 5·7호선 군자역 등에 도입돼 있다.
눈에 잘 띄이는 곳에 긴급전화와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
눈에 잘 띄이는 곳에 긴급전화와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 ⓒ박은영
지하철을 기다리는 의자 위 마련된 와이파이 공유기
지하철을 기다리는 의자 위 마련된 와이파이 공유기 ⓒ박은영

자세히 봐야만 보이는 특별한 배려도 있었다. 남은 음료수를 버릴 수 있도록 한 지점이다. 사실 지하철이 도착해 급하게 탑승을 해야 하는 순간, 다 마시지 못한 음료수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유용해 보였다. 또한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손소독제 역시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편의를 제공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후 코로나 감염이 불안한 시민들은 지하철 탑승 전후 손소독제를 사용할 수 있다. 
승강장 주변 남은 음류수를 버리는 곳
승강장 주변 남은 음류수를 버리는 곳 ⓒ박은영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손 소독제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손 소독제 ⓒ박은영

이처럼 1호선 3개 역(동대문·신설동·종로5가)은 노후된 공간을 개선하고 지하철 역사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기본 디자인은 공통으로 하여 통일감을 조성하되 세부적인 특성은 역과 이용객을 분석한 결과를 반영했다. 
우이경전철을 탈 수 있는 신설동역도 새롭게 단장을 마쳤다.
우이경전철을 탈 수 있는 신설동역도 새롭게 단장을 마쳤다. ⓒ박은영

환경개선 공사가 완료된 지하철역의 변화는 시민들을 위한 환경과 안전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특히 냉방시설이 없었던 2호선 잠실새내역은 냉방시설을 설치하고, 동시에 역사 외벽・천장 등 마감재를 전면 교체해 쾌적하고 편리한 역으로 바뀌었다. 우이경전철을 탈 수 있는 신설동역은 ‘숲길’을 테마로 이동통로를 꾸며 이용객들이 공원의 숲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종로5가역은 1974년 개통 당시 역 구조 내부를 일부 노출시키면서 콘크리트와 대리석을 이용해 지하철 이용승객의 쉼터를 조성, 이용 승객이 역사적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정비를 마친 깔끔한 모습의 신설동역 승강장
정비를 마친 깔끔한 모습의 신설동역 승강장 ⓒ박은영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서울,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감하는 시민들의 튼튼한 발인 지하철의 쾌적한 변신이 무엇보다 반갑다. 그 어떠한 대중교통보다 빠르고 안전하다는 신뢰를 얻고 있는 지하철, 앞으로도 다채로운 역사의 변화로 지친 서울시민들의 작은 쉼표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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