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편리하게, 더 안전하게! 지하철 차량도 고쳐 쓰고 바꿔 쓴다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1.09.14. 16:02

수정일 2021.10.19. 11:25

조회 3,080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97) 지하철 전동차 개조 작업 변천사
한우진 시민기자

서울지하철은 1974년 첫 개통되어 4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지하철의 핵심은 사람이 타는 차량인 전동차이다. 승객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하철 전동차는 개조 작업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전동차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쉽게 구입을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버리기 전까지는 최대한 개조를 해서 기능을 향상시켜 사용한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설치된 과거의 서울지하철 전동차 ⓒ서울시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설치된 과거의 서울지하철 전동차 모습 ⓒ서울시

지하철 초창기의 대표적인 개조 작업은 바로 냉방 기기의 개조다. 초기의 전동차는 상부에 선풍기가 달려 있었다. 날개가 길고 덮개가 없는 실링팬 형태는 아니고, 목이 360도로 돌아가는 천장형 선풍기였다.

하지만 지하철 승객이 늘어나자 여름의 열기를 선풍기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건물에 에어컨이 많이 보급됨에 따라 지하철 안에도 에어컨이 추가로 설치되었다. 선풍기를 유지한 채 에어컨을 추가한 과도기도 있었으며, 지금은 처음부터 에어컨이 완비된 채로 전동차가 출시된다.
전동차 좌석을 불연재로 개조했다 ⓒ한우진
전동차 좌석을 불연재로 개조했다 ⓒ한우진

또 다른 전동차 개조 작업 중 내장재 개조가 있다.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때 전동차 실내의 가연재가 희생자를 늘린 것으로 판명되자, 전국의 모든 지하철이 내장재 개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가연재들을 불연재나 난연재로 교체하였다. 전동차 안에 스테인리스 형태의 딱딱한 의자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승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선두차 개조라는 것도 있다. 현재 지하철 1~3호선은 10량 1편성으로 운행 중인데, 처음부터 10량은 아니었다. 첫 개통 당시에는 6량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새 차를 끼워 넣어 10량으로 차츰 늘린 것이었다.

그런데 과거에는 전동차 내구연한 규정이 25년으로 엄격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편성량수를 늘린 전동차는, 운전대가 달린 앞뒤 칸은 폐차되고 비교적 새 차인 중간차만 남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중간차 일부의 끝을 잘라내고 운전대를 설치하여 선두차로 바꾼 후, 남은 중간차와 조합하여 전동차 새 편성을 만들었었다. 이런 문제는 4량에서 6량으로 늘어난 9호선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25년 규정이 완화되어 이런 번거로운 작업은 다시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동차 천장에 설치된 CCTV카메라 ⓒ한우진
전동차 천장에 설치된 CCTV카메라 ⓒ한우진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서울지하철도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이제 과거와 같은 대규모 개조 작업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승객 편의와 안전을 위한 원포인트 개조 작업은 지금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객실 안 CCTV 설치공기질 개선장치(공기청정기) 설치이다.

서울은 치안이 훌륭한 도시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은 어쩔 수 없이 치안 취약지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동차 실내에 CCTV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CCTV는 범죄 후 채증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사전에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기에 치안 개선에 효과가 크다.

이에 따라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지하철 전동차 내에 CCTV 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단 새로 도입되는 차량은 처음부터 CCTV를 달아서 나오도록 한다. 최근에 개통된 5호선 하남 연장이나 7호선 인천 석남 연장용 차량이 대표적이다. 또한 비교적 새 차이지만, CCTV가 없는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설치한다.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그만큼 범죄도 많이 발생하는 2호선, 7호선에 먼저 설치되었다.

문제는 폐차가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차량들이다. 이런 차에 설치하면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신차를 도입할 때까지 CCTV 설치를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이 경우 당분간 CCTV가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안전에 취약점이 생길 수 있다. 개인적인 제안으로는 설치에 비용이 적게 드는 무선 CCTV(IP카메라)를 탈착식으로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 이미 전동차 차내에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이 완비되어 있기 때문에 배선 비용이 적게 든다. 물론 무선인 만큼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보안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기존 전동차에 추가 설치되고 있는 공기질 개선장치 ⓒ서울교통공사
기존 전동차에 추가 설치되고 있는 공기질 개선장치 ⓒ서울교통공사

현재 진행 중인 또 다른 개조는 공기질 개선장치 설치다. 미세먼지가 주요 사회문제가 되자, 전동차 객실 내 공기질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전동차 객실은 밀폐된 데다가 사람까지 많다 보니 공기질이 나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전동차 객실 공기질 개선장치를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CCTV와 마찬가지로 새로 들여오는 전동차는 처음부터 설치해서 오고, 기존 차량에는 추가 설치한다. 객실이 넓은 것을 고려하여 서로 교차하여 한 칸에 4개를 설치한다. 공사에 따르면 24%에 가까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많은 시간을 전동차 객실에서 보내야 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서울지하철 신형 전동차ⓒ서울교통공사
서울지하철 신형 전동차 ⓒ서울교통공사

이렇듯 현재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고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설비가 완비된 새 전동차를 도입하면서,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설비가 없는 기존 전동차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가 설치하는 양면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가 빨리 변화하면서 전동차에 대한 승객의 요구사항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장 자가용 승용차만 해도 과거에 비해 새로운 기능을 많이 추가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지하철 전동차도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위하여 꾸준히 개선되어 나갈 것이다.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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