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종암동인가? '종암서재' 기획자에게 묻다

시민기자 강희원

발행일 2021.07.13. 10:39

수정일 2021.07.13. 16:10

조회 1,345

※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전에 취재한 내용입니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종암로에 위치한 문화공간 이육사 3층 교목실에서 지난 6월 25일부터 8월 15일까지 <종암서재> 아카이브 기획전을 연다. 전시의 부제는 ‘문학에서 찾은 우리 동네 이야기’이다. 해방 이후 종암동의 모습을 잘 그려낸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다.

그중 좌대에 전시된 여섯 편의 작품은 세 가지 기준에 의해 선정되었다. 첫 번째로 종암동과 주변 지역이 작품 속에 그려지는지, 두 번째로는 작가나 화자의 경험에 한국 사회의 변화가 녹아있는지, 마지막으로 잘 알려진 작가와 작품 외에 새로운 작품이 있는지가 그 기준이다. 이러한 <종암서재> 전시를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지 지난 7월 2일 김하윤 기획자와 문화공간 이육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하윤 종암서재 기획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하윤 종암서재 기획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희원

더운 햇빛을 피해 문화공간 이육사에 들어가니 배경 음악으로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입장하자마자 체온을 측정한 후 출입 명단을 작성하여 코로나 방역 수칙에 준수하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김하윤 기획자에게 문화공간 이육사와 종암서재 전시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문화공간 이육사는 2019년 12월 17일에 개관한 성북구청 직영기관으로, 이육사 선생이 종암동에 거주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진 후 종암동 주민들이 이를 기념하는 공간을 만들자고 건의한 것이 설립 배경이 되었다. 종암서재의 협력 기관으로는 성북문화원이 있으며, 일부 자료 제공이나 웹페이지 전시를 함께 하고, 자료 검수를 맡았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신문사나 출판사에 자료 협조를 받았다. 종암서재는 원래 가지고 있던 정보들과 함께 새로운 자료를 추가하여 전시를 구성했다.
종암서재 월텍스트 옆에 서 있는 김하윤 기획자
종암서재 월텍스트 옆에 서 있는 김하윤 기획자 ⓒ강희원

종암서재 전시에서 눈여겨볼 작품이나 관람객들에게 꼭 알려주고픈 작품에 대해 물었다. 

이에 첫 번째로 나희덕 작가를 꼽았다. 나희덕 작가는 유년 시기에 실제로 종암동에 거주하기도 했고, 박경리와 박완서의 뒤를 잇는 우리나라에서 주목하는 중견 여성 작가로서 재조명하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었다. 또한 젊은 작가인 박준 작가의 시 ‘종암동’을 볼 수 있으며 이 시를 전시함으로써 전시의 성격이 더욱 잘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영복 교수는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서예에도 능했던 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신영복 교수는 종암동에 위치했던 서울대 상대를 진학하였고 4·19 혁명과도 관련이 있다. 
종암서재의 전시 공간이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종암서재의 전시 공간이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강희원

다음으로는 전시 기획 등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전시를 준비할 때 신경을 썼던 부분에 대해 물으니 김하윤 기획자는 전시 공간을 특히 신경썼다고 답했다. 

문학과 지역의 역사를 전시하기 때문에 자칫 텍스트가 너무 많아지면 종암동에 거주하지 않는 관람객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공간을 서재나 카페처럼 구성해 친밀감을 높였다. 개인의 서재이자 작가의 서재, 우리 모두의 서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서재는 서적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방이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쾌적한 공간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된 책을 자유롭게 골라 전시 공간에 머물며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다. 전시회라고 하면 수동적으로 전시된 그림을 감상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만의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관람객들이 앉아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
관람객들이 앉아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 ⓒ강희원

마지막으로, 김하윤 기획자는 전시를 통해 미아나 안암에 비해 조용한 이미지인 종암동도 한국의 근현대사가 녹아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육사 선생이 종암동에 거주했다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알려졌다. 4·19 혁명의 물결이 종암동을 거쳐 지나갔고, 한국 사회의 격렬한 변화에 발맞추었던 모습을 문학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

종암서재 전시는 문화공간 이육사 3층 교목실에서 진행된다. 3층에 올라가면 종암서재의 정보를  월텍스트로 볼 수 있으며, 그 다음으로 ‘종암 기억 지도’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 존재했던 종암동의 장소를 볼 수 있다. 

종암서재 전시는 문화공간 이육사 3층 교목실에서 진행된다. 3층에 올라가면 종암서재의 정보에 관해 월텍스트로 볼 수 있으며, 그다음으로 ‘종암 기억 지도’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 존재했던 종암동의 장소를 볼 수 있다. 
종암서재에 전시된 박완서 작가 설명문
종암서재에 전시된 박완서 작가 설명문 ⓒ강희원

관람자는 6명의 작가들, 그리고 이외에도 종암동을 작품 속에 담아낸 작가들의 도서를 자유롭게 골라 바로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읽을 수 있다. 우드 톤의 아늑한 분위기에 각 자리마다 책을 읽기 적절한 조명이 비치되어 있어 편안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 실제로 박완서의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을 골라 읽어보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6·25 전쟁 이후 돈암동 일대를 배경으로 첫사랑의 아픈 추억을 회상한다. 그 과정에서 종암동에 위치한 상대의 집에 방문하여 집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남자네 집의 기둥에는 포탄 자국이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을 통해 전쟁의 흔적이 일반 사람들에게 어떻게 남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종암동에서 종암동과 관련된 소설을 읽는 일은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다.
종암서재에 비치된 해방 이후 종암동에 관련된 기사들
종암서재에 비치된 해방 이후 종암동에 관련된 기사들 ⓒ강희원

종암동에 있었던 작고 큰 사건들을 스크랩해둔 신문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사건들이 어떻게 보도되었는지 볼 수 있다.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은 빠르든 늦든 소설에서 다루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간이 지나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 담겨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와 반대로 신문은 사건 발생 이후 빠른 시간에 객관적으로 작성되어 당시 시대 상황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문학 작품과 함께 기사를 읽어보는 것도 당시 상황을 바라보는 좋은 도구가 된다. 
성북마을발견×문학에서 제공하는 지역 관련 문학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웹페이지
성북마을발견×문학에서 제공하는 지역 관련 문학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웹페이지 ⓒ강희원

문학작품이 전시된 공간과 책을 읽어볼 수 있는 공간 사이에는 관람객이 직접 전시된 작품 외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웹페이지 전시가 있다. 성북마을발견×문학 이라는 웹페이지는 성북문화원의 지원으로 전시되었다. 전시 이전부터 성북 지역과 연관된 문학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이다. 이 페이지는 성북 마을 아카이브에서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또한, 성북마을발견×문학 사이트를 통해 종암동뿐만 아니라 성북구 지역에 관련된 문학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각자 그리워하는 순간이나 기억을 직접 그리거나 글로 남겨 전시하는 기억서재
관람객들이 각자 그리워하는 순간이나 기억을 직접 그리거나 글로 남겨 전시하는 기억서재 ⓒ강희원

“당신에게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입니까?”

박완서 작가에게 종암동은 첫사랑과 관련된 지역이다. 나희덕 작가에게는 유년시절 상경하여 겪었던 고충을 생각나게 하는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박준 작가에게는 아버지가 그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장소로 남았다. 이렇듯 종암동은, 혹은 하나의 지역은 개인에게 각각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시 관람을 마치면 기억서재라는 공간을 통해 개인의 아름다운 추억, 혹은 슬펐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 관람자 개인의 기억이 모여 또 다른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문화공간 이육사

○ 위치 : 서울 성북구 종암로21가길 36-1
○ 운영시간 : 10:00 ~ 18:00
○ 휴무일 : 일요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법정공휴일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ulturalspace264/
○ 문의 : 02-928-0264

■ 관련 사이트

○ 성북마을 아카이브 : https://archive.sb.go.kr/isbcc/home/u/index.do
○ 성북마을발견×문학 : https://archive.sb.go.kr/litmap/

시민기자 강희원

대학생기자로서 대학생들의 관심사에 맞게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