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염지제`에 대해 정확히 알자!
서울톡톡
발행일 2014.03.11. 00:00
[서울톡톡] 일반적으로 치킨은 미리 염지된 닭고기에 튀김 반죽을 입혀 튀겨내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그런데 최근 치킨의 제조 과정 중 염지단계에서 나트륨의 과다한 사용으로 맛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정체 모를 백색가루를 사용한다는 언론보도로 치킨의 염지가 문제가 되었다. 또 닭고기에 주사기를 이용하여 염지제를 주입하거나 그런 닭고기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는 장면 등을 문제 삼으며 논란이 증폭되었다. 그러나 이는 식육의 염지에 대한 지식의 부족에 따른 오해와 편견에서 기인된 것으로 생각된다. |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식생활 양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외식문화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통계청의 외식소비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전체 가구 지출의 식료품비 중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18.8%, 2000년 38.8%, 2008년 45.3%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외식의 증가는 육류 소비량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건강 지향적인 식품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육류 중에서도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비해 저칼로리, 고단백으로 알려진 닭고기의 선호도가 급속히 높아졌다.
닭고기는 타 육류에 비해 원료육의 가격이 저렴하고 조리 방법, 가열 방법 및 조미 양념 등도 간편하여 외식산업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육류로 평가된다. 또한 닭고기는 한우등심이나 삼겹살보다 낮은 에너지와 지질함량을 갖는 반면 단백질과 수분함량은 높은 장점이 있어 인기가 높다. 이에 따라 치킨집이 골목마다 또는 한집 건너 한집이 성황리에 장사를 이루고 있으며, 각종 브랜드마다 독특한 맛과 레시피를 보유하고 꾸준한 개발을 통해 다양한 제품들이 제조되고 있다.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염지제
염지(Curing)는 식육을 포함한 거의 모든 식품에 보존을 위해 실시하는 방법으로 주로 고기를 소금에 절여서 장기보존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풍미를 좋게 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냉장기술의 발달과 함께 각종 식품보존제 등의 발전으로 염지 사용 목적인 저장성 증진은 거의 의미를 상실하였다. 따라서 최근에는 염지육 특유의 맛있게 보이는 색을 위해서, 염용성 단백질 추출성 및 결착성을 증가시켜 맛과 조직감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또는 생산수율을 높이고 우수한 외관을 갖추기 위해 염지가 실시되고 있다.
올바른 염지 사용으로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염지는 그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성분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모든 염지제의 주원료는 소금을 기본으로 하며 나머지는 법적 기준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한편, 치킨을 제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염지방법은 액염법으로, 소금을 포함한 모든 염지제들을 물에 녹여 닭고기를 침지하는 방법이다. 염지액은 물에 소금 18%, 당류 5~7%, 인산염 3~4%, 아스코르빈산 0.3%를 용해 후 살균과 산소배제를 위해 끓여서 제조한다. 그리고 멸균 상태로 된 염지액을 냉각 후에 아질산염 0.03%를 첨가하여 이용한다. 하지만 닭고기는 인지질로 이루어진 껍질로 덮여있어 염지액이 살코기 안으로 충분히 퍼지려면 장시간이 요구된다.
닭고기에 염지액을 빠르게 침투시키기 위해서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닭고기 근육 내 염지액을 직접 주입하는 주사법이다. 산업적으로는 주사침이 여러 개 있는 다침주사법이 주로 사용된다. 또 닭고기 근육에 주입된 염지액이 고루 퍼질 수 있도록 기계로 마사지를 해주거나 날개가 달린 드럼통을 이용해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텀블링법을 이용한다. 이렇게 하면 염지액의 침투속도가 빨라지고 고루 퍼져 미생물의 오염 노출이 줄어든다. 따라서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염지방법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염지제 농도 높아질수록 나트륨 함량도 UP
문제는 염지제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이다. 치킨의 맛을 좋게 하려면 염지제의 농도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언론에서 지적한 바처럼 나트륨의 함량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염분의 성분인 나트륨이온은 칼륨이온과 균형을 이뤄 우리 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또 세포막에서의 물질 운반 등을 수행한다. 하지만 과다하게 섭취되는 나트륨은 건강을 해치는 독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건강 해치는 독
우리나라 성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면 고혈압이나 혈관질환 등의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뇌졸중, 협심증, 동맥경화 등을 일으키는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제1의 사망 요인이며, 나트륨은 혈압을 증가시키는 주요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나트륨은 중년 이후 발생하는 고혈압 인구비율을 높이고 대사증후군으로 인한 뇌졸중, 심혈관계질환은 물론 골다공증, 위암 등의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남성의 경우 권장 기준치의 3배가 넘고, 여성의 경우는 2배가 넘으며,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하루 나트륨 섭취 기준치는 2,000㎎으로 소금으로 치면 약 5g으로 숟가락의 1/2 큰 술의 양이지만 한국인의 경우 나트륨 1인 1일 평균 섭취량은 약 4,831㎎으로 2.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 국민들의 나트륨 섭취량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고, 치킨의 염지도 가급적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식의 식생활 개선 병행 필요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이유는 치킨의 섭취량 증가보다는 각종 한국식 요리에 사용되는 소금의 양이 많은 것이 주요 요인이다. 즉, 최근 소비량이 늘어난 치킨에 함유된 나트륨 함량도 문제지만 그것보다는 각종 한식 요리, 즉 국물요리와 소금에 절여진 발효음식을 즐기는 식생활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식단은 염분이 많은 음식인 밑반찬과 국, 김치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치킨의 염지제도 개선되어야 하고, 이와 함께 한식의 식생활 개선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_주선태 교수(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축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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