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직장 동료 같은 공원
admin
발행일 2009.11.18. 00:00
시민기자 박동현 |
|
늦가을 햇살 눈부신 정오, 동작구 신대방 보라매공원을 찾았다. 옛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터에 다른 공원이 질투하게시리 아름답게 조성한 공원이다. 주위 고층 빌딩과도 잘 어울린다. 기자가 정오를 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지금은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원 바로 코앞 건물에서 근무를 했다.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구내 식당에서 얼른 식사를 하고 동료들과 거의 매일 공원을 찾았다. 이번에도 그들을 만날 수 있으려니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에 조금 앞서 자전거를 타고 남문으로 들어섰다. 예전엔 자전거통행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전거타기 붐에 맞춰 공원내 자전거도로를 신설해 자전거를 타고 공원 안을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다만 오토바이 운행은 금지하고 있다. 남문에서 가까운 공원을 찾을 때면 늘 반겨주던 연못. 연못가에 심어놓은 수양버들이 긴머리 늘어뜨리고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연못가 쉼터 팔각정자는 사철 똑 같은 모습이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기와 바둑을 두고 빙 둘러 구경하는 광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옛 동물원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모형 사슴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못을 찾을 때면 반갑게 마중 나와 먼저 꼬리치며 인사하던 큰 잉어가 맴돌던 연못에는 음악분수가 아름다운 율동을 펼치고 있었다. 한여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연꽃은 임무를 완수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생명이 다해 시들어 있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대신 연못가 자연석 틈새마다 자리하고 있는 금빛 억새가 그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되었다. 옛 친구들이 나타날 시간, 잠시 연못에서 시선을 떼고 뒤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인근 지역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낙엽 떨어진 공원 중앙의 거리를 걸어오고 있었다. 그 중에 낯익은 동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0여 년을 함께 했으니 많은 무리들 속에서도 그들 손짓 몸짓 하나만 봐도 곧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선한 것이다. “보라매공원은 4계절 나무랄 데 없는 공원이다." "봄에는 토종 벚꽃거리가 아름답고, 여름에는 다양한 나무들의 푸르름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가을에는 낙엽 거리를 거닐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눈덮인 공원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더욱이 직장인으로서 점심시간 잠깐 공원을 걸어도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전직 동료들이 보라매공원에 대해 한마디씩 내뱉는 예찬에 금세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보라매공원은 근년 들어 새로운 시설들이 신설되거나 리모델링되어 많이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못의 음악분수가 들어서서 주야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어린이 놀이터가 새롭게 단장하여 어린이들의 천국으로 변했다. 또 주야로 함성이 끊이지 않는 눈부신 초록 인조잔디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인라인스케이트장, 게이트볼장, 보람맨발공원 등의 각종 체육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특히 인공암벽등반장이나 X-game장은 일반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특화된 시설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옛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자리로 하늘의 상징 보라매의 이름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에어파크를 조성해 각종 전투기와 헬기를 전시하고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위용을 과시했던 각종 전투기들은 금세라도 북녘을 향해 진격할 듯한 모습으로 전시해 놓고 있어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특히 비행 전시물 바로 아래에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아다니며 한가롭게 거니는 모습이 퍽이나 대조를 이루었다. 보라매공원은 각 연령대별로 놀이를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잘 구분되어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과 장년, 노인들의 공간이 적절히 배분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보라매공원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공간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교양시설로 청소년수련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뮤지컬 공연, 체험장소로 활용되고 있고, 실내에는 탁구장 등 체육 시설도 잘 갖추어져 청소년들의 심신수련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바로 옆에는 유아방도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와 함께 찾은 부모들이 아이와 그림책을 보고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1986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개원하여 공원 이용객 수가 연간 8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 평균 공원을 찾는 인원만도 2~3만명에 달한다니 그만큼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공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공원 내 보람잔디광장 조깅 트랙에는 주야로 수많은 인원들이 나와 인파 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공원 한켠에서는 안전체험관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곧 안전체험공원으로서도 인기를 누릴 것 같다. 동작구에 사신다는 백수연(65) 할머니는 “가끔 이곳이 천국인가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숲이 있어 공기가 맑고 각종 시설을 이용하기에 편하며, 특히 내 건강을 지켜주어 좋다. 친구와 함께 거의 매일 찾는데 많은 사람들이 구경와 심심하지 않고 좋다. 그런데 자전거를 탄 젊은이들이 너무 빨리 달려 노인들이 위험할 때가 있는데 공원 안에서는 자전거도로에서만 천천히 달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꼭 보라매공원에 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바쁜 생활 중 잠시 쉼을 얻고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의 10만 주가 넘는 각종 나무가 뿌려놓은 낙엽이 도열한 운치있는 거리를 걸으며 시인이 되어보고, 또 얼마 남지 않은 한해를 되돌아보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교통체증 겪으며 피곤한 몸으로 많은 돈 써가며 저멀리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찾기 보다 더 멋진 단풍과 각종 시설을 갖춘 도심 속 공원인 보라매를 찾아 보람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한다.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