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분위기 가득” 우리동네 송화벽화시장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7.09.25. 11:20

수정일 2017.09.25. 16:23

조회 3,166

송화 나물, 송화 야채. 송화 강정 등 시장 이름을 딴 상호가 친근감을 주고 있다 ⓒ박분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4번 출구에 위치한 송화벽화시장 풍경

어느덧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올 추석은 최장기 황금연휴가 주어져 그 어느 해보다도 명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올여름 잇따른 폭염과 폭우의 영향으로 채소와 과일류 가격이 급등하는 등 물가가 부쩍 오르는 통에 추석을 맞이하는 주부들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추석 준비에 비상이 걸린 이때 주부들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방법이 없을까? 추석을 10여 일 앞두고 강서구 송화벽화시장을 찾아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처럼, 추석 대목을 맞은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할 정도로 풍성하고 넉넉했다. ‘치지직’ 뜨겁게 달구어진 무쇠 판에서 빈대떡 한 장이 맛깔스러운 소리를 낸다. 나물가게 주인은 갓 데쳐낸 나물을 좌판에 진열하느라 허리도 못 펴고 있다. 허옇게 성에가 서린 궤짝에서 꽁꽁 언 동태랑 오징어를 떼어 내느라 분주한 생선가게 아저씨, 물량이 늘어난 사과와 배를 가슴 가득 품어 나르는 과일가게 총각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구색 맞춰 진열하느라 여념이 없는 옷가게와 신발가게까지, 추석 대목을 맞아 모두가 바쁜 오후 2시 송화시장 풍경이다.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는 빈대떡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박분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는 빈대떡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시장 안 골목에는 바람을 타고 전 부치는 냄새가 자욱하다.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는 빈대떡집이야말로 장터에선 빠질 수 없는 곳이다. 한동안 달걀 파동이 있었던 터라, 전 부치는 데 달걀이 꼭 들어가는 빈대떡집 사정은 어떤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빈대떡을 부치는 주인 손놀림은 경쾌하기만 했다. 한 번에 손바닥만한 빈대떡 네댓 장을 너끈히 부쳐내는 모습이 신기에 가까워 보였다.

김이 오르는 떡방앗간 또한 전통시장이 아니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친정어머니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아 떡집을 운영하는 이명순(46) 씨가 떡을 쪄내는 열기에 땀을 닦고 있었다. “쌀을 씻어 찌거나 빻는 일은 주로 남편이 하고 저는 떡을 빚거나 안치는 일 등 힘이 덜 드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이 씨는 콩과 밤, 깨소금 등 송편에 들어갈 소를 아침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가끔 가게에 들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정어머니 잔소리(?) 덕분에 온고지신을 신조로 삼고 떡집 운영을 한단다. 쑥 송편에 색소를 전혀 넣지 않고 순 쑥만을 고집하는 것도, 힘들더라도 떡고물을 직접 기계에 내리는 것도 다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때마침 손님이 찾아왔다. 부부가 반겨 맞았다. 단골손님인 듯 보였다. 흑미와 쑥 송편이 고루 섞인 송편 1팩 값은 3,000원으로 다른 떡에 비해서는 1,000원이 비쌌다. 아마도 정성으로 빚는 수고 값인 듯하다.

경기침체 여파는 전통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생선 좌판마다 잔뜩 올라앉은 부세가 말해준다. ‘백조기’라고도 불리는 부세는 맛이 참조기만큼은 못하지만 통통하고 값이 저렴해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리기 좋은 생선으로 알려졌다. 세 마리에 1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맛 좋기로 소문난 나물가게의 주인, 임인한 김영자씨 부부 ⓒ박분

맛 좋기로 소문난 나물가게의 주인, 임인한 김영자씨 부부

비름나물 깻잎나물 고구마순나물 등 제철채소를 푸르게 데쳐낸 나물들이 즐비한 곳은 ‘송화나물’가게다. 아직 저녁거리 사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나물 한 무더기 값이 1,000원으로 저렴하기도 하지만 이 가게 나물은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송화나물 주인은 시장에서 40년 세월을 함께 한 임인한(75), 김영자(70) 씨 부부다. 칠순의 노부부가 파는 나물은 시래기에서 도라지까지 서른 가지도 넘는다. 새벽 4시에 경동시장에서 나물거리를 사다 다듬어 부부가 시장에 당도하는 시각은 아침 7시경, “이 시장에서 최고로 일찍 문을 여는 가게”라고 이웃 상인들이 거들었다. 맛 좋은 나물 비결은 부지런함이 아닐까?

송화벽화시장은 동문 서문 남문 등 동서남북으로 열려있다. 우장산역 앞 대로변에 있는 동문 외 다른 세 곳 시장 출입구는 골목길과 연결돼 동네 골목길이 주는 조붓한 분위기를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송화벽화시장에는 ‘벽화’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시장 아케이드 천장에 벽화가 걸려 있어 분위기가 한결 산뜻하다. 시장 벽화는 동서남북으로 열려있는 네 곳의 출입문이 가까운 아케이드 천장에 게시했다. 겸재 정선과 신윤복 동양화 등 동서양 명화 15점이다.

40여 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 본래 이름은 ‘송화골목시장’이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2016 골목형 시장육성사업’을 통해 ‘송화벽화시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롭게 출발했다. 특히 ‘송화(松花)’라는 이름에서 ‘소나무(Pine)’를 차용해 신규 BI(아임파인, I’m Fine)를 개발, 시장의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신규 BI 및 캐릭터는 시장 안의 모든 점포 간판과 공동 유니폼에서도 볼 수 있다.

오후 네 시를 넘어서면서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상인이 외치는 소리와 가격흥정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일가게 앞에는 빛깔 고운 과일이 담긴 바구니가 즐비하다. 마음 좋아 보이는 과일가게 총각은 너스레를 떨었다. “정찰제라고 해도 손님들은 ‘시장에 오면 깎는 게 맛’이라며 바구니에 한 개라도 더 담아가려고 하니 어떡합니까? 대신 더 많이 팔아야죠. 하하”

손두부와 맛있는 호떡에 끌려 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시민은 “올 추석에는 송편과 전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시장에서 구입해 볼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부쩍 오른 물가로 추석 장보기가 조금 겁나지만, 집 가까이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가 정담을 나누고 덤이라도 얹어오면 한 시름 펴지지 않을까?

먹음직스러운 햇과일이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박분

먹음직스러운 햇과일이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26일에 송화벽화시장을 방문하면 윷놀이와 추억의 뽑기판, 가위바위보 챔피언쉽 등 민속놀이와 흥겨운 이벤트를 즐겨 볼 수 있다. 한가위 명절 할인행사도 빠질 수 없다. 차례상에 오를 제수용품 할인행사가 추석 한 주 전인 9월 26일~10월 2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에 시장을 이용하면 수산물과 축산물 청과물 등을 10~2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시장 상인회에서는 맞벌이 가정이나 바쁜 고객을 위해 산 물건을 집까지 가져다주는 배송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 송화벽화시장 안내

○ 위치 :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263-29

○ 문의 : 시장상인회(02-2696-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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