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한 삼청동길 속 숨어있는 독립운동가의 이름들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4.06.03. 14:30

수정일 2024.06.03. 15:43

조회 1,977

역사적 명소를 품은 채 스타일리시하게 자리잡은 삼청동길 ©박은영
역사적 명소를 품은 채 스타일리시하게 자리잡은 삼청동길 ©박은영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염창희를 통해 알게 됐다. 종로구에는 조선시대 8명의 판사가 살았다는 '팔판동'이 있다. 역사를 통해 남겨진 동네 이름이 재밌었다. 지도를 보니 팔판동 주변에는 북촌과 삼청로, 서울시 공립도서관인 정독도서관이 있었다. 늘 지나다니던 도서관 주위에 삼청동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정확히 어딘지 몰랐다. 화창한 어느 오후, 역사적 명소를 품은 채 스타일리시하게 자리잡은 삼청동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이 출발 지점이다. 지하철에서 나와 마주한 안국역은 이미 특별했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설립한 테마역사 공간으로 달라진 모습이다. 기미독립선언서와 조선독립운동사 등이 전시된 ‘청색 100계단’‘100년 기둥’ 등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독립운동가들을 기록했다. 주목 받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은 더 많았다. 독립은 현재 나와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잠시나마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이름을 작게 되새겨보는 순간이었다.
  • 독립운동에 함께 한 기생들의 명단 ©박은영
    독립운동에 함께 한 기생들의 명단 ©박은영
  •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테마역으로 지정된 안국역 ©박은영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테마역으로 지정된 안국역 ©박은영
  •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명단 ©박은영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명단 ©박은영
  • 독립운동 테마역으로 지정된 안국역 ©박은영
    독립운동 테마역으로 지정된 안국역 ©박은영
  • 독립운동에 함께 한 기생들의 명단 ©박은영
  •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테마역으로 지정된 안국역 ©박은영
  •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명단 ©박은영
  • 독립운동 테마역으로 지정된 안국역 ©박은영

안국역 1출구로 나와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세련됐다. 골목길 속의 역사적인 공간을 찾는 것도 흥미로운 여정이었다. 안국역을 출발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안동별궁 터'다. 조선시대 초부터 왕실의 거처였다가 마지막 황제 순종의 가례처로 사용되던 궁터였다.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빈티지하거나 아기자기하다. 북촌을 상징하는 한옥들, 한복대여점과 인생네컷점, 감각적인 카페들,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걷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윤보선길'로 들어서면 제 2공화국의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저'윤보선 가옥'과 만난다. 윤보선 가옥은 150여 년 전 여흥 민씨가 북촌 안국동에 지은 근대 한옥으로 개화의 열망을 담은 곳이기도 하다.
  • 150년 된 윤보선 가옥 ©박은영
    150년 된 윤보선 가옥 ©박은영
  • 역사와 함께한 안동교회 ©박은영
    역사와 함께한 안동교회 ©박은영
  • 3.1운동 이후 조성된 조선어학회 ©박은영
    3.1운동 이후 조성된 조선어학회 ©박은영
  • 정독도서관 입구 ©박은영
    정독도서관 입구 ©박은영
  • 150년 된 윤보선 가옥 ©박은영
  • 역사와 함께한 안동교회 ©박은영
  • 3.1운동 이후 조성된 조선어학회 ©박은영
  • 정독도서관 입구 ©박은영

윤보선 가옥의 맞은편 한옥 건물 아래로 '조선어학회' 표지석도 있다. 이곳은 주시경을 중심으로 국어 연구와 발전에 기여한 조선어학회가 있던 곳으로 한글학회의 전신이었다.

이어 보이는 '안동교회'1909년 북촌에 거주하는 양반 출신의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장로교회다. 그동안 세워졌던 교회들은 외국인 선교사들과 관련이 있지만, 안동교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도로 설립된 양반교회로 윤보선 전 대통령이 다녔던 교회로 유명하다.

북촌길에서 이어지는 정독도서관 앞 세 개의 갈림길과 마주한다. 바로 화개길과 삼청동길로 향하는 다른 골목이다. 삼청동 아랫동네인 화개길로 향했다. 빌딩 숲으로 뒤덮인 서울의 모습이 아닌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낭만이 가득한 곳으로 옛스러움을 느끼기에 좋다. 벽면에 타일로 붙인 벽화가 눈길을 끄는데, '독립운동가의 길'이다. 다시금 확인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눈여겨 본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색다른 정보가 될 것 같았다.
독립운동가의 길 입구 ©박은영
독립운동가의 길 입구 ©박은영
역사적인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독립운동가의 길 ©박은영
역사적인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독립운동가의 길 ©박은영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작고 아늑한 카페부터 갤러리까지 서정적인 느낌 가득한 공간들이 펼쳐진다. 천천히 걷다보면 삼청동길과 만나게 되는 골목은 삼청파출소까지 쇼핑의 명소다. 찾는 분들이 많은 곳으로 실제 외국인들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삼청동길은 작은 호떡집 하나도 멋스러웠다. 한옥 건물의 전통미와 현대적인 상가 건물들이 어우러져 삼청동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골목에서 도로변으로 나오면 벽면을 핑크빛으로 장식한 주차장도 볼 수 있고, 뒤편으로 'Before I die(내가 죽기 전에)'라는 문구에 답하는 사람들의 재치있는 글을 볼 수도 있다. 바로 옆에 보이는 건물은 삼청로 관광안내소다. 서울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여행 정보, 통역 안내 서비스, 예약 서비스, 관광홍보물, 편의시설 등을 제공하며 영어, 일어, 중국어 안내가 가능한 곳이다.
삼청동길에 조성된 '내가 죽기 전에' ©박은영
삼청동길에 조성된 '내가 죽기 전에' ©박은영
삼청동길에 위치한 삼청로 관광안내소 ©박은영
삼청동길에 위치한 삼청로 관광안내소 ©박은영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삼청동의 가볼만한 곳 중 하나인 '복정우물'과 마주하게 된다. 코리아 사우나 바로 앞에 있는 복정우물은 궁중에서만 사용하던 우물이라고 한다. 대보름에는 이 물로 밥을 지어 먹으면 일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 하여 일반인들도 물을 길을 수 있게 했단다.

복정우물 바로 앞에는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 중인 '코리아 사우나' 건물이 아직 그대로 존재한다. 코리아 사우나는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주황색의 커다란 굴뚝을 지녔다. 언제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예전에는 삼청동의 랜드마크였다고 한다.
복정우물 입구 ©박은영
복정우물 입구 ©박은영
궁중에서만 사용했다는 복정우물 ©박은영
궁중에서만 사용했다는 복정우물 ©박은영

삼청로는 골목길이 참 많다. 길을 모른 채 걷게 되도 어디든 볼거리, 먹거리 등 새롭고 색다른 가게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단, 이곳 북촌로나 삼청로를 산책한다면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이곳은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시끄럽게 하거나 사전 양해 없이 열려진 문 틈, 담 넘어 마당 등 개인공간을 촬영하면 안 된다.
  • 골목골목 즐비한 맛집들 ©박은영
    골목골목 즐비한 맛집들 ©박은영
  •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삼청동길 ©박은영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삼청동길 ©박은영
  • 골목골목 즐비한 맛집들 ©박은영
  •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삼청동길 ©박은영

옛 경기고등학교 터에 자리한 정독도서관 역시 문화의 거리 중심에 있는 핫플이다. 봄날의 벚꽃, 가을날의 단풍나무가 아름다운 드넓은 정원을 지닌 시민들의 도서관 명소로 자리잡았다. 정독도서관을 지나 갈 때와 다른 길을 걸었다. 골목마다 빵집, 닭꼬치, 떡볶이, 튀김이나 라면, 돈가스, 호떡 등을 파는 맛집이 즐비하다. 걷다보면 '여성독립운동가의 길''감고당길'을 만나게 되는데, 긴 돌담이 이어져 또 다른 멋스러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여성독립운동가의 길은 안국역 근처 서울공예박물관부터 정독도서관까지 약 400m 길이다.

감고당길이자 여성독립운동가의 길은 90여 년 전, 근화여학교 학생들이 항일독립운동을 전파한 장소로, 일부 학생들은 체포되어 송치되기도 했다. 길게 늘어선 낮은 돌벽 길은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돌벽을 따라 오르면 덕성여자중고등학교가 나온다. 이 학교는 일제강점기 시절 차미리사 선생이 민족교육을 위해 설립한 근화여학교를 근간으로 한다. 차미리사 선생은 여성 교육가이자 독립운동가로 야학강습소 등을 운영하며 여성계몽을 하였다. 이 길을 걷다보면 인력거를 통해 관광을 안내하는 서울 아띠 인력거도 볼 수 있다.
  • 여성독립운동가의 길 ©박은영
    여성독립운동가의 길 ©박은영
  • 여성독립운동가의 길에 마주하는 덕성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 서울 아띠 인력거 ©박은영
    여성독립운동가의 길에 마주하는 덕성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 서울 아띠 인력거 ©박은영
  • 서울공예박물관 ©박은영
    서울공예박물관 ©박은영
  • 여성독립운동가의 길 ©박은영
  • 여성독립운동가의 길에 마주하는 덕성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 서울 아띠 인력거 ©박은영
  • 서울공예박물관 ©박은영

삼청동길은 맛있게 먹고, 곳곳을 구경하면서 걷기에 좋은 대표적인 서울 데이트코스다. 그 중심에 역사적 명소가 있기에 기억하는 사람도, 새로움을 즐기는 젊은이도 자연스럽게 어우른다. 또한, 인접한 인사동서울공예박물관, 그리고 열린송현 녹지광장이 들어서면서 즐길거리가 풍성한 핫플이 됐다. 팔판동이 증명하듯 점잖은 선비 동네인 이곳을 한복차림으로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 길을 걸으며 쌓는 각자의 추억도 아름답게 새겨졌으면 좋겠다.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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