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도 편하게 책 읽을 수 있도록 '공공 수어도서관' 개관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05.13. 15:04

수정일 2024.05.30. 17:38

조회 1,491

공공 수어도서관을 찾은 어르신이 네일아트 이벤트를 받고 손을 들어 보였다. ⓒ김윤경
공공 수어도서관을 찾은 어르신이 네일아트 이벤트를 받고 손을 들어 보였다. ⓒ김윤경

“어머, 어르신 손톱에 카네이션이 폈어요!”
“너무 잘 어울리세요.”
어르신 주위에 있던 수어통역사들이 감탄사를 보냈다. 칭찬을 들은 어르신은 매니큐어를 곱게 바른 손을 보이며 웃었다. 태어나서 처음 네일아트를 받았다고 했다. 
  • 공공 수어도서관은 뚝섬역 바로 옆에 있어 편리하다. ⓒ김윤경
    공공 수어도서관은 뚝섬역 바로 옆에 있어 편리하다. ⓒ김윤경
  • 성동구 '공공 수어도서관' 입구 ⓒ김윤경
    성동구 '공공 수어도서관' 입구 ⓒ김윤경
  • 공공 수어도서관은 뚝섬역 바로 옆에 있어 편리하다. ⓒ김윤경
  • 성동구 '공공 수어도서관' 입구 ⓒ김윤경

지난 4월 23일 서울시 농아인협회 성동구지회(농아인 쉼터 유휴공간)에 장애인 특화도서관인 ‘공공 수어도서관’이 개관했다. 공공 수어도서관은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을 위해 서울시와 성동구청, 성동구 수어통역센터가 함께 민관협치사업으로 조성했다.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장애인 특화도서관 운영 사업비를 지원 받는다.
  •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을 위해 조성한 공공 수어도서관 ⓒ김윤경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을 위해 조성한 공공 수어도서관 ⓒ김윤경
  • 수어를 비롯한 500여 권의 책들이 있다. ⓒ김윤경
    수어를 비롯한 500여 권의 책들이 있다. ⓒ김윤경
  •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을 위해 조성한 공공 수어도서관 ⓒ김윤경
  • 수어를 비롯한 500여 권의 책들이 있다. ⓒ김윤경

마침 방문한 날은 어르신 경로잔치가 열린 날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공공 수어도서관’이라고 적힌 푯말과 책장이 보였다. 책은 수어뿐만 아니라 경제, 역사, 인문, 소설 등 다양한 분야 500여 권이 구비돼 있었다. 대여는 할 수 없으나, 책을 고르면 수어로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앞에 놓인 책상과 의자에 앉아 음성-자막 변환용 씨사운드(SEE-SOUND) 안경과 스마트북 및 자료 검색 컴퓨터를 이용 가능하다.
공공 수어도서관의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 있다. ⓒ김윤경
공공 수어도서관의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 있다. ⓒ김윤경
서울광역치매센터에서 발행한 소식지도 놓여 있다. ⓒ김윤경
서울광역치매센터에서 발행한 소식지도 놓여 있다. ⓒ김윤경
전시 테이블에 농아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윤경
전시 테이블에 농아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윤경

게시판에는 일별로 이곳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이 적혀 있었다. 바로 옆 안내판에는 농아인과 관련한 사업이나 정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안쪽 전시 테이블에는 농아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작품들에서 즐거움이 묻어난다. 안쪽에는 교육과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교육실이 있으며 치매전담센터에서 제공한 치매 소식지가 보였다. 
공을 이용한 게임기구가 있는 교육실 ⓒ김윤경
공을 이용한 게임기구가 있는 교육실 ⓒ김윤경

“농아인들은 소통이 가장 어렵잖아요. 모든 생활을 수어나 활자를 통해야 되는데 책 읽기에도 제한이 있더라고요. 내용이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할 때 수어로 낭독해주고 수어 영상 매체를 활용하면 도서관 이용에 더 편리하지 않겠나 싶었죠.”
이영희 사무국장(서울시 농아인협회 성동구지회)이 수어도서관을 개관한 계기를 말했다. 그는 이어 농아인들의 어려움도 이야기했다.
“농아인들은 아무래도 말할 때 괴리감을 느낀다고 해요.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니 잘 알아들을까 싶어 쉽사리 다가가기 힘든 거죠.”
공공 수어도서관 옆에 마련된 책상과 의자에 앉아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김윤경
공공 수어도서관 옆에 마련된 책상과 의자에 앉아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김윤경

수어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 어떤 점이 다를까. 예를 들어 농아인이 도서에 관해 문의하면, 통역사들이 자세히 수어로 설명해주고 관심 분야 책을 찾아 읽어준다. 더욱이 책을 읽고 관련 프로그램을 수어로 진행하니 흥미가 높아질 수밖에.

8월부터는 어르신이 직접 글을 쓰는 ‘나도 작가’라는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독서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 작가로 발돋움하자는 취지로 한층 발전된 수업이다.
  • 서울특별시 농아인협회 성동구지회 부설 성동구 수어통역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 ⓒ김윤경
    서울특별시 농아인협회 성동구지회 부설 성동구 수어통역센터역할도 하고 있다. ⓒ김윤경
  • 올해 이곳은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됐다. ⓒ김윤경
    올해 이곳은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됐다. ⓒ김윤경
  • 서울특별시 농아인협회 성동구지회 부설 성동구 수어통역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 ⓒ김윤경
  • 올해 이곳은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됐다. ⓒ김윤경

이곳 서울시 농아인협회 성동구지회공공 수어도서관뿐만 아니라 수어통역센터 및 치매극복선도단체의 업무도 함께 보고 있다. 서울농아인협회 성동구지회에서는 서울시 수어문화제 및 서울시 농아인 한마음 체육대회와 같은 행사를 진행하며, 농아인 쉼터에서는 미술, 음악, 건강 등 약 1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수어센터에서는 통역과 상담을 지원한다. 가끔 외부 활동을 다니며 사진을 촬영해 서로 공유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올해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됐다.

“여기는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시거든요. 치매에 관심이 많아도 농아인이 개인적으로 직접 기관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잖아요. 이곳에 오실 때마다 저희가 개개인의 상황을 관찰해 검사를 진행하거나 기관과 연계를 하고 있어요.”
치매에 걸려도 기관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농아인을 위해 치매센터와 협약을 맺어 교육과 연계하고 있다.
성동구 농아인 쉼터 내부 ⓒ김윤경
성동구 농아인 쉼터 내부 ⓒ김윤경

농아인들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올까. 대부분 기존 이용자에게 정보를 듣고 찾아온다고 했다. 그렇게 모여 책을 읽고 프로그램도 듣는다. 수어 통역은 다른 지역에서 영상통화 혹은 직접 방문해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외부 통역 중에는 병원 업무가 가장 많으며 간혹 경찰서 조사 등을 받을 때 동행하기도 한다.

“오늘 어버이날 행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마스크 팩을 해드렸는데 제가 가족 같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참 찡했어요.” 담당자는 앞서 행사에서 즐거운 장면을 떠올렸다. 행복한 표정을 한 모습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단다.
어버이날을 맞아 농아인 어르신을 위해 네일아트를 해드리는 행사를 마련했다. ⓒ김윤경
어버이날을 맞아 농아인 어르신을 위해 네일아트를 해드리는 행사를 마련했다. ⓒ김윤경

“평생 처음 네일아트를 하셨다는 분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처음이니 어색하셨을 텐데 다들 마음에 든다고 엄지를 치켜세워주셔서 뿌듯하죠.” 

어르신 손톱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 네일아티스트도 농아인이다. 그와 수어를 통해 간단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그는 “농아인을 위한 공공 수어도서관이 생겨 반갑다”며 다시 한번 책장을 둘러봤다. 이전에도 이곳을 알고 있었지만 방문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야외활동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 수어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김윤경
공공 수어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김윤경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처음 ‘약자와의 동행 자치구 지원사업’을 공모해, 27개의 사업을 선정해 지원했다. 시민 생활에 더 밀접한 ‘체감형 약자 지원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로 올해는 규모를 확대했으며, 가족돌봄청년, 마음건강 취약계층 등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까지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이를 통해 약자와의 동행 사업에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고 약자기술 기업의 상품 개발과 판로 확대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농아인들의 작품에는 밝은 기운이 넘쳤다. ⓒ김윤경
농아인들의 작품에는 밝은 기운이 넘쳤다. ⓒ김윤경

지금까지 농아인이 도서관 이용하며 어려운 점을 깊이 생각해보진 못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독서는 누구나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장애인 특화도서관이 이곳저곳에 생겨 농아인들이 도서관을 수월하게 이용하고 소통과 독서의 기회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공공 수어도서관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33, 삼일빌딩 8층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18:00 
○ 문의 : 02-2299-3338, sddeaf3338@naver.com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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