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공간에서 만난다! 일하는 여성들의 숨은 이야기
발행일 2023.06.01. 13:10
그러니 우리는 역사를 대할 때 가려진 역사, 지워진 사람들, 잊힌 사건들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남성 중심의 유교 사상이 지배했던 조선 시대에 여성들의 일과 직업을 다룬 '한양 여성, 문밖을 나서다 - 일하는 여성들'이라는 전시는 그런 점에서 신선하다. 물론 여러 사극 드라마를 통해 궁녀, 의녀와 같은 직업들이 묘사되기는 했지만 극의 특성상 미화되는 경우도 많고 자세한 정보도 얻기 힘들다.
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 - 일하는 여성들
둘째는 ‘도성 안에서 일하다’이다. 여기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한양에 여성들이 운영하는 시전인 '여인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과일을 파는 우전, 침과 바늘을 파는 침자전, 분과 연지를 파는 분전, 어물 등의 반찬을 파는 좌반전, 채소전, 족두리전 등이 있어 여성 소비와 관련된 물품을 팔며 한양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 외에 사극을 통해 친숙한 궁녀, 의녀 등의 직업이 실제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다. 상궁이 되기까지 입궁 후 30년이 걸린다거나 지밀 궁녀의 경우 12시간 3교대로 일했다는 것도 알 수 있어 그들의 일이 결코 만만찮았음을 느끼게 된다.
셋째는 ‘도성 밖, 염원하다’이다. 한양은 유교 국가인 조선의 수도였기에 도성 안 승려의 출입과 무녀의 거주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한양의 여성들은 도성 인근 사찰에 찾아가 가족의 안녕과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특히 이 전시 코너에서는 은평구 진관동에 남아 있는 전통 굿당인 금성당(국가민속문화재)의 <삼불사할머니> 등 희귀 무신도를 접할 수 있어 색다르다.
18세기 한양에는 약 3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절반은 여성이었다. 왕비에서부터 상인, 의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여성들이 궁궐 안과 밖, 집 안과 밖에서 저마다의 일을 담당하며 한양을 지탱하고 움직이는 역할을 담당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전시였다.
제주의 드넓은 바다, 그곳을 일터로 삶은 여인들
관광객에게 제주의 바다는 멋진 경관을 선사하는 곳이지만 제주인에게 바다는 일터이자 작업장이다. 물 빠짐이 빠른 제주 토양과 강한 바람은 농작물의 파종과 생육을 어렵게 했고, 이러한 척박한 내륙 환경으로 제주인은 거칠고 험하지만 풍부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공급하는 바다로 진출했다.
'바당수업水業' 전은 생업을 위한 작업장으로서의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과 민속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다. 특히 바다와 공존하며 제주를 지켜온 제주 해녀의 역사와 관련 유물 자료를 만나볼 수 있으니 앞서 만나본 기획전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하겠다.
전시 더하기 코너에서는 공연 시설에 있다가 제주 바다로 방사된 제돌이를 비롯한 남방큰돌고래들이 제주 바다를 누비며 해녀들과도 친근하게 지내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여성사에 귀 기울인다 '서울여담재'
서울여담재 부지 옆쪽에는 조선 단종의 비였던 정순왕후의 이야기가 깃든 자주동샘이 있다. 이러한 지역사적 특성은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사와 관련된 공간이라는 서울여담재의 특징과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서울여성사(구술사) 발굴 워크숍이라든지, 서울여성사 원탁토론회, 내가 쓰는 서울여성사 공모전, 여성과 여성사 관련 전시 등의 행사가 여성문화 복합공간이라는 서울여담재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것이라면, 지역 주민과 아동,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도서열람실 운영은 지역사회와 더불어 나아가는 서울여담재의 또 다른 면모다.
특히 도서열람실은 여성학 전문 서가 외에도 일반 도서와 아동 도서, 외국어 도서 등 다양한 부문의 도서 4,000여 권을 비치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작은 도서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어 보였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신나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여담재는 건축적으로도 멋진 건물이라 안과 밖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도시재생 지역사업의 일환으로 옛 원각사를 리모델링하여 탄생한 건물인데, 옛 대웅전의 벽체를 없앤 후 내부 공간에 커다란 유리 박스를 끼워 넣은 형태라 전통 한옥 구조물에 모던한 디자인이 결합되어 있다. 2021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역사박물관
○ 교통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470m,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600m
○ '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 - 일하는 여성들' 전시 : 2023. 5. 5. ~ 2023. 10. 3.
○ '바당수업水業' 전시 : 2023. 5. 16. ~ 2023. 7. 30.
○ 관람시간 : 화~일 9:00~18:00 (월요일, 1월 1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724-0274~6
서울여담재
○ 교통 : 지하철 6호선 창신역 2번 출구에서 600m
○ 이용시간 : 월~토 09:30~17:30 (일요일, 공휴일, 명절 휴관)
○ 입장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6956-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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