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의 역사가 녹아있는 DDP가 세계적 건축가의 유작이라고요?

서울청년크루 정해찬

발행일 2023.11.14. 14:15

수정일 2023.11.14. 14:17

조회 3,806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고,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면, 서울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있다. 서울의 현대적 아키텍처와 예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곳, DDP는 서울의 상징적인 건축물, 다시 말해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영국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는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부수고 곡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DDP를 설계했다. 2014년 개관한 DDP는 도시의 고요한 역사와 화려한 미래를 함께 담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건축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미적 예술 건축물 및 아키텍처가 아닌 역사와 고도의 기술이 녹아들어 있는 DDP. 2016년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하늘의 별이 되며, DDP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DDP의 전문 해설사와 함께 곳곳을 투어하며 느낀 감정과 경험을 생생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DDP에서 보이는 이간수문의 모습 ©정해찬

영상 속 보이는 것은 과거 조선의 한양도성으로 통하는 ‘이간수문’의 모습이다. 다시 말해 이 공간은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자리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이 공간은 국내 최초의 종합운동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성곽으로, 근현대기에는 종합운동장으로 활용된 이 부지는 현재 그 역사성을 품고 ‘DDP’로 재탄생했다. DDP가 동대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변천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곽이 길게 뻗어 있는 한양도성 순성길을 걷다 보면 DDP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할 수 있다. 위 영상 속 이간수문의 둥그런 아치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색감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윗부분이 훼손되어 복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를 수호하던 한양도성이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 DDP와 함께 공존하는 것은 매우 감각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며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추구한 DDP의 설계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지는’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DDP 동굴계단 (제공 송하빈)
DDP 동굴계단

DDP의 중심에는 사진과 같은 조형 계단이 설계되어 있다. 이 계단의 이름은 ‘동굴 계단’이다. 동굴 계단은 비정형 노출 콘크리트 방식과 부드러운 곡선이 공존한다. 비정형 노출 콘크리트 방식 특유의 거칠면서도 살아있는 질감은 동굴 계단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든다.

동굴계단의 아래에서 계단을 따라 위를 올려보면, 계단 끝의 빛이 마치 곡선을 따라 은은하게 흘러 내려오는 것 같다. 동굴계단의 독특한 구조 탓일까, 계단은 수많은 DDP 방문객들의 ‘포토 스폿’이었다. 실제 DDP에서 열리는 패션쇼의 런웨이로도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동굴 계단’은 단순한 계단으로서의 의미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DP 중앙 콘크리트 브릿지 (제공 송하빈)
DDP 중앙 콘크리트 브릿지

위에서도 언급한 노출 콘크리트 방식이 가장 잘 적용된 건축물은 사진에서 보이는 콘크리트 브릿지이다. 콘크리트 브릿지는 지하철 역과 연결이 되어있어 DDP를 찾는 사람들이 먼저 접하는 건축물이다. 조금씩 기울고 굽어있는 콘크리트 브릿지는 전통적인 모더니즘 방식을 거부하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추구하는 예술의 철학이 잘 담겨 있다.
DDP 전경 ©정해찬
ddp 전경

DDP의 외형을 보면, 수많은 패널들이 곡선을 만들어 하나의 외벽을 이루고 있다. DDP의 외부에는 4만 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들이 사용됐는데, 이 패널들은 모두 각기 다른 모양으로 단 한 장도 동일한 모양이 없다.
패널에 표기되어있는 시리얼 넘버 ©정해찬
패널에 표기되어있는 시리얼 넘버

패널의 아래 부분을 살펴보면, 각각의 패널에는 고유 시리얼 넘버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리얼 넘버는 알루미늄 패널이 망가졌을 때 쉽게 보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4만 5천 장이 넘는 패널들은 모두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패널에 고유의 시리얼 넘버를 부여하고 디자인 파일을 저장해두는 ‘시리얼 넘버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패널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시리얼 넘버를 통해 동일한 디자인을 쉽게 제작하고 수리할 수 있다.
D-숲 ©정해찬
D-숲

실내로 들어오면 ‘D-숲’이라고 불리는 인공 숲이 있다. 부드러운 조명과 파릇파릇한 식물들, 그리고 매우 청정한 공기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가족, 연인 등과 같이 DDP를 찾는 사람들은 D-숲에서 정겹게 담소도 나누고 책도 읽는다.
D-숲 바닥에 있는 환풍구 ©정해찬
D-숲 바닥에 있는 환풍구

D-숲의 바닥에는 사진과 같은 동그란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은 DDP의 에어컨이자 공기 청정기이다. 스탠드형 혹은 천장형 에어컨을 설치했다면, ‘숲’이라는 이 공간의 정체성에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 자하 하디드는 공기 정화 시설을 바닥에 설치하며 ‘미의 조화’를 추구했다. 덕분에 미관적인 효과는 물론, 높은 층고에도 방문객들이 쾌적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DDP 내부의 조형 계단
DDP 내부의 조형 계단

잔디언덕을 따라 4층부터 지하 2층까지는 노출 콘크리트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조형계단은 DDP의 또다른 ‘포토 스폿’이다. 계단을 유심히 살펴보면, 뚜렷한 규칙이 없이 무작위적으로 곡선을 이루며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새하얀 난간과 나무 계단의 부드러운 조화는 누구든 계단을 본다면 걸어보고 싶게 만든다.
디자인 둘레길
디자인 둘레길

위 사진은 ‘뮤지엄’동에 있는 디자인 둘레길이다. 4층 디자인 놀이터부터 지하 2층 디자인 전시관까지 이어지는 둘레길의 천장에는 가느다란 와이어가 걸려있다. 이 와이어에는 작품들이 걸려지곤 하는데, 이 둘레길이 방문객들의 통로인 동시에 또 하나의 전시관이 되는 것이다.
아치를 이루고 있는 DDP 외관의 패널들
아치를 이루고 있는 DDP 외관의 패널들

4층에서부터 둘레길을 통해 걸어 나온 뒤 외부로 나오니, 알루미늄 패널의 아치가 펼쳐졌다. 사진 속 아치 아래의 길은 ‘미래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DDP가 담고 있는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미래로 위를 덮고 있는 패널들은 웅장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자하 하디드의 신념을 가장 깊게 표현한 ‘곡선의 미’가 이 아치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DDP 건축투어를 통해 자하 하디드의 건축 철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건축투어는 누구나 신청만 한다면 무료로 전문 해설사와 함께 DDP 곳곳의 의미들을 경험할 수 있다. 건축투어는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3회 진행된다.(한국어 2회, 영어 1회) 사전예약은 DDP 건축투어 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잔여석에 한해 DDP 뮤지엄 1층 투어데스크에서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동대문의 역사성, 독특한 건축기법과 고유한 곡선, 문화예술 속 휴식 공간까지 갖춘 DDP는 명실상부한 서울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건축투어를 통해 DDP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위 콘텐츠는 서울청년크루의 DDP 단체 취재에 참여한 정해찬님이 직접 작성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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