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개방한 조선왕릉 40곳! 대중교통으로 가기 좋은 곳은?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10.24. 10:40

수정일 2023.10.26. 09:18

조회 1,000

2020년 ‘새로 보다, 조선왕릉’이란 슬로건으로 시작한 ‘조선왕릉문화제’가 올해로 3회를 맞았다. 10월 13일 서오릉 개막제를 시작으로 10월 22일까지 홍릉∙유릉, 동구릉, 선릉∙정릉, 태릉∙강릉, 헌릉∙인릉, 서오릉, 김포장릉, 융릉∙건릉, 영릉(세종대왕릉), 총 9개 조선왕릉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문화제가 아니어도 찾아야 할 이유가 넘치는 곳이 바로 조선왕릉이다.
서오릉 중 명릉에서 열린 2023 조선왕릉문화제 개막제 드론쇼 ⓒ박지영
서오릉 중 명릉에서 열린 2023 조선왕릉문화제 개막제 드론쇼 ⓒ박지영

서울에 잠든 왕과 왕후의 무덤, 정릉에서 의릉까지

기자는 올해 색다른 목표를 세웠다. 생각해 보니 궁궐과 종묘는 자주 찾아 즐겨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된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은 대부분 가본 적이 없었다.

조선왕릉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으로, 총 44기(基) 중 북한에 있는 제릉(태조비 신의황후)과 후릉(2대 정종과 정안왕후), 폐위된 연산군묘와 광해군묘 등 4기를 제외한 40기가 남아 있다. 얼마 전 효릉(12대 인종과 인성왕후)이 개방되면서 40기 전면개방에 정점을 찍었다.

조선왕릉은 대부분 고양, 김포, 파주, 화성, 남양주, 양주에 있지만, 서울에도 정릉, 선정릉, 태릉, 의릉처럼 대중교통으로 가볼 수 있는 곳들이 있어 다녀왔다.
조선왕릉문화제 개막제가 열린 서오릉 명릉 정자각 ⓒ박지영
조선왕릉문화제 개막제가 열린 서오릉 명릉 정자각 ⓒ박지영

1대 태조비 신덕황후가 잠든 사적 제208호, 서울 정릉

정릉(貞陵)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도보로 15분 정도 언덕길을 오르면 닿는다. 가도 가도 주택가라 ‘여기에 능이 있을까’ 싶은데, 천천히 언덕길을 올라 거의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정릉 매표소가 보인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리 넓어 보이지 않지만 안에 들어가면 도심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언제 가도 자연을 느끼기에도 좋다.

서울 정릉은 태조의 두 번째 왕비 신덕황후 강씨의 능이다. 1397년에 현재의 중구 정동에 조성되었다가 1409년 현재의 자리로 옮겼는데,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조성된 건 1669년이다. 이곳으로 능을 옮길 때 태조의 왕비로 인정하지 않았던 태종에 의해 이전 능에 있던 정자각과 병풍석을 태평관과 광통교 복구에 사용했는데, 청계천 광통교에 가면 이 병풍석을 볼 수 있다.
청계천 광통교 안내문에는 광통교 복구에 사용된 왕릉 유적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박지영
청계천 광통교 안내문에는 광통교 복구에 사용된 왕릉 유적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박지영
광통교 밑에선 신덕황후 능에 사용된 병풍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박지영
광통교 밑에선 신덕황후 능에 사용된 병풍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박지영

정릉은 왕비의 능침이 단독으로 조성된 ‘단릉’ 형태로, 능침은 추존 왕비능제에 맞게 병풍석과 난간석, 무석인을 생략하고 문석인과 석마, 석양, 석호, 혼유석, 망주석, 장명등을 배치했다.

장명등과 혼유석을 받치는 고석만 옛 정릉에서 옮겨온 석물이고 나머지는 현종 대에 다시 조성했다는데, 그중 장명등은 고려시대 공민왕 능의 양식을 따른 것으로 조선 시대 능역의 가장 오래된 석물인 동시에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 지형에 맞춰 능침이 자리하다 보니 아쉽게도 일반 관람 시엔 가깝게 볼 수 없다.
제향공간인 정자각에서 바라본 능침공간. 석물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박지영
제향공간인 정자각에서 바라본 능침공간. 석물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박지영

9대 성종과 정현왕후가 잠든 사적 제199호, 선정릉

선정릉은 유일하게 왕릉과 주변 도시 전경이 한 시야에 잡히는 곳이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고 주변도 번화해 상점들도 많다. 선정릉 근교엔 공원이 없어 코로나19 때 정말 많은 시민들이 선정릉을 찾아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을 즐겼다는데, 직접 돌아 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게 된다.

선정릉은 9대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인 선릉과 11대 중종의 능인 정릉(宣陵)을 일컫는 것로, 1495년과 1530년에 조성된 선릉같은 능역에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능침을 조성한 ‘동원이강릉’이며, 정릉‘단릉’의 형태이다. 한두 시간 쉬엄쉬엄 유람하듯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선릉의 경우 일반 관람 시에도 몇몇 장소에서 능침에 조성된 석물들을 가깝게 볼 수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침은 석물과 봉분을 가깝게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박지영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침은 석물과 봉분을 가깝게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박지영
선정릉의 정릉 능침. 정자각 뒤로 봉분과 석물이 보인다. ⓒ박지영
선정릉의 정릉 능침. 정자각 뒤로 봉분과 석물이 보인다. ⓒ박지영

중종비 문정왕후와 명종·인순왕후가 잠든 사적 제201호, 태릉과 강릉

지하철역에서 수분 거리 내에 있는 태릉11대 중종의 세 번째 왕비 문정왕후 윤씨의 능이다. 태릉 근거리에 있는 태릉선수촌, 육군사관학교, 서울여자대학교는 알아도 정작 태릉을 찾아가 봐야겠단 생각은 못했는데, 태강릉을 둘러보고 나니 이곳의 기운이 좋아 이렇게 다양한 육성기관이 자리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왕릉이었다.

문정왕후는 원래 남편 중종의 능인 현재의 정릉에 같이 묻히길 바랐지만, 비가 올 때마다 정릉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아들 명종이 문정왕후 사후 태릉을 조성해 어머니를 모셨다고 한다.
잦은 침수 피해를 입는 정릉 대신 아들 명종이 문정왕후 사후 태릉을 조성해 모셨다. ⓒ박지영
잦은 침수 피해를 입는 정릉 대신 아들 명종이 문정왕후 사후 태릉을 조성해 모셨다. ⓒ박지영

강릉13대 명종과 인순왕후의 능으로, 왕과 왕비의 봉분을 하나의 곡장 안에 나란히 조성한 ‘쌍릉’이다. 오른쪽엔 왕, 왼쪽에는 왕비를 모신다는 우상좌하(右上左下) 원칙에 따라 조성되었다.

능침에 조성된 문석인과 무석인, 장명등, 망주석 등은 태릉 조성 후 2년 만에 조성되어 태릉 석물의 조각기법과 생김이 유사하다고 하니,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다.
쌍릉 형태의 강릉 능침. 조선왕릉 원정대를 위한 임시 개방으로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박지영
쌍릉 형태의 강릉 능침. 조선왕릉 원정대를 위한 임시 개방으로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박지영
태릉에 위치한 조선왕릉전시관. 조선 왕릉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도록 꾸며졌다. ⓒ박지영
태릉에 위치한 조선왕릉전시관. 조선 왕릉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도록 꾸며졌다. ⓒ박지영

20대 경종과 선의왕후가 잠든 사적 제204호, 의릉

의릉20대 경종과 두 번째 왕비 선의왕후 어씨의 능으로, 1960년대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세워진 부속건물들 때문에 능역이 크게 훼손되었다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복원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같은 언덕에 왕과 왕비의 봉분이 앞뒤로 나란히 배치된 ‘동원상하릉’으로, 곡장을 두른 위의 봉분이 경종의 능, 곡장을 두르지 않은 아래의 봉분이 선의왕후의 능이다.
의릉 전경.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복원공사로 현재의 모습을 찾았다. ⓒ박지영
의릉 전경.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복원공사로 현재의 모습을 찾았다. ⓒ박지영
제향을 지내는 의릉 정자각. 홍살문을 지나 곧게 뻗은 어로와 향로를 따라가면 닿는다. ⓒ박지영
제향을 지내는 의릉 정자각. 홍살문을 지나 곧게 뻗은 어로와 향로를 따라가면 닿는다. ⓒ박지영

중앙정보부가 능역 내에 있어서 일반인에게는 철저히 봉쇄되었던 의릉은 중앙정보부가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뀌고 1995년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하면서 1996년 일반인에게 다시 공개되었다. 중앙정보부 청사는 헐렸지만, 1972년 7월 4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남과 북이 처음으로 합의한 공동성명이 발표된 중앙정보부 강당은 국가등록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어 아직 남아 있다.

나상진 건축가(1923-1973)가 설계한 이곳은 1972년 분단 이후 최초로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합의하여 정한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내부 공개가 되지 않아 외부에서만 둘러봤지만, 유리문을 통해 열린 강당 내부도 조금은 볼 수 있으니 의릉 방문 시 꼭 함께 들러 보자.
의릉 내 자리한 구 중앙정보부 강당. 개방을 하진 않지만 유리문이라 내부가 들여다보인다. ⓒ박지영
의릉 내 자리한 구 중앙정보부 강당. 개방을 하진 않지만 유리문이라 내부가 들여다보인다. ⓒ박지영

의릉 매표소에서 도보 수분 거리엔 올해 개장한 의릉역사문화관도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의릉의 역사와 변천 과정은 물론, 왕릉 조성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왕릉을 보기 전 들렀다 가면 왕릉의 구조를 이해하기에 좋다.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축소 모형을 만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7·4 남북공동성명 당시와 중앙정보부 강당 모습도 영상이나 자료들을 통해 볼 수 있으니 꼭 잊지 말고 방문하자.
의릉역사문화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복잡한 의릉의 역사를 잘 요약해서 보여 준다. ⓒ박지영
의릉역사문화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복잡한 의릉의 역사를 잘 요약해서 보여 준다. ⓒ박지영

조선왕릉 방문 전 꼭 챙겨야 할 무료 자료 ZIP

조선왕릉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얻어지는 게 정말 다르다. 공원처럼 휴식할 장소로 찾는다면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역사나 문화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방문한다면 방문 전 조선왕릉 누리집을 통해 간단한 이력과 해설 시간, 능침 개방 시간 등을 체크하고 일정을 잡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능침 구역은 개방이 되지 않아 보통은 그 외 지역만 보게 되지만, 능침 개방일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기 해설 시간에 맞춰 가면 왕릉의 일반적 구조와 왕릉에 얽힌 역사 이야기 등을 전문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며 둘러볼 수 있어 아주 좋다.
왕릉마다 전문해설사의 정기 해설이 무료로 진행된다. ⓒ박지영
왕릉마다 전문해설사의 정기 해설이 무료로 진행된다. ⓒ박지영
조선왕릉 누리집에 각 왕릉별 관람 정보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조선왕릉 누리집
조선왕릉 누리집에 각 왕릉별 관람 정보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조선왕릉 누리집

만약 좀 더 종합적으로 조선왕릉을 돌아보고 싶거나 자료를 갖고 싶다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무료 제공하는 '가보자 능'과, '조선왕실과 왕실계보' 지도를 무료 다운로드 받아 활용하면 된다. '가보자 능'에는 조선왕릉 40기에 대한 전체 설명이 들어 있어 참고하기 좋고, '조선왕실과 왕실계보' 지도는 복잡한 조선왕실 계보를 한눈에 보여 줘 역사 속 인물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기 좋다.

이 외에도 동일 사이트엔 대한 조선 시대 궁궐을 다룬 '가보자 궁'과 각 왕릉 브로슈어 및 기타 참고자료들이 많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역사 덕후로도 거듭날 수 있다.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왕릉과 궁궐에 관한 알찬 자료들이 많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왕릉과 궁궐에 관한 알찬 자료들이 많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왕릉은 풍수지리와 지형에 맞게 조성되어 다니기 불편하진 않지만, 대부분 낮은 구릉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왕릉에 갈 땐 운동화가 가장 편하고, 내부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원으로 저렴하지만, 왕릉 소재 지역 주민인 경우엔 50% 할인도 있으니 이에 해당된다면 신분증도 잊지 말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입장이 무료다.

조선왕릉

궁능유적본부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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