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피서지는 '여기'가 답! 도심 속 풍류 깃든 계곡

시민기자 조송연

발행일 2023.07.28. 10:57

수정일 2023.07.31. 18:09

조회 64,848

[#방콕대신서울콕] 유유자적 즐기는 도심 속 계곡, 서촌 수성동계곡
방콕대신서울콕

본격적인 휴가철이 찾아왔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라는 노랫말이 흥얼거려진다. 많은 이들이 해수욕장으로, 계곡으로 떠나는 여름휴가 일정을 꾸린다.

하지만 올해 여름휴가는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첫 여름 휴가철이지만, 휴가를 미루거나 포기한 ‘휴포자(휴가포기자)’도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비용이다. 휴포자로 응답한 사람들의 34.8%가 ‘비용 부담’을 언급했는데, 치솟는 물가에 지역 축제 바가지 논란 등으로 휴가를 접은 셈이다. 그렇다고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자니, 역시 오를 대로 오른 항공료가 부담스럽다.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수성동 계곡 ©조송연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수성동 계곡 ©조송연

여름방학을 맞아 오늘 소개할 곳은 대중교통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으면서도 시원한 계곡이 흐르는 곳이다. 또한 가볍게 둘레길을 산책할 수도 있다.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는 도심 속 ‘피서지’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서울기념물 ‘수성동 계곡’이다.

수성동 계곡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로 감춰져 있었다. 1971년에 계곡 좌우로 옥인시범아파트 9개동이 들어서면서 계곡은 수려한 경관을 잃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 난개발의 상징인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고 문화재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수성동 계곡을 복원했다. 역사와 자연, 시민과 문화가 함께하는 수성동 계곡 복원 사업은 ‘2014년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성동 계곡에는 옥인시범아파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조송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성동 계곡에는 옥인시범아파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조송연

수성동 계곡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널리 알려진 피서지였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수성동>이라는 그림으로 등장하고,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은 수성동 계곡에 ‘비해당(匪懈堂)’이라는 별장을 짓고 살며 시와 그림을 즐기기도 했다. 조선시대, 한양도성 내에 있어 사대부, 중인이 자주 찾던 계곡이 옥인아파트라는 시련을 거쳐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수성동 계곡 ©조송연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수성동 계곡 ©조송연

하지만 계곡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방문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수성동 계곡은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성동 계곡은 많은 비가 내린 뒤에야 수성동 계곡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너른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발에 물을 담그면, 마치 신선놀음과 무릉도원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다.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수성동 계곡 ©조송연

비가 내린 다음 날 방문한 수성동 계곡은 역시 시민들이 자연을 벗 삼아 즐기고 있었다. 물이 맑아 물고기도 자주 보이는 수성동 계곡에서 엄마, 아빠와 아이들은 체험 학습처럼 물고기를 잡거나, 곤충을 채집하고 있었고, 모래성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고 있었다.

시원한 물줄기를 뒤로하고 낮잠 자는 시민, 반려견과 함께 수성동계곡을 찾은 시민도 있었다. 또한 할머니와 엄마, 자녀들까지 3대가 함께 수성동 계곡을 찾아 이른 피서를 즐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수성동 계곡을 찾은 가족 ©조송연
수성동 계곡을 찾은 가족 ©조송연

수성동 계곡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책 읽는 시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눈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 한잔에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 시민도 보였다. 이처럼 수성동 계곡은 시민들의 벗으로 좋은 피서지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조금 위로 올라가니, 시원한 폭포와 물줄기 소리가 마치 조선시대로 회귀한 것 같았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서울 도심에 이러한 장소가 있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위적으로 조성하지 않은, 수많은 시간이 흘러 침식된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에, 자연의 본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물줄기 소리와 새소리는 자연이 들려주는 선물과 같다. ©조송연

수성동 계곡은 가는 길도 편리하다. 굳이 차량을 끌고 가지 않아도, 대중교통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어 부담도 적고 친환경적이다. 왜냐하면 서울 근교의 많은 계곡은 대중교통 접근이 어렵지만, 수성동계곡은 마을버스가 다니기 때문이다. 남대문에서 시청역, 광화문광장, 경복궁역을 거쳐 수성동계곡으로 들어오는 종로09번 마을버스가 배차 간격 10분으로 다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왕산 수성동계곡 안내판 ©조송연
인왕산 수성동계곡 안내판 ©조송연

도심 속 시원한 계곡과 함께하는 피서지 ‘수성동계곡’. 본격적인 여름방학을 맞아 휴가비가 부담된다면, 1박 2일은 어렵고 당일치기로 시원한 계곡에서 놀고 싶다면, 정답은 ‘수성동계곡’일 듯싶다. 인근 서촌 마을에는 맛집과 예쁜 카페도 많으니, 동네 한 바퀴를 둘러보거나 통인시장에서 맛있는 음식과 음료로 멋진 피서를 보내는 건 어떨까.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수려한 절경을 만들어낸다. ©조송연

수성동계곡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185-3
○ 교통 : 지하철 광화문역이나 경복궁역에서 내려 종로09 마을버스 탑승 후 '박노수 미술관'에서 하차
○ 문의 : 02-2148-2844

시민기자 조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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