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자락길에서 잠시 쉬어가는 건 어떠세요?

시민기자 양인억

발행일 2021.06.22. 14:00

수정일 2021.06.22. 18:00

조회 3,540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사직단부터 청운동의 윤동주 문학관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있다. '인왕산 자락길’이라 불리는 코스이다. 인왕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양도성 안쪽에 위치한 인왕산 산자락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인왕산 자락길은 "반나절 동안 안전하고 건강하게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관광 명소”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함께 출사를 자주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지난주 인왕산과 서촌 일대를 둘러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인왕산 정상이 아닌 인상 깊게 보았던 ‘청운문학도서관’과 서촌 골목을 한 번 걷자는 제안이었다. 지난 4월 인왕산 기차바위 코스를 다녀오면서 우연히 마주친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던 필자는 함께 할 동반의 등장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인왕산 자락길을 기본으로 창의문 - 청운공원 - 청운문학도서관 - 인왕산 초소책방 - 수성동계곡 - 기린교 - 윤동주 하숙집 터로 이어지는 코스를 생각했다.

코스를 따라 전통 수제 기와로 한껏 멋을 부린 청운문학도서관을 지난 후 잠시 길을 잃었다. 할 수 없이 수성동계곡까지 간 다음 U턴해 인왕산 초소책방을 찾았다. 지난 4월의 초소책방은 오랜만의 맑은 주말을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인해 자리에 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만 '꼭 다시 찾아야지' 했었던 필자의 마음처럼 이번에 동행한 분도 만족스러워했다.

인왕산 중턱에서 서울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데크가 놓인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은 1968년 1.21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경찰청에서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인왕산 자락길에 설치한 경찰초소였다. 이를 무상으로 양여 받아 서울시와 종로구가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폐쇄된 초소 공간을 북카페와 탁 트인 열람실 그리고 숲에 둘러싸인 전망데크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곳 초소책방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인왕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서울 경치에 흠뻑 취했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이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약간의 부족함은 다시 찾을 또 다른 이유이기에 괘념치 않았다.

허기를 채우며 다리의 피로 회복을 한 후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속 ‘수성동’ 그림에 등장 한 기린교로 향했다. 기린교가 있는 수성동계곡은 1971년 옥인시범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수려한 경관을 잃어버렸으나 그로부터 40년 후, 아파트를 철거하고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게 되었다. 수성동계곡 복원사업은 국토교통부 주최 ‘2014년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마지막 장소는 통인시장 방향의 누상동 9번지다. 윤동주 시인이 1941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재학 중 하숙했던 집 터로 당시의 집 원형은 사라지고 다만 표지석이 그 위치만 알려 주고 있다.

“쉬지 않고서는 멀리 갈 수 없다.”라는 캘리그라퍼 강병인 님의 말처럼 코로나로 더욱더 지친 일상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인왕산 자락길'. 건강은 물론 지난 시절 개발과 분단 논리로 등한시되고 배제됐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이다. 인왕산 자락길은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용이하니 '쉼'이 필요한 시민들께 강추한다.
한양도성의 서북문 창의문, 일명 자하문이라고도 불린 창의문은 임진왜란으로 문루가 소실되었다. 이후 영조 17년(1741)에 복원돼 도성의 사소문 중 유일하게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어 그 의미가 깊은 성문이다 ⓒ양인억
한양도성의 서북문 창의문, 일명 자하문이라고도 불린 창의문은 임진왜란으로 문루가 소실되었다. 이후 영조 17년(1741)에 복원돼 도성의 사소문 중 유일하게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어 그 의미가 깊은 성문이다 ⓒ양인억
보물 제1881호로 지정된 창의문의 홍예문 천장에 화려하게 그려져 있는 두 마리의 봉황. 봉황은 수컷인 ‘봉’과 암컷인 ‘황’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양인억
보물 제1881호로 지정된 창의문의 홍예문 천장에 화려하게 그려져 있는 두 마리의 봉황. 봉황은 수컷인 ‘봉’과 암컷인 ‘황’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양인억
청운공원을 둘러싸고 인왕산으로 연결되는 한양도성 순성길, 시민이 잠시 서서 숨을 고르고 있다 ⓒ양인억
청운공원을 둘러싸고 인왕산으로 연결되는 한양도성 순성길, 시민이 잠시 서서 숨을 고르고 있다 ⓒ양인억
노란색이 돋보이는 금계국이 한양의 우백호로 불리는 인왕산을 배경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양인억
노란색이 돋보이는 금계국이 한양의 우백호로 불리는 인왕산을 배경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양인억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시인의 대표시 '서시'가 새겨져 있는 시비가 청운공원 내 ‘시인의 언덕’에 위치해 있다 ⓒ양인억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시인의 대표시 '서시'가 새겨져 있는 시비가 청운공원 내 ‘시인의 언덕’에 위치해 있다 ⓒ양인억
'인왕산 자락길’ 곁에 눈길을 사로잡는 한옥 건물이 있다. 2015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양인억
'인왕산 자락길’ 곁에 눈길을 사로잡는 한옥 건물이 있다. 2015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양인억
‘청운문학도서관’의 낮은 꽃담 위에 얹은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재개발로 철거되는 한옥의 수제 기와 3,000여 장을 종로구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재사용한 의미 있는 구조물이다 ⓒ양인억
‘청운문학도서관’의 낮은 꽃담 위에 얹은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재개발로 철거되는 한옥의 수제 기와 3,000여 장을 종로구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재사용한 의미 있는 구조물이다 ⓒ양인억
종로구 최초의 한옥공공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 지붕에는 색감이 자연스러운 전통 수제 기와를 사용해 주변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양인억
종로구 최초의 한옥공공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 지붕에는 색감이 자연스러운 전통 수제 기와를 사용해 주변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양인억
인왕산의 상징은 호랑이다. 인왕산 자락길 숲속에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범바위가 있다 ⓒ양인억
인왕산의 상징은 호랑이다. 인왕산 자락길 숲속에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범바위가 있다 ⓒ양인억
‘가온다리’는 흔들다리로 ‘가온’은 가운데, 중심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아보세요.”라고 다리에 적혀있다 ⓒ양인억
‘가온다리’는 흔들다리로 ‘가온’은 가운데, 중심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아보세요.”라고 다리에 적혀있다 ⓒ양인억
잠시 길을 잃어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으로 U턴해 가는 길, 서울시내 조망 명소 ‘무무대’에서 조선시대 법궁 경복궁과 서울 도심을 내려다본다 ⓒ양인억
잠시 길을 잃어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으로 U턴해 가는 길, 서울시내 조망 명소 ‘무무대’에서 조선시대 법궁 경복궁과 서울 도심을 내려다본다 ⓒ양인억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 1층은 카페와 서점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에 진열된 책들이 인상적이다 ⓒ양인억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 1층은 카페와 서점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에 진열된 책들이 인상적이다 ⓒ양인억
환경 관련 책으로 특화한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 1층에는 다양한 환경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양인억
환경 관련 책으로 특화한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 1층에는 다양한 환경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양인억
2층에 마련된 독특한 콘셉트의 초소책방 열람실. 평상 마루 위에는 커다란 원목 테이블이 있으며 두 다리를 편히 두고 책을 볼 수 있는 특이한 열람실이다 ⓒ양인억
2층에 마련된 독특한 콘셉트의 초소책방 열람실. 평상 마루 위에는 커다란 원목 테이블이 있으며 두 다리를 편히 두고 책을 볼 수 있는 특이한 열람실이다 ⓒ양인억
2층 테라스에 마련된 좌석은 인왕산 중턱에서 서울시내를 조망하며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양인억
2층 테라스에 마련된 좌석은 인왕산 중턱에서 서울시내를 조망하며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양인억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남산 위의 N서울타워 그리고 도심을 가득 메운 고층 빌딩 숲 ⓒ양인억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남산 위의 N서울타워 그리고 도심을 가득 메운 고층 빌딩 숲 ⓒ양인억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수성동’  그림 속 돌다리인 기린교는 서울시 기념물 제31호로 수성동계곡을 대표하는 유물이다 ⓒ양인억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수성동’ 그림 속 돌다리인 기린교는 서울시 기념물 제31호로 수성동계곡을 대표하는 유물이다 ⓒ양인억
기린교 옆에 마련된 의자 <쉼>. 캘리그래퍼 강병인님의 작품으로 등받이에 “쉬지 않고서는 멀리 갈 수 없다.”라고 적혀 있는 멋진 작품이다 ⓒ양인억
기린교 옆에 마련된 의자 <쉼>. 캘리그래퍼 강병인님의 작품으로 등받이에 “쉬지 않고서는 멀리 갈 수 없다.”라고 적혀 있는 멋진 작품이다 ⓒ양인억
서울시 종로구 누상동 9번지는 윤동주 시인이 존경하는 소설가 김송이 살던 집으로 윤동주 시인은 이 집에서 하숙했다 ⓒ양인억
서울시 종로구 누상동 9번지는 윤동주 시인이 존경하는 소설가 김송이 살던 집으로 윤동주 시인은 이 집에서 하숙했다 ⓒ양인억

■ 인왕산 자락길

○ 코스 : 사직단 - 황학정 - 인왕산 숲길 (수성동계곡 - 해맞이동산 - 가온다리 - 범바위 - 청운공원) - 시인의 언덕 - 윤동주 문학관
홈페이지 바로가기(클릭)

■ 인왕산 '초소책방_더숲'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로 172 (옥인동 산3-1)
○ 운영시간 : 08:00 ~ 22:00
홈페이지 바로가기(클릭)
○ 문의 : 02-735-0206

■ 청운문학도서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6길 40
○ 운영시간 : 10:00 ~ 22: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도서관 소개 페이지 바로가기(클릭)

시민기자 양인억

역사 문화의 도시 서울, 그 속의 아름다운 국가유산을 소개하는 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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