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시간여행! 조선시대 관청 '의정부지' 모습은?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06.19. 14:45

수정일 2023.06.19. 17:31

조회 1,854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 받은 리플릿과 수신기 ⓒ김윤경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 받은 리플릿과 수신기 ⓒ김윤경

연신 흐르는 땀방울을 훔쳐내던 참가자는 휴대용 선풍기를 꺼내 틀었다. 옆에 서 있던 참가자는 물병을 열어 시원하게 들이켰다. 광화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앞에서는 열댓 명의 참가자들이 수신기를 꼽은 채 리플릿을 들고 있었다. 인솔자가 든 깃발에는 ‘조선시대 최고 관청 의정부지 600년의 시공간을 거닐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6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의정부지 현장이 시민에게 공개돼 찾았다.
한눈에 보이는 조선시대 관청 의정부지 ⓒ김윤경
한눈에 보이는 조선시대 관청 의정부지 ⓒ김윤경

조선시대 최고 관청 '의정부'는 어떤 곳일까?

조선시대 의정부모든 관료를 통솔하며 국정을 총괄하는 최고 행정기관이자 의결기관이었다. 1400년에 만들어지고 1907년 내각으로 개편될 때까지 의정부는 삼정승인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함께 협의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통솔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진왜란 후 비변사가 중앙과 지방의 군국 기무를 모두 맡게 되며 의정부는 형식적인 최고기관으로 남았지만, 고종 때 비변사를 통합하며 경복궁 복원과 함께 현 위치에 중건되었다.

1910년부터는 내부청사를 경기도청으로 운영하기도 했으며, 한 때는 광화문 시민마당으로 조성되기도 한 곳이다. 그런 이곳이 2016년 발굴조사를 통해 역사성과 학술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사적(국가지정문화재 제588호)으로 지정되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 올라가 의정부지를 관망하고 있는 시민 모습 ⓒ김윤경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 올라가 의정부지를 관망하고 있는 시민 모습 ⓒ김윤경

이번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는 의정부지가 갖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주제로 첫날은 현장유구투어, 이튿날은 도보역사투어로 진행되었다. 의정부지는 경복궁 육조거리에 있던 관청 중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첫날 현장유구투어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 올라가 전체를 조망하며 설명을 들은 후, 의정부지 현장에 들어가 가까이 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이날은 의정부지 현장 고증에 참여했던 김영재 교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도슨트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니, 이런 곳이 있었어?”, “의정부지 투어 덕분에 서울 한복판을 조망할 수 있는 명당을 알게 되었네.” 의정부지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 도착하자 참가자들의 감탄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서 의정부지 현장을 내려다 보며 감탄했다. ⓒ김윤경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서 의정부지 현장을 내려다 보며 감탄했다. ⓒ김윤경
의정부지를 바라보며 해설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김윤경
의정부지를 바라보며 해설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김윤경

“저기 보이는 곳이 정본당이라는 곳이에요. 삼정승의 사무공간이죠. 옆에 석회당협선당도 있고요. 여기에서는 의정부의 전체적인 배치를 확인해 보시면 좋겠네요.”
참가자들이 리플릿과 함께 현장을 대조해 보고 있다. ⓒ김윤경
참가자들이 리플릿과 함께 현장을 대조해 보고 있다. ⓒ김윤경

이어 김영재 교수는 경복궁과 의정부의 관계를 비롯해 의정부지 역사 등을 들려주었다. 참가자들은 설명을 들으며 리플릿과 현장을 번갈아 보았다. 처음엔 발굴현장 세부 장소들이 각각 구분이 될까 싶었는데 높은 곳에서도 보일 만큼 위치마다 이름을 크게 써 놓았다. 경기도청 흔적이 남은 기념탑도 눈에 띄었다. 덥지만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건, 해설과 간간이 누르는 사진 셔터 소리였다.
평소 지나던 길을 들어가 보았다. ⓒ김윤경
평소 지나던 길을 들어가 보았다. ⓒ김윤경
열린 문을 통해 600년 전으로 이동했다. ⓒ김윤경
열린 문을 통해 600년 전으로 이동했다. ⓒ김윤경

참가자들은 옥상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은 후, 밖으로 나가 의정부지 현장으로 더 가까이 향했다. 근처를 지날 때면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던 의정부지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참가자들은 문을 넘어 600년 전 의정부로 발을 내딛었다.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고 작은 돌무덤들 옆에는 커다랗게 위치가 적혀 있었다.
의정부지 현장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김윤경
의정부지 현장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김윤경

“위에서 볼 때와 또 다르네요.” 올해 말로 계획한 시민 역사유적광장 조감도와 공간구성 및 식재, 포장계획 등이 적힌 패널이 세워져 있었다. 김영재 교수는 이에 대해 각각을 설명해 주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근현대 돌들로 상단 위 기초석 같은 건 거의 없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공유 받은 자료 사진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었다. 
 석회당이 보이는 의정부지 현장 ⓒ김윤경
석회당이 보이는 의정부지 현장 ⓒ김윤경

신기했던 건, 정본당 동쪽에 위치한 연못이었다. 김영재 교수는 연지 안에는 연꽃이 굉장히 가득했다는 문헌 내용이 있다면서 연꽃을 연상하며 과거를 떠올려 보라고 했다. 내부에는 나무 기둥이 박혀 있어 궁금해 묻자 연지를 매립할 때 습기가 많아 나무를 박아 습기를 흡수한 걸로 보여진다고 했다.
우물도 확인되었다. ⓒ김윤경
우물도 확인되었다. ⓒ김윤경

1910년 준공된 경기도청의 흔적인 내부청사도 탑과 함께 볼 수 있었다. 내행랑은 건물에 비해 초석들이 굉장히 커서 의아했는데 기존의 초석을 옮겨다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이곳은 재사용을 한 걸로 보여진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고종 때 기록에는 의정부를 세우기 전 수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아 남은 재료로 의정부를 재건했다는 생각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 ⓒ김윤경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 ⓒ김윤경

“이곳을 다 다시 묻으면 너무 아깝잖아요” 한 참가자가 아쉽다는 듯 물었다. "유구를 가장 안전하게 보존조치하는 방법이 복토작업을 하는 거라서요. 이후로 고증 등을 계속하면서 발굴된 성과를 볼 수 있도록 흔적 표시를 해놓을 예정이에요. 이곳을 디지털로 구현하려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담당자의 설명이다.

“디지털화된 공간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면 이 공간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김영재 교수는 의정부가 꽤 독창적인 공간이고 굉장히 한국적인 공간이라고 말하며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이렇게 유교적인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지는 않았다며, 유교 건축의 상징적인 공간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에 대해 담당자는 "공사가 들어가기 전,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거든요. 지금이 가장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는 때라 각기 다른 방식의 시민 대상 투어를 두 차례 기획하게 되었어요. 투어 내용이 다르니 양쪽 다 신청하신 분들도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동하는 참가자들 ⓒ김윤경
현장에서 이동하는 참가자들 ⓒ김윤경

“서울시민으로 이런 역사적인 현장에 안 와볼 수 없지요. 올해 말 새로 태어날 곳이 기대됩니다.” 투어를 돌며 적극적으로 향후 방안에 관해 질문하던 한 참가자가 말했다. 올해 말 재탄생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시민에게 보여준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는 큰 흥미를 주었다. 덧붙여 앞으로 디지털로 구현될 의정부에 관해 한층 더 기대감이 커졌다.
의정부지 현장공개 투어 현장 모습 ⓒ김윤경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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