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행복을 전하는 일, '해피 할머니'를 아시나요?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2.12.13. 14:00

수정일 2023.05.25. 11:18

조회 4,755

언제나 이웃들이 함께하는 동화의 집 마당 ⓒ이정민
해피 할머니들의 '동화의 집' 입구 ⓒ이정민

“와, 우리 할머니가 살아나셨다. 만세.” “동물들은 기뻐하며 손뼉을 쳤어요. 그림 쥐는 눈물을 글썽였죠. 그리고 할머니를 따라 모두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림 쥐야, 정말 고맙다.”

이는 동화 <할머니와 동화 속 그림 쥐>의 일부다. 작년 동화의 집(광진구 능동로) 개소식 때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무대에 오른 해설자와 배우들은 모두 '해피 할머니'로 불린다.
작년 동화의 집 개소식 때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
작년 동화의 집 개소식 때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

그 이름처럼 행복한 기운을 전하는 한국동화사회협동조합해피 할머니 활동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규원 이사장은 서울의 옛이야기를 발굴하는 동화 작가로 활동하며 시니어 스토리텔러 양성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2016년 한국동화사회협동조합 설립과 어린이대공원 ‘해피 할머니와 함께 하는 동화여행’ 공연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올해 제71회 서울시 문화상(독서문화 부문)을 수상한 이규원 이사장은 “제가 결혼 후 광진구에 살게 되면서 어린이대공원에 오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동화를 들려주게 됐어요.” 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우리 시니어들이 갖고 있는 문학적 감성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구립도서관 동화 교실을 15년째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문화상(독서문화 부문) 수상자인 이규원 이사장이 자신이 쓴 동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정민
서울시 문화상(독서문화 부문) 수상자인 이규원 이사장이 자신이 쓴 동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정민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의 '해피 할머니'들은 아이에서 어르신까지 그 대상을 점차 넓혀 나갔다. 관내 노인보호센터 어르신들을 위한 동화 구연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몸과 마음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비대면 강의가 계속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어르신들 앞에서 삼국유사 이야기를 직접 선보일 수 있어 더 뿌듯한 해피 할머니들이다.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의 시니어 동화 스토리텔러 양성 수업이 진행되는 곳 ⓒ이정민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의 시니어 동화 스토리텔러 양성 수업이 진행되는 곳 ⓒ이정민

2021년 10월 말에는 이규원 이사장의 집 마당 곳곳을 고치고 꽃을 심어 '동화의 집'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무엇보다 마땅히 연습할 곳이 없는 해피 할머니들의 연습 공간으로 꽤 유용하다.

“이 앞을 지나가다 오셔서 이야기 들으실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지나가던 분들도 저 백설공주 앞에서 사진도 찍고 하세요.”
새롭게 단장한 동화의 집에서 인기 있는 포토존 ⓒ이정민
새롭게 단장한 동화의 집에서 인기 있는 포토존 ⓒ이정민
언제나 이웃들이 함께하는 동화의 집 마당 ⓒ이정민
언제나 이웃들이 함께하는 동화의 집 마당 ⓒ이정민

이곳에선 월 1회 이상 활동에 관한 회의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제 자신이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게 됐고, 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동화를 들려줌으로써 정서적인 치유도 되니까 보람이 큽니다.” 해피 할머니 활동 후기를 말하는 이숙진 회원의 표정이 밝다.

“저는 데이케어센터에서 어르신들에게 손 유희를 가르쳐 드리는데, 처음엔 눈이 맑아지시고 다음에는 점점 더 잘하시는 거예요. 그분들께 기쁨을 드리는 줄 알았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가 행복한 거였어요.” 김기선 회원의 솔직한 소감이다.
월 1회 이상 회원들과 함께 활동에 관한 회의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이정민
월 1회 이상 회원들과 함께 활동에 관한 회의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이정민

“몇 년 전 어린이대공원에서 설날 뮤지컬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명절 연휴라 관람객이 적었는데 외국인 가족이 와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더라고요, 타국에서 보내는 연휴에 이렇게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왔나 싶으면서. 그때 가슴이 찡했거든요.”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한 자리에 더 마음이 간다는 김수연 회원의 말이다.

“동화로 세상을 밝게 하는 일에 철학을 갖고 한길을 걷다 보니 이제 조금씩 알아 주시는 것 같아요.” 손녀들이 자신을 해피 할머니라고 할 때가 제일 좋다는 이규원 이사장의 동화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달 말 ‘잊혀져가는 옛이야기 대회’를 다시 개최한 것은 구전동화 발굴에도 소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잊혀져가는 옛이야기 대회’ 개최와 같은 다양한 소식을 알리는 공간 ⓒ이정민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잊혀져가는 옛이야기 대회’ 개최와 같은 다양한 소식을 알리는 공간 ⓒ이정민

오늘도 동화의 집 마당에는 이야기가 그리운 분들, 동심이 살아 있는 이웃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모인다. 동화 구연과 공연에 필요한 인형, 소품, 교구를 손수 만드는 해피 할머니들의 뜨거운 열정이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란다.
해피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동화 구연과 공연에 필요한 인형, 소품, 교구들 ⓒ이정민
해피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동화 구연과 공연에 필요한 인형, 소품, 교구들 ⓒ이정민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

○ 위치 :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3길 12(군자동)
누리집(홈페이지)
○ 문의 : 070-8765-6443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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