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있을지 모를 위급 상황, 심폐소생술 미리 배워 두자!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2.11.11. 13:08

수정일 2022.11.11. 11:08

조회 2,453

핼러윈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에서는 심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 수십 명이 도로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한 명이라도 더 살려 보려고 애를 쓴 시민도 많았다.

이태원 참사 뉴스를 보면서 여러 번 든 생각은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었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심폐소생술,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필자가 거주하는 도봉구 내 보건소에 전화 문의하니 구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방문 가능한 날짜를 예약한 후 해당일에 도봉구청 지하에 있는 심폐소생술 교육장을 찾았다.
심폐소생술 교육 현장 모습 Ⓒ강사랑
심폐소생술 교육 현장 모습 Ⓒ강사랑

"심장마비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마비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져요."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는 지도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그는 재차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교육생들을 독려했다.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은 교육생들 앞에는 심폐소생술 교육용 마네킹이 있었다. 교육생들은 시작 구호와 함께 마네킹 가슴에 손을 얹고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강단 옆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교육생들이 가슴 압박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점수를 보여 주었다.
심폐소생술을 실습하는 구민들 Ⓒ강사랑
심폐소생술을 실습하는 구민들 Ⓒ강사랑

교육생들은 1분가량 이어진 연습이 끝나자 "생각보다 힘드네요", "손이 아파요" 라고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잠시 휴식하며 보충 설명을 들은 교육생들은 다시 무릎을 꿇고 마네킹 가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하게 가슴을 압박한 사람들에게는 작은 선물도 주어졌다. 무엇보다 정확한 위치에 가슴 압박을 하지 않을 경우 환자의 장기 손상이 우려되므로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심폐소생술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사랑
심폐소생술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사랑

지도 선생님은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생존 사슬'을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쓰러진 환자를 발견하면 환자 어깨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불러서 반응을 확인한다. 이때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인 호흡을 하면 주변 사람 등을 통해 119에 신고 요청을 하고, 주변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도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2단계 사슬은 즉각적인 심폐소생술 처치다. 한쪽 손바닥을 환자의 가슴 중앙에 대고 빠르게 힘껏 압박한다. 성인 기준 분당 100∼120회 속도로 깊이는 약 5㎝다. 초당 2회 정도로 해야 하는 셈이라 다소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가슴 압박을 할 때는 깍지를 낀 두 손의 손바닥을 가슴뼈 아래쪽 절반 부위에 갖다대고, 양팔을 쭉 펴서 환자의 몸과 수직이 되도록 압박해야 한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지도 선생님 Ⓒ강사랑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지도 선생님 Ⓒ강사랑

가슴압박을 진행하면서 자동심장충격기를 함께 사용하게 되면 환자의 생존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현장에서 교육생들은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도 함께 배웠다.

일단 자동심장충격기를 심폐소생술에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에 놓은 뒤 전원을 켠다. 자동심장충격기에는 패드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오른쪽 빗장뼈 아래, 또 하나는 왼쪽 겨드랑이 부근에 각각 부착한다.

패드와 장치가 연결되어 "분석 중"이라는 음성이 들리면 환자에게서 손을 뗀다. "심장충격이 필요합니다"라는 음성이 나오면 장치는 자동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한다. 수초 뒤에 '심장충격 버튼'이 깜빡거리면 버튼을 눌러 시행한다. 이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이 환자에게서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심장충격 뒤에는 가슴 압박을 다시 시작한다. 장치는 2분마다 심장 상태를 분석하게 되어 있다. 모든 과정을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지속하는 것이 '생존 사슬'이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실습 Ⓒ강사랑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실습 Ⓒ강사랑

약 1시간 30분 동안 모든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는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이 주어졌다. 

당일 교육에 참여한 김수민 씨(도봉구 쌍문동 거주, 44세)는 "이태원 참사 당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했던 것처럼 내 주위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말했다. 

박경수 씨(도봉구 창동 거주, 50세)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한 분은 심장질환이 있으신데 혹시라도 가정에서 위급 상황이 벌어지면 큰일이다 싶어서 배우러 왔다. 실제로 해 보니 가슴 압박을 할 때 위치부터 세기까지 신경 쓸 게 많은 것 같다" 라며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응급처치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특히 심폐소생술은 남녀노소 누구나 꼭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소감을 전했다. 
교육을 마치면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 Ⓒ강사랑
교육을 마치면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 Ⓒ강사랑

현재 도봉구는 초등학교 학생 이상 구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연중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구청 지하 1층 심폐소생술 교육장에서 진행되며 주중 1일 2회(오전 10:00~11:30 / 오후 3:00~4:30)로 나뉘어 실시된다.

가족 단위 신청자, 교육 실습 우수자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이 지급되며 청소년에게는 자원봉사 시간 2시간이 주어진다. 교육 접수는 전화와 인터넷 그리고 방문 접수를 모두 받는다. 접수 인원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한다.
심폐소생술을 배우고자 하는 구민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강사랑
심폐소생술을 배우고자 하는 구민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강사랑

직접 심폐소생술 교육 현장을 찾아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현장을 찾기 전에는 우리 주변에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할 수 있거나 이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

심폐소생술은 정지된 심장 대신 손이 가슴을 압박하여 생명을 살리는 응급처치 기술이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4~5분 후 뇌가 손상되기에 심정지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특히 가정 내 심정지 발생률이 70% 이상이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서라도 심폐소생술을 배워두는 것이 현명하다.

생명을 살리는 기술, 심폐소생술을 배우러 가까운 자치구 보건소에 교육 문의를 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심장 지킴이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봉구 구민 심폐소생술 교육

○ 장소: 도봉구청 지하 1층 심폐소생술교육장
○ 운영: 평일 10:00~11:30, 15:00~16:30 (1일 2회)
○ 신청: 도봉구청 홈페이지, 1365자원봉사 포털, 전화(02-2091-4508~9)

시민기자 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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