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우리동네 안전하개, 전국 최초 반려견 순찰대

시민기자 이성국

발행일 2022.05.03. 16:00

수정일 2022.05.03. 16:21

조회 4,252

'반려견 순찰대'가 산책 중 위험을 목격하면 어떻게 신고하는지 교육을 받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가 산책 중 위험을 목격하면 어떻게 신고하는지 교육을 받고 있다. ⓒ이성국

2021년 겨울밤, ‘짱순’이는 보호자 장영훈 씨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짱순'이가 으슥한 골목 끝을 바라보며 멈췄다. 그리고 '컹' 한번 짧게 짖었다. 장영훈 씨는 골목 안을 유심히 살폈다. 골목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장영훈 씨는 곧장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무사히 사람을 구조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밤, 무심코 지나쳤으면 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위험한 순간이었다. 바로, 오늘 출범한 ‘반려견 순찰대’에게 기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장영훈 씨는 2022년 4월 ‘반려견 순찰대’ 모집공고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짱순'이는 반려견 순찰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당당하게 선발됐다. 16살인 '짱순'이는 약간의 난청이 있지만 하루라도 산책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강한 체력을 지녔다. 장영훈 씨는 “짱순이와 매일 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고 말했다. 
반려견 순찰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16살 짱순
반려견 순찰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16살 짱순 ⓒ이성국

순찰대장 ‘하나’는 유기견 출신이다. 보호자 김시은 씨의 사랑으로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살아있는, 듬직한 대장견이 됐다. 김시은 씨는 '하나'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각오를 말했다. “두세 시간씩 매일 하는 산책, 이왕이면 보람 있고 유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순찰대장 하나와 보호자 김시은 씨
순찰대장 하나와 보호자 김시은 씨 ⓒ이성국
반려견 순찰대를 기획한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총괄과 강민준 경위
반려견 순찰대를 기획한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총괄과 강민준 경위 ⓒ강민준

2022년 5월 2일, 강동경찰서 강당에서 전국 최초로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을 가졌다. ‘반려견 순찰대’를 기획한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총괄과 강민준 경위는 자치경찰과 반려견 순찰대의 의미를 설명했다. “자치경찰은 주민과 더 가까워져야 하고, 주민과 함께해야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반려견 순찰대 사례를 찾았습니다. 2003년 일본의 도쿄도 세타가야구 세이죠 경찰서 관내에서 자원봉사활동으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멍멍순찰대'를 우리의 상황에 맞게 적용했습니다. 주민과 더 밀착하려는 자치경찰의 노력, 주민 참여 유도, 반려인 문화 개선 등 장점이 많습니다.” 

순찰대 활동을 하는 반려견들에겐 수의사협회에서 예방접종 50%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반려견 순찰대 보호자들은 신고요령을 배웠다. '정, 위, 현, 상.' 정확한 위치와 현재 상황을 확실하게 알려야, 경찰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막상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당황하게 되는데, '정, 위, 현, 상'은 반드시 기억해 둬야겠다. 
순찰대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1살 망고
순찰대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1살 망고 ⓒ이성국

‘반려견 순찰대’는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일상적인 산책 활동을 자유롭게 하면서 거주지 곳곳의 위험 요소를 살피고 지역 방범 활동을 하는 순찰대다. 범죄 위험 요소를 발견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112에 신고해 즉각 대응하게 한다. 가로등이나 도로 파손 등 생활 불편사항을 발견했을 때에는 120에 신고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반려견 순찰대’ 별칭은 ‘해치-펫트롤(Hachi-Petrol)’이다. 서울시의 상징이자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인 ‘해치(Haechi)에 Pet(반려견)+Patrol(순찰대)의 합성어인 펫트롤(Petrol)을 붙여 이름지었다. 
교육을 마치고,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 교육을 마치고,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성국

5월 2일부터 두 달 간(5.2~6.30) 강동구에서 선발된 64마리의 반려견이 보호자와 함께 동네 산책 겸 순찰을 하게 된다. 서울시는 주민의 자발적인 순찰 활동으로 일상 속 ‘거리를 지켜보는 눈’을 확대해 잠재적 범죄요인을 예방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서울 반려견 순찰대’에 참여하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통해 올바른 애견산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반려견 순찰대’가 활동 중 발견한 위험 요소나 건의 사항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어 모니터링하고 지역 안전 및 치안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반려견 순찰대, 아이들도 지킨다.
반려견 순찰대, 아이들도 지킨다. ⓒ이성국

“우리동네 안전하개, 반려견 순찰대 잘 될 겁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강민준 경위는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그는 반려견 순찰대의 성공을 확신하는 듯하다. 

새로운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100%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나 확신 없이는 아무 일도 시작할 수 없다. 강민준 경위의 확신을 믿어야겠다. 보호자의 열의와 반려견의 넘치는 에너지를 믿어야겠다. 

도로에서 교육 중인 ‘반려견 순찰대’를 보고, 중학생 십여 명이 연신 사진을 찍으며 “멋있다”를 외쳤다. 동네 골목길 구석구석 산책하며 사람을 살리고 위험을 알리는,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반려견 순찰대의 활약을 기대한다. 그래서 강동구를 넘어 서울 각 자치구로, 우리나라 전 지역으로 반려견 순찰대가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시민기자 이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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