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소녀상'을 찾아서…할머니들의 아픔 마주하다

시민기자 방윤희

발행일 2022.03.08. 11:00

수정일 2022.03.08. 19:22

조회 774

故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한 성동 평화의 소녀상이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해결해야 함을 말하는 것 같다.
故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한 성동 평화의 소녀상.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해결해야 함을 말하는 것 같다.ⓒ방윤희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30년 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 님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여 역사 속에 묻힐 뻔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 날이기도 하다. 

왕십리 광장 사랑의 시계탑을 걷다 앳된 故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한 소녀상을 만날 수 있었다. 성동 평화의 소녀상 기림비 앞에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았고, 좀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안타깝게 별세하신 김복동 할머니의 얼굴이 겹쳐졌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로, 1992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하셨다. 영원한 인권평화 운동가로 평생을 살아오며, 일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다. 이옥선 할머니의 “나는 일본이 사죄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며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하셨던 외침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07년 미국 결의안 통과 이후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이 없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는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해결해야 할 우리 민족의 아픔이자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성동 평화의 소녀상 기림비는 주제별로 '역사인식의 문', '희망의 문', '공감의 문'으로 구성되었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눈물로 쓰인 역사적 진실을 영원히 기억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정확히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송파 책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송파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다.
송파 책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송파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다. ⓒ방윤희

이번에는 송파 책박물관 앞 야외 정원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만났다.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에서 송파 소녀상을 보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이곳은 소녀상과 우리를 이어주는 공간이리라. 추운 겨울 속 목도리가 둘러져 있고 장갑이 끼워져 있다. 그렇다고 추위를 녹일 수야 없겠지만 마음이 따듯하다. 관계자이든 시민이든 이러한 마음이 모여 더 큰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보면 시민의식이 한웅큼 성장한 것 같아 즐겁다. 

‘역사를 잊은 나라에게 내일은 없다.’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아프고 슬픈 역사일수록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이다. 이에 송파 시민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전 세계인의 보편적 염원이자 역사를 잊지 않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되새기며, 뜻을 모아 송파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통해 겪은 교훈을 바탕으로 모든 침략전쟁을 반대하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평화 정신을 실천하고자 함이다.
시민들이 2019년 8월 14일에 건립된 송파 소녀의 상 기림비를 정성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다
2019년 8월 14일에 건립된 송파 소녀의 상 기림비를 정성스레 들여다보는 시민들 ⓒ방윤희

이번에 만난 곳은 강동구청 광장 앞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여름과 겨울에 만난 소녀상의 옷차림이 달랐다. 얇은 저고리와 치맛단에 귀마개와 목도리 그리고 양말로 온기를 주었다. 그 마음이 예쁘다. 이렇게 또 한차례 추운 계절을 견뎌내셨겠구나. 소녀상에 따사로운 봄이 드리울 수 있기를 빌어본다. 
겨울에 만난 강동 평화의 소녀상에 온기가 가득하다.
겨울에 만난 강동 평화의 소녀상에 온기가 가득하다. ⓒ방윤희
싱그러운 여름에 만난 강동 평화의 소녀상이다.
싱그러운 여름에 만난 강동 평화의 소녀상 ⓒ방윤희

각 지자체에서 일제강점기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피맺힌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였다. 소녀상은 할머니들의 정신 그 자체를 나타내는 상징이자 과거와 현재를 전달하는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소녀상을 더 자주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일본으로부터 가슴에 묻어온 지난 시간들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백사십 분의 피해자 할머니들 중 우리 곁에 생존해 계신 분은 열네 분에 불과하다.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의 명예가 회복되고 아픔은 보듬어 치유될 수 있도록 피해자 분들의 마음에 깊은 공감이 필요하다. 그 시작이 평화의 소녀상을 찾는 일일 것이다. 

광복 77주년을 앞두고 우리 앞에 놓인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표현을 다양한 방법으로 말한다. 글로 말하고, 몸짓과 표정으로 말하고 투표를 통해 말한다. 이제 우리가 사회적 정의와 책임을 갖고 일본 정부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목소리를 낼 때이다. 코로나19로 멈춘 일상에 우리 주변의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보며 피해자분들을 기리는 것, 그것이 일상을 희망으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본문기사 속 소녀상 위치

○ 왕십리광장 :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192-3
○ 송파 책박물관 앞 : 송파구 송파대로37길 77
○ 강동구청 앞뜰 : 강동구 성내로 25
전국 소녀상 지도

시민기자 방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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