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문화진지부터 간송 옛집까지,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 완전 정복!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4.03. 12:32

수정일 2024.04.03. 16:27

조회 1,272

2016년에 시작하여 2021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편한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이 여전히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봉구의 역사 문화 명소 10곳을 돌아보는 이 여행은 두 가지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각 명소를 찾아 ‘스탬프 여행수첩’에 직접 스탬프를 찍을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서 ‘함께해요! 도봉’ 앱을 설치하고 각 코스에 숨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며 여행해도 된다.

탐방 코스가 시작되는 평화문화진지를 찾아 스탬프 여행을 시작했다. 완연한 봄날씨에 아이들과 운동을 하거나 풀밭에 자리를 펴고 휴식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사무실에서 ‘스탬프 여행 수첩’을 받아 출발했다.
  • 평화문화진지에서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을 시작했다. ⓒ이선미
    평화문화진지에서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을 시작했다. ⓒ이선미
  •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은 도봉구의 역사,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10곳을 포함한다. ⓒ이선미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은 도봉구의 역사,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10곳을 포함한다. ⓒ이선미
  • 평화문화진지에서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을 시작했다. ⓒ이선미
  • ‘도봉꾹꾹 스탬프 여행’은 도봉구의 역사,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10곳을 포함한다. ⓒ이선미

평화문화진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남침했던 통로에 설치한 군사 방호시설이 있던 곳이다. 공격과 방어, 대피소와 참호 역할이 가능한 형태로 지어졌던 대전차 방호시설을 2017년 시민들을 위한 문화창작 공간으로 조성하고, 군사 시설이었던 1층 공간은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려 그대로 존치했다.
  • 방호시설이 문화창작 공간으로 거듭난 평화문화진지 ⓒ이선미
    방호시설이 문화창작 공간으로 거듭난 평화문화진지 ⓒ이선미
  • 군사시설이었던 공간과 탱크 등이 아픈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선미
    군사시설이었던 공간과 탱크 등이 아픈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선미
  • 방호시설이 문화창작 공간으로 거듭난 평화문화진지 ⓒ이선미
  • 군사시설이었던 공간과 탱크 등이 아픈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선미

평화문화진지 안에서는 1989년 무너진 베를린 장벽 일부가 우리의 분단 현실을 상기시킨다. 장벽이 세워진 주변에서 시민들은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평화문화진지는 ‘서울창포원’과 바로 이어져 있어서 시민들이 더욱 즐겨 찾는 것 같다. 
베를린 장벽 옆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이선미
베를린 장벽 옆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이선미

창동역사문화공원은 도봉구민회관 바로 옆에 있었다. 지도를 보며 찾아가고 있었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가끔 확인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 공원을 아는 구민이 거의 없었다. 규모가 작은 공원이어서 구민들도 이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작은 공원에는 의미 있는 두 조형물이 있다. 도봉구 학생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모금해 건립한 ‘도봉구 평화의 소녀상’과 ‘창동 3사자상’이다.

3사자상은 일제강점기에 부일 협력을 거부하고 지금의 창동, 당시는 경기도 양주시 노해면 창동리로 내려와 살았던 세 독립운동가, 즉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보도사진으로 유명한 고하 송진우, 3.1절 노래 등을 만들어 민족의 얼을 강조한 위당 정인보를 기리고 있다.
창동 3사자상. 왼쪽부터 가인 김병로, 고하 송진우, 위당 정인보 ⓒ이선미
창동 3사자상. 왼쪽부터 가인 김병로, 고하 송진우, 위당 정인보 ⓒ이선미
도봉구 평화의 소녀상은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모금해 건립한 것이라 더 뜻깊다. ⓒ이선미
도봉구 평화의 소녀상은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모금해 건립한 것이라 더 뜻깊다. ⓒ이선미

스탬프를 찍는 도봉구 관광안내센터는 일요일이어서 문이 닫혀 있었다. 기왕이면 스탬프를 다 찍고 싶었는데 아쉬워하며 다음 코스인 함석헌기념관으로 향했다. 복잡한 골목들을 지나 찾아간 기념관 마당 안쪽에 낯익은 함석헌 선생의 모습이 서 있었다.
  • 세 번째 코스인 함석헌기념관 ⓒ이선미
    세 번째 코스인 함석헌기념관 ⓒ이선미
  • 함석헌 선생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쌍문동 집이 기념관이 되었다. ⓒ이선미
    함석헌 선생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쌍문동 집이 기념관이 되었다. ⓒ이선미
  • 세 번째 코스인 함석헌기념관 ⓒ이선미
  • 함석헌 선생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쌍문동 집이 기념관이 되었다. ⓒ이선미

우리 역사의 한 시대를 도도히 살다간 한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기념관에서 그가 앉았을 흔들의자가 오후 빛에 나른했다. 인권운동가로서 노벨평화상 후보로 두 차례나 추천되기도 한 그는 종교인으로서 시인이자 역사가이기도 했다. ‘만리길 나서는 날 / 처자를 내맡기며 / 맘 놓고 갈만한 사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로 시작하는 그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함석헌 선생의 서재 ⓒ이선미
    함석헌 선생의 서재 ⓒ이선미
  • ‘무욕청정(無慾淸淨)’은 선생이 직접 써 붙였다고 한다. ⓒ이선미
    ‘무욕청정(無慾淸淨)’은 선생이 직접 써 붙였다고 한다. ⓒ이선미
  • 함석헌 선생의 서재 ⓒ이선미
  • ‘무욕청정(無慾淸淨)’은 선생이 직접 써 붙였다고 한다. ⓒ이선미

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스탬프를 찍어주던 직원이 물었다.
“혹시 창동역사문화공원을 다녀오셨어요? 거긴 문을 닫았을 텐데요.”
“맞아요. 그래서 스탬프를 못 찍었어요.”
“문을 닫은 날은 여기서 찍어드려요.”
격동의 우리 역사 속을 잠시 여행하고 나오는 길, 친절한 직원 덕분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둘리뮤지엄은 공사 중이었다. 일부러 찾아간 적이 없어서 이번에 잘 돌아보려고 했는데 아쉬웠다. 둘리뮤지엄과 함께 도서관도 휴관이었다. 4월에 새롭게 문을 연다고 한다.
  • 네 번째 코스인 둘리뮤지엄 ⓒ이선미
    네 번째 코스인 둘리뮤지엄 ⓒ이선미
  • 둘리뮤지엄은 4월에 새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다고 한다.ⓒ이선미
    둘리뮤지엄은 4월에 새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다고 한다.ⓒ이선미
  • 네 번째 코스인 둘리뮤지엄 ⓒ이선미
  • 둘리뮤지엄은 4월에 새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다고 한다.ⓒ이선미

김수영문학관은 그가 시작 활동을 하던 본가와 무덤, 시비가 있는 도봉구에서 2013년 11월에 개관한 곳이다. 시의 향기가 배인 듯한 벽에 그의 시 ‘풀’이 적혀 있었다. 한국전쟁과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질곡의 역사 속에서 시인이 남긴 시와 산문 육필 원고도 만날 수 있었다. 딸과 엄마가 김수영의 시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김수영문학관은 치열하게 살다간 한 시인의 자취를 밟아보는 곳이다. ⓒ이선미
    김수영문학관은 치열하게 살다간 한 시인의 자취를 밟아보는 곳이다. ⓒ이선미
  • 김수영의 대표적인 시 ‘풀’이 적혀 있다. ⓒ이선미
    김수영의 대표적인 시 ‘풀’이 적혀 있다. ⓒ이선미
  • 김수영문학관은 2013년에 개관했다. ⓒ이선미
    김수영문학관은 2013년에 개관했다. ⓒ이선미
  • 김수영문학관은 치열하게 살다간 한 시인의 자취를 밟아보는 곳이다. ⓒ이선미
  • 김수영의 대표적인 시 ‘풀’이 적혀 있다. ⓒ이선미
  • 김수영문학관은 2013년에 개관했다. ⓒ이선미
김수영문학관에서는 그의 육필 원고도 볼 수 있다. ⓒ이선미
김수영문학관에서는 그의 육필 원고도 볼 수 있다. ⓒ이선미

다음 코스인 원당샘 공원과 방학동 은행나무, 연산군 묘는 거의 한 곳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가까이 있다. 600년 전 파평 윤씨 일가가 정착해 살았던 원당마을의 작은 샘은 수백 년 동안 식수로 쓰였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른 적이 없고 겨울에도 얼지 않았다고 한다. 원당샘의 물을 흘려보내 만든 작은 연못에는 사모정이 고즈넉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원당샘에서는 주민이 물병을 가져와 물을 담고 있었다.
원당샘 물을 흘려보내 만든 연못에 사모정이 고즈넉하다. ⓒ이선미
원당샘 물을 흘려보내 만든 연못에 사모정이 고즈넉하다. ⓒ이선미
원당샘은 600년 전부터 주민들의 식수로 쓰였다. ⓒ이선미
원당샘은 600년 전부터 주민들의 식수로 쓰였다. ⓒ이선미

아직은 스산해 보이지만 600년 수령의 방학동 은행나무는 여전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민들이 나무 주변으로 만들어놓은 길을 산책하고 아이는 열심히 자전거로 달렸다. 은행잎이 물드는 가을이면 뭇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이 은행나무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 제1호이기도 하다. 연산군 묘로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보니 길고 긴 세월 동안 이 자리에 있었던 샘과 나무와 왕이었으나 왕이 아닌 채 묻힌 이의 무덤이 묘한 감정들을 불러일으켰다.
연산군 묘로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본 방학동 은행나무 ⓒ이선미
연산군 묘로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본 방학동 은행나무 ⓒ이선미
한 시민이 연산군 묘역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한 시민이 연산군 묘역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연산군 묘에서 큰 도로 쪽으로 나가면 양효공 안맹담과 정의공주 묘역이 길 건너에 보인다. 들어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묘역을 바라보았다. 도봉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는 시민들도 묘역 앞에 세워진 안내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정의공주는 세종대왕의 딸로 훈민정음을 만들 때도 직접 참여할 정도로 총명했다고 한다.
등산객들이 정의공주 묘역 안내를 읽고 있다. ⓒ이선미
등산객들이 정의공주 묘역 안내를 읽고 있다. ⓒ이선미

스탬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간송 옛집(간송 전형필 가옥)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보전해온 전형필의 옛집에서는 중년의 시민들이 해설사와 함께 도보 순례를 하고 있었다.
간송옛집 마당에서 시민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선미
간송옛집 마당에서 시민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선미

도봉구는 여행과 환경보호를 결합한 ‘도봉 관광 플로깅 챌린지'도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챌린지는 7월과 8월을 제외하고 3월, 5월, 9월, 11월 한 달씩 총 4회 진행되는데 도봉구 관광 명소 어디에서나 쓰레기를 줍고 인증사진을 찍어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도봉구를 방문하는 시민들은 함께해 봐도 좋겠다.

도봉꾹꾹 스탬프여행

○ 코스 : 평화문화진지 - 창동역사문화공원 - 함석헌기념관 - 둘리뮤지엄 - 김수영문학관 - 원당샘 공원 - 방학동 은행나무 - 연산군 묘 - 양효공 안맹담과 정의공주 묘역- 간송 옛집
도봉구청 공식 블로그
○ 문의 : 02-2091-2263(도봉구청 문화체육과)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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