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쏟아져요~ 서울숲에서 맞이하는 '겨울빛'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12.20. 13:52

수정일 2023.12.20. 17:20

조회 7,318

며칠째 영하의 겨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겨울 한복판이니 추위가 당연한데도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에 익숙해져서인지 잔뜩 웅크리게 된다. 2023년 끝자락으로 향하고 있는 12월, 어느새 한 해를 잘 보내야 할 때가 왔다.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화려한 불을 밝히고 눈부신 장식들이 시선을 빼앗는 12월, 모처럼 찾아간 서울숲은 온전히 겨울이었다. 해가 너무나 짧아져서 오후 5시가 넘자 이내 어두워지고 있었다. 계절마다 온갖 아름다운 꽃으로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서울숲에도 고적한 겨울밤이 내리고 있었다.
서울숲 설렘정원에도 겨울빛이 가득하다. ©이선미
서울숲 설렘정원에도 겨울빛이 가득하다. ©이선미

금세 손이 시렸다. 종종걸음으로 서울숲 가족마당으로 향했다. 서울숲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움직이는 예술공원’의 첫 프로그램 ‘겨울빛, 윈터라이트(WINTERLIGHTS)’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어둑해진 서울숲 가족마당에 ‘겨울빛, 윈터라이트’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멋진 포스터를 배경으로 시민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추운 밤, 불빛 속의 안내판이 따뜻해 보였다. ☞ [관련 기사] 알찬 방학을 위해 일단 저장각! 서울 공원 겨울 프로그램
‘움직이는 예술공원’ 첫 프로젝트가 겨울 서울숲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선미
공공예술 프로젝트 ‘움직이는 예술공원’ 첫 프로젝트가 겨울 서울숲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선미

‘움직이는 예술공원’은 서울시와 대림문화재단이 협약을 맺고 앞으로 5년 동안 서울의 공원에서 선보이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이다. 독일 작가 크리스토퍼 바우더(Christoper Bauder)가 내년 1월 7일까지 이어지는 ‘겨울빛, 윈터라이트(WINTERLIGHTS)로 첫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막을 올렸다. 크리스토퍼 바우더는 공간과 사물, 소리와 빛 등의 상호작용을 핵심 요소로 작업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사전 예약한 시민들이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선미
사전 예약한 시민들이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선미

사전 예약한 시민들이 관람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평일은 매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4회, 공휴일과 주말에는 9시까지 총 6회의 쇼가 회당 30분 간격으로 준비돼 있는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대림문화재단 누리집에서 사전 신청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날이 너무 추워서인지 지금은 예약하지 않아도 관람하는 데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서울숲 가족마당에 ‘겨울빛, 윈터라이트’ 전시장이 설치돼 있다. ©이선미
서울숲 가족마당에 ‘겨울빛, 윈터라이트’ 전시장이 설치돼 있다. ©이선미

우선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어두워진 전시장에 거꾸로 매달린 트리들이 눈에 띈다. 전시장 네 모퉁이에는 안개를 쏘아올리는 장치도 설치돼 있었다. 과연 어떤 장면들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조명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사전 예약을 확인하고 입장이 시작됐다. 진행요원이 어린이와 동행한 보호자에게 “어두우니 꼭 손을 잡고 이동해 주세요”라고 알려주었다.
서울숲 가족마당에 설치된 ‘겨울빛, 윈터라이트’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이선미
서울숲 가족마당에 설치된 ‘겨울빛, 윈터라이트’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이선미

전시 작품을 보기에 앞서 홍보 포스터에 먼저 반했다. 포스터처럼 서울숲 어딘가에 몽환의 숲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가 됐다. 실제로는 야외에 설치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라이트&사운드 쇼'여서 포스터와 같은 풍경은 만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히려 크지 않은 공간이어서 30분 동안 고즈넉이 몰입이 가능했다.

전시장에는 천장에 200여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땅을 향해 설치되고 8만여 개의 LED 조명이 트리 사이를 비추며 현란한 풍경을 연출했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겨울빛, 윈터라이트’ 전시장 천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쏟아진다.  ©이선미
‘겨울빛, 윈터라이트’ 전시장 천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쏟아진다. ©이선미
거꾸로 매달린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채와 음악에 젖어 들었다. ©이선미
거꾸로 매달린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채와 음악에 젖어 들었다. ©이선미

음악과 빛과 색채의 교향악 속에 나 자신이 하나의 음표가 된 것 같았다. 시민들 역시 그 풍경 속에서 움직이거나 멈춰 서서 그 순간의 일부가 되어 갔다. 아빠 손을 꼭 잡은 아이도 친구들과 함께 찾은 여성들도, 나들이 온 가족도 보였다. 물론 혼자인 시민들도 있다. 붉은 옷을 입은 한 시민은 붉은색 조명 아래 마치 무대에 선 연극 배우 같았다.
신비로운 빛과 선율에 아이도 어른도 마치 동화 나라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이선미
신비로운 빛과 선율에 아이도 어른도 마치 동화 나라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이선미
천천히 몽환의 숲이 되어가는 전시장 ©이선미
천천히 몽환의 숲이 되어가는 전시장 ©이선미

전시장이 외부에 노출된 곳이어서 바람결이 느껴졌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불빛도 흔들렸다. 요란하지 않은 음악이 불빛 속에 젖어 들었다. 매달린 트리와 곳곳에 놓인 트리 사이로 빛과 음악이 쏟아지고 이어졌다.
외부에 설치된 전시장이다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빛도 바람결에 흔들렸다. ©이선미
외부에 설치된 전시장이다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빛도 바람결에 흔들렸다. ©이선미

포스터만큼 멋진 장면을 찍지는 못해도 눈에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흘러갔다. 시민들은 마치 하늘의 별을 따기라도 하는 것처럼 반짝이는 트리의 불빛을 카메라에 담았다. 모두의 마음에 그 빛이 따뜻한 온기와 추억으로 반짝이기를 소망했다.
현장에서의 느낌도 멋있지만 사진은 또 다른 환상을 담아준다. ©이선미
현장에서의 느낌도 멋있지만 사진은 또 다른 환상을 담아준다. ©이선미
저마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들을 찍고 있다. ©이선미
저마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들을 찍고 있다. ©이선미

관람평을 보니 사진 몇 장 찍다가 나왔다고도 하고, 30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고도 하고 저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그 온도와 습도와 바람결 속에서 만나는 전시는 분명히 또 다르다. 그래서 모든 전시가 그렇듯이 관람자 각자의 체험이 가능해진다.
공간과 사물, 소리와 빛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독일 작가 크리스토퍼 바우더의 '윈터라이트' ©이선미
공간과 사물, 소리와 빛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독일 작가 크리스토퍼 바우더의 '윈터라이트' ©이선미

30분이 금세 흘러갔다. 프로그램에 대한 특별한 안내가 없어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탓에 좀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릴까 봐 미리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쇼를 볼 수는 있다. 전시장 밖에서도 충분히 관람은 가능하다. 물론 전시장 내부에서 그 일부가 되는 것 같은 감상은 어렵지만 밖에서 보는 것도 나름의 느낌이 있다.
전시장 밖에서 본 ‘겨울빛, 윈터라이트’, 주변의 고층 건물과 어우러져 또 다른 느낌이다. ©이선미
전시장 밖에서 본 ‘겨울빛, 윈터라이트’, 주변의 고층 건물과 어우러져 또 다른 느낌이다. ©이선미

지금 서울숲에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크리스마스, 해가 지면 생동하는 수수께끼의 숲’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밤을 깨우는 빛과 소리, 크리스토퍼 바우더의 크리스마스 동화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서울숲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언제 들러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프로젝트 덕분에 찾아가야 할 이유가 되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겨울빛, 윈터라이트(WINTERLIGHTS)’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273 서울숲 가족마당
○ 기간 : 2023. 12. 15.~2024. 1. 7.
○ 관람시간 : 평일 18:00~20:00(4회), 주말 및 공휴일 18:00~21:00(6회)
○ 입장료 : 사전 예약 후 무료 관람
 ☞ 예약 바로가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대림문화재단 누리집
○ 문의 : 02-6233-720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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