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건강한 서울의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박혜리 도시건축가
발행일 2023.12.07. 14:20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민간에서 주택공급을 주도하게 되면서 공공성이 저하되었다. 지역을 가로지르는 가로가 대부분 아파트 단지 내 도로로 사도화되어, 가로를 향해 필지별로 나뉘어져 있던 도시조직을 덩어리지게 했다. 공공영역이 단지 내로 침투하지 못하는 바람에 서울은 점점 걷기 힘든 도시가 되었다. 임대주택단지가 근처에 들어서기라도 하면 학교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 ‘사도’에 있는 경우, 임대주택단지 거주 학생들은 가로막히는 뉴스도 종종 듣는다.
단지가 도심에 있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손쉬운 기반시설 조성으로 인하여 도시는 손쉽게 밀도와 기반시설 설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도시공간의 상당부분이 사유화되어 공공의 틀(public urban frame)의 밀도가 허술해진다. 도심 내 고립되는 섬(island)과 같은 외부인 출입 제한 주택지(gated community)가 도시에 많이 형성되면 형성될수록 사회간 단절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도심 내에서는 필지별 개발이 원칙이 되어야 하며, 단지형 개발을 할 때는 지반층(Ground Level)을 최소한 보행에는 열어 주어 폐쇄형 도시조직이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미국 뉴욕의 POPS(Privately Owned Public Space, 사적소유의 공공공간)는 폐쇄형 도심블록 양산을 막는데 적잖은 역할을 하여 뉴욕 맨하튼의 가로가 여전히 활기차도록 유도하였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본래 도심에 단일주거용도의 단지형 아파트를 전후복구시대 이후로는 많은 사회적 문제로 인해 도입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도심 재개발로 인하여 대규모 단지를 이루더라도 1층 지반층에 공공보행이 끊임없이 연결되도록 하는 것은 개발의 ‘기본’이다.
모두가 바라보는 공공공간을 품어야 한다.
대규모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연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여 점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독일의 하펜시티의 경우, 주거와 비주거의 혼합은 물론, 다양한 주택양식 및 개발주체로 함께 이루어 가는 도시를 완성하는 중이다.
이미 양적 성장에 의해 희생된 우리 도시공간이 점점 더 다양성을 잃는 것은 우리 도시 경쟁력 손실에도 크나큰 영향이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 ‘사적소유 공도(Privately owned public street)’가 절실하다. 1층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것은 적대적인 것이 아니다. 함께 사는 도시공간에 대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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