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강남역 서울동행버스에서의 꿀잠, 아침이 상쾌해졌어요!

시민기자 정지영

발행일 2023.11.24. 14:21

수정일 2023.11.24. 15:18

조회 2,287

서울에 사는 이들만이 서울의 출근길을 채우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살지 않지만 출근, 통학 등 다양한 사유로 매일 서울을 오가는 이들을 흔히 '서울생활권' 주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생활권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우리의 생활에서 마주치는 동료, 친구들의 출근길은 어떤 모습일까? 점점 나아지고 있을까? 월요일 출근길, 신설된 서울동행버스 06번 노선을 타고 그 모습을 엿보았다. ☞ [관련 기사] 수도권 출근 돕는 '서울동행버스' 새 노선 공개!
강남역 종점에 06번 동행버스가 도착한 모습 ⓒ정지영
강남역 종점에 06번 동행버스가 도착한 모습 ⓒ정지영

오전 6시 반, 서울에서의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

"서현동의 날씨는 0도, 맑음입니다. 옷을 겹겹이 입어 체온 조절하세요~"
스마트폰의 날씨 앱이 알려준 대로였다. 영하에 근접한 아침의 정류장에서는 짧은 숨을 내쉬어도 금세 입김으로 변했다. 겨울이라 아직 깜깜한 새벽 6시 40분. 몇몇 주민이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경기도 광주시 능평동에 위치한 오포베르빌아파트 정류장. 11월 6일부터 신설된 서울동행버스 06번의 출발점이다.

서울동행버스 06번 노선은 평일 6시 30분부터 7시까지 15분 간격으로 3회 운영한다. 오늘의 두 번째 버스인 6시 45분 버스에 오르기로 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간 요금을 보니 3,000원(성인 기준)이었다. 서울동행버스는 간선버스 요금(1,500원)과 동일한 02·04·05번 노선과, 광역버스 요금(3,000원)과 동일한 01·03·06번 노선으로 나뉘어 같은 동행버스라도 차이가 있다.

서울동행버스 06번은 11월 6일부터 추가된 노선이라 그런지 첫 정류장에서는 많은 시민이 타지는 않았다. 이용하는 승객들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다소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안전벨트를 동여맸다.
동행버스 06번이 시작되는 광주시 능평동 오포베르빌 아파트 정류장에 노선 안내가 붙어 있다. ⓒ정지영
동행버스 06번이 시작되는 광주시 능평동 오포베르빌 아파트 정류장에 노선 안내가 붙어 있다. ⓒ정지영

"여러분의 출근길, 서울시가 찾아갑니다"

"다음 정류장은 용상골 현대아파트입니다. 여러분의 출근길, 서울시가 찾아갑니다." 서울시가 찾아간다는 경쾌한 목소리의 정거장 안내방송이 몇 번 더 울렸을까. 경부간선도로에 진입하기 바로 전 정류장인 태재고개에 이를 무렵에는 제법 승객들이 채워져 있었다.

그간 지하철에서 보아 온 여느 출근길과 마찬가지로 버스 안은 조용한 분위기였으나, 기존 노선과 이용객을 분산해서일까, 가득 찬 샌드위치 속 양배추가 된 기분만큼은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기쁨이 있었다. 밀치는 사람과의 충돌, 좌석을 노리는 말 없는 신경전 없이 버스 안은 평화로웠다.

승객들은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앉은 채, 누군가는 모자란 잠을 채우고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들고 어제 미처 다 보지 못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다소 이르게 시작된 출근길에 종점까지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점은 이용객들에게 다소의 여유를 주는 모양이었다.
태재고개 정류장 즈음의 06번 버스 내부. 늘어난 승객과 함께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다. ⓒ정지영
태재고개 정류장 즈음의 06번 동행버스 내부. 늘어난 승객과 함께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다. ⓒ정지영

강남역에서 저마다의 출근길을 이어가는 사람들

시간은 어느덧 7시 46분. 3호선 양재역 인근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예닐곱 정도 되는 승객들이 내릴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차 벨 소리가 울리고 저마다의 출근길로 또다시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이 보였다.

7시 56분. 강남역 종점에서 그들의 뒤를 따라 보았다. 버스에서의 아늑한 시간이 끝나고 얼굴에 다시 찬 바람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가볍게 건넨 작별 인사에 기사님께서 기운찬 "네~" 한마디로 화답해 주시는 것으로 1시간 10분여의 여정이 끝났다.

비록 편도인 관계로 광주시 능평동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지만, 종점 버스정류장에도 06번 동행버스 노선도가 붙어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행이다 보니, 신설 안내 표지에 소요시간 등을 명시해서 더 홍보한다면 두 달 만에 이용객 1만 명을 돌파했다는 01~02번 노선처럼 06번 이용객도 확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이 여정을 마치고도 강남역이나 양재역 출구 안으로 걸어가는 이들을 보며 새삼 존경심을 느끼기도 했다. 회사가 이전하여 출퇴근 왕복 3시간 이상이 된 경우,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는 '통근이 곤란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던가.
수많은 차량이 저마다의 출근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정지영
수많은 차량이 저마다의 출근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정지영
06번 버스의 옆에 서울동행버스 홍보물이 붙어 있다. ⓒ정지영
06번 동행버스 옆에 수도권 주민의 출근을 돕는 서울동행버스 홍보물이 붙어 있다. ⓒ정지영

새벽부터 심야까지, 저마다 다른 서울의 삶

이 날 귀갓길은 오전 4시 40분에 N61번 노선의 막차를 타게 되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정류장에서부터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자주 마주치는 얼굴들인지 정류장에 모인 어머님들이 존댓말로 인사를 나누고 계셨다. 버스 안은 이미 만석이요, 좌석 앞에는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이었다. 대학 졸업 이후로 아침 9~10시에 주로 출근하는 직업을 가졌던 기자에게는 생소한 모습이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에는 다양한 시간대의 일자리가 있고, 그 일자리를 각지의 사람들이 메꾼다. 이른 새벽의 경우 그 길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만들어진 N버스(야간버스)가 함께한다.

이처럼 조금 먼 거리에서 오는 서울 생활권 주민들의 수요를 위해서도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왜 서울시에서 '동행'이라는 단어를 붙였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울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출근길이 이어지면 좋겠다.
아침 8시의 강남역. 누군가의 출근길은 또 이어진다. ⓒ정지영
아침 8시의 강남역. 누군가의 출근길은 또 이어진다. ⓒ정지영
서울동행버스 06번 안에서 내다본 출근길의 풍경 ⓒ정지영

서울동행버스 06번 노선

○ 운행구간 : 경기도 광주시 능평~강남역 
○ 운행시간 : 06:30~07:00 (15분 간격 3회)
○ 운행경로 : 광주시 오포베르빌아파트 → 수레실 오포롯데캐슬 → 용상골 현대아파트 → 신현동 행정복지센터 → 현대모닝사이드1차아파트·새마을입구·신현리 → 태재고개 → 양재역·서초문화예술회관(중) → 신분당선강남역(중) → 지하철2호선강남역(중)

시민기자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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