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네~ 여의도·석촌호수 뒤이을 서울 벚꽃 명소는 여기!

시민기자 이정규

발행일 2023.04.03. 14:20

수정일 2023.04.10. 10:30

조회 15,786

조금은 불현듯, 허를 찌르듯 벚꽃이 만개했다. 매화에 이어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피고 지며 봄의 도래를 알린다는 춘서(春序)란 말이 무색해지는 해가 많아진다. 덕분에 개나리와 벚꽃이 동시에 활짝 핀 진기한 구경도 할 수 있으나 지구온난화를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벚꽃은 봄이 되면 어김없이 화사하게 피어나지만 우리 선조들은 이를 상춘의 대상으로 크게 대하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벚나무는 단단한 재질로 인해 실용적인 용도가 강했다. 고려 팔만대장경판도 벚나무로 깎았고, 벚나무의 껍질은 화피라 불리며 활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궁재(弓材)로 사용되었다.

지금과 같은 벚꽃놀이문화가 확산된 건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초반이었다. 그리고 그 출발지는 우이동이었다. 일제강점기의 ‘매일신보’에 따르면 1912년 무렵 일본인이 우이동의 벚꽃을 ‘발견’한 이후부터 우이동은 벚꽃의 명승지로 경성 내외에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벚꽃은 조선인에게는 때가 되면 그저 피고 지는 꽃이었겠으나 벚꽃을 유달리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우이동의 벚꽃은 ‘발견’의 대상이 된 모양이다.

그러니까 우이동 벚꽃의 유래는 일본인들이 심은 것이 아니라 조선 토종이라는 얘기이다. 조선 효종은 북벌을 계획하면서 궁재로 쓰일 벚나무를 전국 각지에 대대적으로 심게 하였다. 지리산 화엄사 경내에 있는 수령 300여 년의 천연기념물 벚나무도 그때 심어진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한양 부근에서는 화강암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벚나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우이동에 심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우이동 벚꽃야유회는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관앵(觀櫻: 앵(櫻)자는 벚꽃을 뜻함) 열차가 운행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월계2교에서 제2우이교까지 약 2.8km의 우이천 벚꽃길 산책로(우이천 서쪽 천변)는 서울시 테마산책길로 지정되어 있다. ⓒ이정규
월계2교에서 제2우이교까지 약 2.8km의 우이천 벚꽃길 산책로(우이천 서쪽 천변)는 서울시 테마산책길로 지정되어 있다. ⓒ이정규
나무 데크를 편안히 걸으며 봄날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이정규
나무 데크를 편안히 걸으며 봄날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이정규

그 시절 우이동 벚꽃이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자가 지난 주말 다녀온 우이천 벚꽃길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특히 월계2교에서 제2우이교까지 약 2.8km의 우이천 벚꽃길 산책로는 서울시 테마산책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관련기사] 꽃으로 물든 서울! 발길 멈春 '봄꽃길 171선'

평소에도 동네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새하얀 벚꽃이 우이천변을 가득 덮는다. 굳이 시간을 내어 여의도 윤중로나 석촌호수를 찾지 않더라도 가까이서 봄의 장관을 접할 수 있어 매우 좋다.

또한 벚꽃철을 맞아 우이천변 각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행사도 준비하고 있으니 우이천 벚꽃길 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도봉구에서는 오감 꽃길 야행: 우이천 빛 축제3월 30일~4월 5일까지 개최 중이며, 4월 8일에는 2023년 우이천 벚꽃축제가 예정되어 있다. 강북구에서는 4월 7일~9일까지 천변 라이프 강북 페스타 2023 우이천 꽂히다가 열린다.

우이천변의 벚나무는 국립4‧19민주묘지 인근에 있던 벚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라 전하는데, 국립4‧19민주묘지가 우이동과 바로 접해 있는 곳이고 보면 우이천 벚꽃은 옛 시절 조선 토종 벚꽃의 먼 후손쯤 되는 것은 아닐까, 감히 상상해 본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면 여러 시름이 잠시나마 물러나는 듯하다. ⓒ이정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면 여러 시름이 잠시나마 물러나는 듯하다. ⓒ이정규
우이천변을 따라 벚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정규
우이천변을 따라 벚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정규
산책 나온 시민들이 잠시 멈춰 서서 화려한 벚꽃을 카메라에 담곤 한다. ⓒ이정규
산책 나온 시민들이 잠시 멈춰 서서 화려한 벚꽃을 카메라에 담곤 한다. ⓒ이정규
우이천은 우이령 아래에서 발원하여 우이동, 수유동, 번동 일대를 거쳐 중랑천으로 합류하는 한강의 제2지류이다.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사이의 경계를 이룬다. ⓒ이정규
우이천은 우이령 아래에서 발원하여 우이동, 수유동, 번동 일대를 거쳐 중랑천으로 합류하는 한강의 제2지류이다.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사이의 경계를 이룬다. ⓒ이정규
개나리와 벚꽃이 함께 만발한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이정규
개나리와 벚꽃이 함께 만발한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이정규
많은 시민들이 우이천변에서 벚꽃을 즐기고 있다. ⓒ이정규
많은 시민들이 우이천변에서 벚꽃을 즐기고 있다. ⓒ이정규
벚꽃은 매화와 달리 한 곳에 여러 송이의 꽃이 모여서 펴 화사한 느낌이 강하다. ⓒ이정규
벚꽃은 매화와 달리 한 곳에 여러 송이의 꽃이 모여서 펴 화사한 느낌이 강하다. ⓒ이정규
우이천의 ‘우이(牛耳)’는 북한산 연봉 중에서 우이, 즉 소의 귀 같이 보이는 봉우리가 있어 소귀봉(우이봉)으로 불렀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정규
우이천의 ‘우이(牛耳)’는 북한산 연봉 중에서 우이, 즉 소의 귀 같이 보이는 봉우리가 있어 소귀봉(우이봉)으로 불렀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정규
우이천변을 따라 여유롭게 봄날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이정규
우이천변을 따라 여유롭게 봄날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이정규
길게 뻗은 벚나무 가지가 마치 벚꽃 터널을 이루는 듯하다. ⓒ이정규
길게 뻗은 벚나무 가지가 마치 벚꽃 터널을 이루는 듯하다. ⓒ이정규
우이천 위로 드리워진 벚꽃이 탐스럽다. ⓒ이정규
우이천 위로 드리워진 벚꽃이 탐스럽다. ⓒ이정규
우이천변은 평소에도 동네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이정규
우이천변은 평소에도 동네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이정규
해 질 무렵이 되니 샛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의 대비가 더욱 도드라진다. ⓒ이정규
해 질 무렵이 되니 샛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의 대비가 더욱 도드라진다. ⓒ이정규
춘서가 무색해 진들 어떠리. 봄꽃은 해마다 새롭다. ⓒ이정규
춘서가 무색해 진들 어떠리. 봄꽃은 해마다 새롭다. ⓒ이정규
개나리와 벚꽃, 그리고 저 멀리 반달이 보인다. ⓒ이정규
개나리와 벚꽃, 그리고 저 멀리 반달이 보인다. ⓒ이정규
근사한 야간 조명이 켜진 산책길도 있다. ⓒ이정규
근사한 야간 조명이 켜진 산책길도 있다. ⓒ이정규
마치 봄날의 크리스마스인 듯 낭만적인 벚꽃 야경이 펼쳐진다. ⓒ이정규
마치 봄날의 크리스마스인 듯 낭만적인 벚꽃 야경이 펼쳐진다. ⓒ이정규
문득 발아래를 보니 다양한 봄꽃들이 식재되어 있었다. ⓒ이정규
문득 발아래를 보니 다양한 봄꽃들이 식재되어 있었다. ⓒ이정규
아름다운 수형의 벚나무에 만발한 벚꽃이 마치 새하얀 눈꽃이 피어난 듯 감미롭게 다가온다. ⓒ이정규
아름다운 수형의 벚나무에 만발한 벚꽃이 마치 새하얀 눈꽃이 피어난 듯 감미롭게 다가온다. ⓒ이정규

오감 꽃길 야행: 우이천 빛 축제

○ 기간 : 2023. 3. 30.(목) ~ 4. 5.(수)
안내 바로가기
○ 문의 : 02-2091-2254

2023년 우이천 벚꽃축제

○ 일시 : 2023. 4. 8.(토) 14:00 ~ 18:00
안내 바로가기
○ 문의 : 02-2091-2213

천변 라이프 강북 페스타 2023 우이천 꽂히다

○ 일시 : 2023. 4. 7.(금) ~ 4.9.(일)
안내 바로가기
○ 문의 : 02-901-6216

시민기자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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