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조사 앞둔 경전철 4개 노선에 거는 기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2.07. 16:20
서울의 경전철은 기존에 지하철이 없는 곳에 보완 개념으로 지어지고 있다. 즉 중전철이 교통망의 뼈대인 간선을 구성하고, 경전철은 가까운 지하철역까지를 연결해주는 지선 역할을 한다. 그래서 경전철들은 대체로 노선이 짧고 차량기지도 도심에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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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 노선들은 여러 차례의 서울시 도시철도망 계획을 통해 정해졌는데, 노선 간에 사업 속도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서울지하철을 1기(1-4호선), 2기(5-8호선), 3기(9호선)로 나누는 것처럼 경전철도 이렇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아래 표는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임의로 나눠본 서울 경전철의 기수 구분이다.
서울시 경전철 구분
기수 | 노선명 | 구간 | 길이(km) | 개통 |
---|---|---|---|---|
1기 | 우이신설선 | 북한산우이-신설동 | 11.4 | 2017.9.2. |
신림선 | 샛강-관악산 | 7.8 | 2022.5.28. | |
2기 | 위례선 | 마천-복정/남위례 | 5.4 | 2025년 (공사중) |
동북선 | 왕십리-상계 | 13.4 | 2026.7. (공사중) | |
위례신사선 | 신사-위례중앙 | 14.9 | 2028년 (협상중) | |
서부선 | 새절-서울대입구 | 15.6 | 2029년 (협상중) | |
3기 | 강북횡단선 | 목동-청량리 | 25.7 | 미정 |
목동선 | 신월동-당산 | 10.9 | 미정 | |
면목선 | 청량리-신내 | 9.1 | 미정 | |
난곡선 | 보라매공원-난향동 | 4.1 | 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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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강북횡단선 - 강북의 9호선 될까?
그래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노선이 강북횡단선이다. 강북을 ∩자로 지나는 형태이며, 경전철 치고는 매우 길어서 25.7km에 달한다. 이는 중전철인 8호선의 17.7km보다 긴 것이다. 역수도 19개나 된다. 강북횡단선은 긴 길이를 통해 서남권, 서북권, 동북권을 한꺼번에 지나간다. 그만큼 파급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울 도심 북쪽에는 산이 있어서, 서울 서북부와 동북부 간에 이동이 불편했다. 현재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로는 내부순환로가 있는데 수요가 많아 혼잡이 심하다. 강북횡단선은 내부순환로를 철도로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U자 형태를 갖는 지하철 6호선과 연계하면, 서울 강북을 원형으로 순환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내부순환로와 강변북로가 합쳐져 강북순환도로가 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아울러 강북횡단선이 더욱 주목되는 점은 급행열차를 운행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는 노선이 중전철급으로 길기 때문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도시철도의 급행열차는 강남의 9호선에서 워낙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강북횡단선이 강북의 9호선으로 불리는 계기가 되었다.
강북횡단선의 전 구간 소요시간은 급행 29.8분, 완행 38.8분으로 예정되어 있고, 차량기지는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 내부 평화잔디광장 지하에 지어질 예정이다.
② 목동선 - 목동신시가지 관통 철도, 신월동 교통편의 기대
다만 목동신시가지는 철도교통이 애매하다. 지구는 남북으로 개발되어 있는데, 목동을 지나는 지하철들은 모두 동서로 지나고 있다. 게다가 2호선과 9호선은 시가지 가장자리에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 서울 3기 지하철 11호선이 목동을 남북으로 관통하여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3기 지하철은 9호선을 제외하고 무산되었기에 대체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서울경전철 목동선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대규모 철도 사업은 이제 어렵기 때문에, 도심으로 가는 11호선과 다르게 목동선은 당산역까지만 운행된다. 일단 당산역에 와서 도심으로 가려면 2호선을 갈아타고, 강남으로 가려면 9호선을 갈아타면 되는 것이다. 물론 강북으로 가려면 목동역에서 강북횡단선을 탈 수도 있고, 강남을 가려면 현재처럼 오목교역에서 5호선을 타고 여의도역에 가서 9호선을 타도 되긴 한다.
목동선의 차량기지는 서부트럭터미널 서쪽에 있는 양천 버스공영차고지 지하에 지어질 예정이다. 본선에서 꽤 떨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한편 장기적으로 서부트럭터미널이 복합개발될 예정이므로, 이왕 선로가 존재하는 만큼 이곳에 역을 추가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실제로 싱가포르 경전철에는 차량기지 쪽 복합건물로 한 정거장을 더 연장한 사례(부킷판장선 Ten Mile Junction역, 현재는 폐지)가 있다.
③ 면목선 - 경의중앙선의 한계를 극복하다
이 문제는 과거부터 지적되어 온 사항이라, 원래 3기 지하철 10호선이 도심을 동서로 관통해 사가정역까지 지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역시 3기 지하철은 9호선까지만 지어졌기에 이를 대신해 면목선 경전철이 추진 중인 것이다.
면목선은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동대문구의 지하철 음영 지역인 전농동, 장안동 등을 지난 뒤 중랑천을 지하로 건너 중랑구에 진입한다. 7호선 환승역은 10호선 계획 당시 사가정역에서 면목역으로 바뀌었다.
면목선의 특이한 점은 망우역 옆을 지나가지만 환승이 안 된다는 점과, 큰 길인 용마산로를 두고 굳이 좁은 길인 우림시장 하부(망우로62길)와 신내로를 따라간다는 점이다. 이는 중랑구청을 경유하기 위함일 수 있다. 면목선의 종점은 신내역이며, 6호선과 경춘선 환승역이라 종점부터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 보통 종점으로 갈수록 차내가 텅텅 비는 것을 생각하면 운영 측면에서 효율적인 부분이다.
면목선의 차량기지는 신내차량기지 남쪽으로 길 건너 부지 지하에 지어진다. 전 구간 소요시간은 22분으로 계획되어 있다. 신내역에서 청량리역까지 경춘선 열차를 타고 갈 때 걸리는 13분보다는 긴 시간이다. 하지만 경춘선 열차는 상봉행도 있기 때문에 상봉역에서 경의중앙선을 갈아탄다면 경전철이 더 빠를 수 있다. 게다가 열차 운행횟수는 면목선이 훨씬 많다. 이렇듯 기존 광역전철들이 중랑구의 도시철도 역할을 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면목선의 가치는 매우 높은 것이다.
④ 난곡선 – 신림선과 함께 만드는 서남부의 ‘5호선’
그런데 이렇게 연장된 모습은 지하철 5호선과 유사하다. 지하철 5호선은 노선이 외곽으로 가다가 강동역에서 Y자로 갈라지는데, 신림선도 시내 쪽인 샛강역에서 외곽 쪽으로 갈 때 보라매공원역에서 갈라진다. 실제로 이를 대비하여 현재 보라매공원역은 강동역과 동일한 1섬 1상대식 구조로 승강장을 만들었으며, 터널이 갈라지는 구간은 선시공을 해두었다. 신림선은 무인운전이라 열차 맨 앞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갈라지는 터널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신림선+난곡선'이 5호선처럼 1:1로 운행할지, 신림선은 그대로 운행하고 난곡선만 따로 운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양쪽의 수요가 비슷하면 1:1로 운행하는 게 좋고, 한쪽의 수요가 많으면 수요가 적은 쪽을 따로 운행하는 게 좋다.
이렇게 신림선에 이어붙이는 형태로 난곡선을 만들면 유리한 점이 많다. 난곡선만의 차량기지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이 신림선 것을 공용할 수 있으므로 비용이 절감된다. 물론 미리 차량시스템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 즉 난곡선도 신림선 같은 고무차륜 3량 1편성 열차가 운행된다는 뜻이다.
노선이 이렇게 연장되면 신안산선 시흥사거리역과 1호선 금천구청역과 환승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1호선 남쪽에서 오는 승객들이 신도림역을 경유하지 않고도 난곡선을 통해 2호선 신대방역이나 1호선 대방역 등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신도림역을 피해서 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이 노선의 가치는 상당하다. 확정 노선이 아닌 만큼 큰 기대는 할 수 없으나 귀추가 주목되는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개통되어 운행 중인 우이신설선이나 신림선이 적자에 시달리거나 예상보다 낮은 수요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악재다. 수요가 많다고 여겨져 먼저 추진된 경전철들이 이럴 정도면 후순위 경전철들은 경제성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경전철이 업무지역보다는 낙후지역 위주로 지나가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런 곳은 교통약자의 이용 비중이 높으며 무임수송에 따른 운임누수가 커진다. 실제로 우이신설선은 개별역 기준에서 서울시 최고는 아니지만 노선 전체적으로는 무임수송 비중이 제일 큰 노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곳을 지나는 경전철이 꼭 필요하다. 저상버스가 있기는 해도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여전히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승강편의시설이 완비된 경전철이야말로 교통약자들게 꼭 필요하다. 대형 지하철과 달리 교통소외지역 위주로 달리는 경전철을 경제논리로만 재단할 수 없는 이유이다. 아울러 이런 교통약자 배려 특성까지 고려하여 경전철 사업에 대한 좀 더 정밀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지혜와 노력이 모여 본 4개 후순위 경전철 사업들이 무사히 잘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사업 내용은 향후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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