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과 마을버스 사이, 시내버스에게 필요한 변화는?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2.05.03. 16:05

수정일 2022.05.03. 13:36

조회 4,858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13) 코로나 이후 시내버스의 새로운 역할
한우진 시민기자
서울 지선버스©서울역사편찬원
서울 지선버스©서울역사편찬원

버스와 지하철은 서울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이다. 그런데 현재 버스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보통 ‘단거리는 버스, 장거리는 지하철’이라는 공식이 있다. 지하철은 열차를 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역 간 거리가 길고 신호대기가 없으므로 장거리로 갈수록 버스보다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스와 지하철 사이에 경전철(輕電鐵)이 개통되면서 버스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지하철이 없어서 버스를 타던 곳에 경전철이 개통되면서 버스의 승객이 경전철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에 경전철(우이신설선 2017년 개통, 신림선 오는 5월 28일 개통, 동북선 공사 중)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 [관련기사] 서울시 제2호 경전철 '신림선' 어디까지 왔나
신림선 전동차 모습 ©서울시
신림선 전동차 모습 ©서울시

이 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단거리를 갈 때 마을버스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버스를 대체할 수 있는 단거리 교통수단이 늘어났다. 따릉이,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이 그것이며, 지속적인 보행자 우대 정책으로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것도 편해졌다.

이렇게 단거리는 개인교통수단에게, 중거리는 경전철에게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재 시내버스의 상황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로 서울시의 버스 수송분담률은 계속 하락 중이다.
서울시 개별통행 수단분담률 연도별 추이 ©서울연구원
서울시 개별통행 수단분담률 연도별 추이 ©서울연구원

이런 상황에서 시내버스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우선 첫째로는 경전철과 광역급행철도 등 중장거리 철도교통수단이 늘어나는 상황에 맞춰 철도가 할 수 없는 지선 기능 강화에 나서야 한다. 아무리 서울 전 지역에 경전철을 촘촘히 짓는다고 해도, 집 앞마다 역을 만들 순 없다. 출발지부터 역까지 가는 데는 버스가 여전히 필요하며, 역과 역 사이의 영역도 버스가 채워주어야 한다.

따라서 각 역으로 연결되는 지선 기능 버스를 늘려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노선을 다양화하고 배차시간도 줄여야 한다. 특히 경전철은 이동편의시설의 완비 덕분에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만큼, 이와 연결되는 지선버스에도 저상차량을 적극 투입하여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쉽게 해주어야 한다. 과거 내연기관 버스 시절과 달리 전기 버스에는 중형 저상(低床)차량 모델도 많아서 이를 활용하면 좋다.
서울시의 심야버스(올빼미버스) 확대노선도 ©서울시
서울시의 심야버스(올빼미버스) 확대노선도 ©서울시

둘째로는 버스가 장점을 가진 노선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지하철 노선이 늘어난다고 해도 시간적, 공간적으로 버스가 유리한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면 돌아가는데 버스로는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과 같은 곳이다. 이런 노선들은 널리 알리고 경쟁력을 잃지 않게 여러 지원이 필요하다. ☞ [관련기사] 지하철보다 빠른 ‘지름길 버스들’

또한 버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바로 심야이다. 방향별로 선로가 하나인 지하철은 유지보수를 위하여 야간에 운행을 멈출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은 안전 기준의 강화로 유지보수 시간은 더 필요한데, 차량기지가 시외로 이전되는 추세라 유지보수 시간은 더욱 부족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22년 봄 개통 앞둔 지하철 4호선 연장 '진접선' 미리보기

따라서 지하철망을 대체할 수 있는 풍부한 심야버스망을 갖춘다면, 지하철이 힘들어 하는 심야수송 분야에서 버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큰 장점 없이 지하철과 노선이 비슷한 장거리 버스 노선들은 변경, 단축, 폐지 등을 통해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도 있다. 이렇게 정리하여 남긴 차량과 기사를 활용해 앞서 설명한 것같이 버스가 잘할 수 있는 노선들을 확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이는 무역의 원리와도 같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은 수출하고, 못하는 것은 수입하는 것이다.
은평구에서 시범운행 했던 DRT ‘셔클’ ©은평구
은평구에서 시범운행 했던 수요 응답형 교통체계 ‘셔클’ ©은평구

마지막으로 기존 버스 모습의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의 버스는 지난 2004년 대중교통 대개편을 통해 큰 변혁을 이루어냈지만 그 이후로는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의 개입 때문에 요금 인상 과정이 원활하지 못해 매번 갈등이 생기고 있으며, 나름 뜻깊은 제도였던 준공영제도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요금제도의 개편과 연계하여 수도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버스 운영체제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오랫동안 써왔던 시설과 운영의 혁신도 필요하다. 우선 시내버스는 차고지가 필수적인데, 정작 차고지는 환경 측면에서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또한 넓은 면적을 단층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토지이용 효율성이 낮다. 따라서 차고지 기능을 유지하면서 교통 환승 기능 확보, 상업·주거 공간 개발, 물류 시설 활용 등 다목적으로 복합 개발을 하여 역할을 강화하고 수익도 내는 방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버스의 운행도 정해진 노선을 정해진 간격으로만 다니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수요가 적지만 다양한 지역에서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수요에 맞추어 노선 역시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운행할 필요가 있다. 택시와 버스의 중간쯤인 셈인데, 이를 수요 응답형 교통체계(DRT: Demand Responsive Transit)라고 한다. 제조업으로 치면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서울시 버스정류소 스마트쉘터 개선 사례 ©서울시
서울시 버스정류소 스마트쉘터 개선 사례 ©서울시

다행히 서울시에서도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서울 버스 혁신을 위해 여러 노력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헌릉로 등에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 전기·수소 버스 도입 및 충전소 설치, 버스정류소 개선, 마을버스 CCTV 및 LED안내판 설치, 버스차고지 복합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4월 18일과 5월 1일에 개통된 심야버스(올빼미버스) 6개 추가 노선은 고속터미널역과 6호선 등 기존의 올빼미버스가 미처 운행하지 못했던 지하철 구간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버스의 장점과 고유 역할을 극대화시킨 정책이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심야 '올빼미버스' 노선·차량수 늘린다…신설노선은?

차량 전동화와 자율주행기술의 발달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한 충격으로 인하여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서울과 같은 고밀도 대도시에서 공간적으로 비효율적인 개인교통수단으로 모든 통행 수요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교통에서 볼 수 있는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 카 같은 신기술을 버스에 접목시켜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서울의 버스는 쉽게 없어질 교통수단이 아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시민들의 편리한 발로서 그 역할을 계속해나갈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참고문헌: 서울연구원, 뉴노멀 시대 준비하는 서울의 교통정책 방향, 2021.12.14)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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