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즐거운 한강 산책! 자연이 품은 전시회 누려볼까?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2.12.28. 11:00

수정일 2022.12.28. 15:20

조회 595

한강이 더 멋있어진다. 접근성도 조금씩 나아지고 거기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얹어지고 있다. 한강공원 조각품 순환 전시의 마지막 회차로 광나루와 잠원, 이촌 한강공원에 낯선 듯 친숙한 작품들이 내년 1월 17일까지 전시된다.

광나루 한강공원에는 광진교 바로 아래에 ‘견생(見生) 조각전’ 작품들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금세 찾을 수 있다. 많은 나무가 어느새 앙상해진 공원에는 초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었다. 날씨는 추워졌지만 아직 공 놀이를 하는 아이가 있고 산책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초겨울 햇살 아래 아직 공놀이하는 귀여운 아이가 있는 광나루 한강공원 ⓒ이선미
겨울 햇살 아래 공 놀이를 하는 귀여운 아이가 있는 광나루 한강공원 ⓒ이선미
벌써 앙상해진 나무들 사이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이선미
앙상해진 나무들 사이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이선미

광진교 쪽으로 향하다보니 박재석 작가의 ‘키스할까요?’ 조형물이 앙증맞게 길을 막는다. 추운 날씨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 미소가 나올 것 같은 작품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바라보게 되는 ‘키스할까요?’ⓒ이선미
가던 길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바라보게 되는 ‘키스할까요?’ 작품 ⓒ이선미

그늘에 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기거나 한없이 한강을 바라보는 시민의 뒷모습도 ‘예술’의 한 풍경이 되었다. 다리의 그늘 속에 자리한 한 작품에 낙서 같은 문구가 있어서 들여다봤다. 심드렁하게 적어놓은 그 말은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말 같았다. “하늘에게 행복을 달라 했더니 감사를 배우라 했다.”
민성호 작가의 ‘날아가다’ⓒ이선미
민성호 작가의 ‘날아가다’ 작품에 쓰인 문구. ⓒ이선미

민성호 작가의 작품은 의자 같기도 했다. 포근히 작품에 안기듯 앉으면 저 큰 날갯짓에 덩달아 날아갈 수 있을까? 감사를 배울 수 있을까? 불어오는 강바람이 부드러웠다.
한강에서는 나무도 사람도 모두 풍경을 이루는 한 요소가 되어준다.ⓒ이선미
한강에서는 나무와 사람 모두 다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이선미

보도자료를 접하고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꼭 만나고 싶은 작품이 있었다. 민복진 작가의 ‘모자상’이었다. 다리 아래 설치된 모자상은 위태로운 삶의 한복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랑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한평생을 사랑, 가족간의 사랑을 주제로 작업했던 작가의 또 하나의 모자상이 다가오는 겨울 추위도 다 막아줄 것처럼 따숩고 든든했다.
광진교 아래 위태로이 선 모자상은 모진 세파에도 거대한 품이 돼주는 가족의 사랑을 보여준다.ⓒ이선미
광진교 아래의 모자상 작품은 모진 세파에도 거대한 품이 돼주는 가족의 사랑을 보여준다. ⓒ이선미

잠원한강공원에도 나무 그림자를 따라 산책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고요히 이어졌다. 단풍으로 찬란하던 잎들이 진 한강변 산책길은 또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가을빛으로 물드는 산책길도 나름대로 운치 있다.ⓒ이선미
단풍으로 찬란하던 잎들이 진 산책길도 나름대로 운치 있다. ⓒ이선미
한남대교 아래도 재미있고 멋진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이선미
한남대교 아래도 재미있고 멋진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이선미

한남대교 아래를 지나고도 한참을 걸어 ‘서울웨이브 아트센터’ 앞에 닿으니 작품들이 옹기종기 설치돼 있었다. 익살맞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작품들 속에서 ‘버티기’는 문득 웃음을 그치게 했다.
잠원한강공원에서 만나게 되는 견생조각전 작품들ⓒ이선미
잠원한강공원에서 만난 견생조각전 작품들 ⓒ이선미

‘버티기’ 작품 앞에서는 시민들도 좀처럼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어쩌면 맨 땅에 코박은 채 버티고 선 모습이 어떤 순간의 자화상 같은 걸까.
시민들이 ‘버티기’ 앞에서는 조금 더 멈춰서서 바라보았다.ⓒ이선미
시민들이 ‘버티기’ 작품 앞에서는 조금 더 멈춰서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선미

이촌거북선나루터 앞 호젓한 산책로 옆으로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드러났다. 호젓한 산책로에서 금세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재미있었다.
이촌한강공원의 호젓한 산책로 옆으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이선미
이촌한강공원의 호젓한 산책로 옆으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이선미

한강을 바라보고 선 기수의 호쾌한 자세는 영락없이 로시난테에 올라타 호령하는 돈키호테  같은데 작품의 제목은 ‘개꿈’이었다.
한강을 향해 자유롭게 선 작품은 전신덕 작가의 ‘개꿈’이다.ⓒ이선미
한강을 향해 자유롭게 선 작품은 전신덕 작가의 ‘개꿈’이다. ⓒ이선미

차정아 작가의 작품은 너무 정직해보였다. 작품명은 '중독-소주, 중독-맥주'. 그런데 중독이 지나치게 경쾌한 것 아닌가? '아니, 아니, 중독은 안 돼요'라며 문득 손사래를 쳤다.
중독이 너무 경쾌해 보이는 차정아 작가의 '중독-소주, 중독-맥주'ⓒ이선미
중독이 너무 경쾌해 보이는 차정아 작가의 ‘중독-소주, 중독-맥주’ 작품ⓒ이선미

다음으로 만난 주영호 작가의 작품에서는 얼핏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의 제목이 ‘자화상’이란다. 재미있다고 웃는데 강 쪽에 선 시민들이 작품을 또 다른 느낌으로 만든다. 나지막한 햇빛과 두 사람의 긴 그림자가 새로운 풍경을 탄생시켰다. 그런 변화, 그런 발견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자연 안에 있으니 해와 바람과 구름과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작품의 느낌도 달라진다.
주영호 작가의 '자화상'과 시민들의 콜라보레이션ⓒ이선미
주영호 작가의 ‘자화상’ 작품과 시민들의 모습으로 콜라보레이션된 풍경 ⓒ이선미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작품도 기대됐다. 김대성 작가의 ‘Singing in the Rain’이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어떤 분위기가 될까 궁금해졌다.
눈 내리는 날 보러 가고 싶은 김대성 작가의 'Singing in the Rain'ⓒ이선미
눈이 내리는 날에 보고 싶은 김대성 작가의 ‘Singing in the Rain’ 작품 ⓒ이선미

지난 2021년 ‘한강 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조각 전시가 해를 이어 시민들에게 좋은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예술작품은 질문을 한다. 말을 건다. 말을 걸고 싶게 한다. 그 질문들이 때로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준다. 눈 내리고 추워지는 날에도 한강에 나가 지친 일상을 톡톡 건드리는 질문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견생조각전(見生彫刻展)'에서 견생은 '보면 생명이 생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강바람도 쐬고, 조각도 보고, 생명의 힘도 얻는다니 정말 일석삼조다.

2022년 한강공원 조각품 순환 전시 <견생조각전>

○ 장소 : 이촌한강공원(10점), 잠원한강공원(10점), 광나루한강공원(10점)
○ 일시 : 2022년 11월 18일 ~ 2023년 1월 17일
○ 작품수 : 국내예술가들의 현대조각 30작품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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