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놓인 '새활용 벤치'가 특별한 이유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2.12.19. 14:07

수정일 2022.12.19. 14:13

조회 2,184

청계천 판자집 모형도 (사진 청계천 박물관 제공)
청계천 판자집 모형도 ⓒ청계천 박물관

청계천 위에 세워진 고가도로는 서울의 발전상을 담고 있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도심의 균형발전과 환경·생태보호, 서울의 역사성 회복의 시대적 요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연생태복원의 대명제앞에 노후화된 고가도로는 철거됐다. 복원된 청계천은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를 위한 공간이 되었다. 물이 흐르는 청계천에는 물고기가 뛰놀고 갈대 등 숲이 우거진 천변 언덕으로는 천둥오리·왜가리 등 새들이 날아와 쉬거나 유영하며 물고기를 잡는다. 
재활용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플라스틱 병뚜껑, 일회용 수저 등으로 만든 ‘새활용 벤치’
재활용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플라스틱 병뚜껑, 일회용 수저 등으로 만든 ‘새활용 벤치’ ⓒ조시승

생태복원과 환경보호의 상징 청계천에 새 명물이 탄생했다. 쓰고 난 후 버려지거나 태워 없어질 뻔한 폐자재들이 의자로 새롭게 태어나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이자 친환경 쉼터가 되고 있다. 이번 새 명물이 주목을 끄는 것은 병뚜껑, 일회용 수저 같은 폐자재와 페트병등 폐플라스틱과 폐마스크를 활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원의 기존 역할을 뛰어 넘는 ‘새활용 벤치’인 것이다.

‘새활용’이란 무엇일까?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인 업사이클(upcycle)을 알기쉽게 정리한 순수 우리말(순화어)이다. 다시 말하면 자원의 기존 역할(재사용·재활용)을 넘어 폐자원에 새로운 아이디어·디자인을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뜻이다.
태산 벤치의 모습.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의미를 담은 ‘태산 벤치’ ⓒ조시승

새활용 벤치는 ‘태산 벤치’‘폐마스크 벤치’ 두 종류다. 태산 벤치는 재활용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병뚜껑, 일회용 수저와 플라스틱 용기를 분쇄해 제작됐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의미를 담아 ‘태산 벤치’로 이름 지어졌다.

김하늘 작가의 ‘폐마스크 벤치’는 마스크 생산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를 판재화한 후 콘크리트를 섞어 제작됐다. 폐마스크 벤치는 야외에서 의자로 사용할 만큼 강도가 세지 않아서 몸체는 기존의 벤치들과 같은 강한 소재가 사용됐고, 벤치의 양쪽 가장자리에 있는 타일무늬가 폐마스크가 활용된 부분이다.
마전교 아래 새활용 의자 ‘태산 벤치’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마전교 아래 새활용 의자 ‘태산 벤치’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조시승

이들 제품이 설치된 곳으로 가 보았다. 태산벤치는 청계천 상류의 마전교에서 만날 수 있다. 마전교 아래 가지런이 놓인 새활용의자를 만날 수 있었다. 1인용, 2인용 3인용이 각 하나씩 놓여있다.

폐플라스틱을 분쇄하고 고온에서 녹여 의자 상판을 제작했다. 이후 3D 펠렛 프린팅으로 의자 몸통을 제작하고, 상판 재단 및 접합을 통해서 완성했다. 빈티지한 문양 등 예술적인 감각이 구석구석 스며든 의자들이다.
생태복원된 청계천 황학교 아래에서 한쌍의 왜가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생태복원 된 청계천 황학교 아래에서 한 쌍의 왜가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조시승

청계천 하류의 황학교에서도 ‘태산 벤치’를 만날 수 있다. 이곳 황학교는 인근 논밭에 황학이 날아왔었다는 전설이 깃든 다리답게 주변 환경이 수려하다. 청계천을 유연하게 가로지른 보행교를 건너면 돌하르방이 수호신처럼 양쪽으로 세워진 다리가 있는데, 그 건너에 ‘태산 벤치’가 있다.

황학교 아래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다. 어떤 물고기들은 성인 남자 팔뚝만 하다. 작은 물고기들도 있으니 새들도 많이 머무는 것 같다. 기존 나무 등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배치한 점도 자연스럽다.
김하늘 작가의 '폐마스크 벤치' 는 단아하지만 품격있게 보인다.
김하늘 작가의 ‘폐마스크 벤치’는 단아하고 품격있어 보인다. ⓒ조시승

황학교에서 하류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비우당교에서 ‘폐마스크 벤치’를 만날 수 있다. 기존 의자들과 같은 소재의 골격에 폐마스크 소재를 다리 부분에 덧입힌 의자다. 김하늘 작가의 ‘폐마스크 벤치’는 마스크 생산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에 콘크리트를 섞어 강도를 보강했다. 의자의 다리 부분에 사용된 소재가 폐마스크다.

만져보니 살짝 두드러진 음각이 손에 느껴졌다. 폐마스크가 의자로 재탄생돼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폐마스크 벤치' 의자의 다리부분은 소재가 폐마스크를 덧입힌 후 콘크리트를 섞어 보강되었다.
‘폐마스크 벤치’는 마스크 제작할 때 나온 자투리를 판재화 한 후 콘크리트를 섞어 제작됐다. ⓒ조시승

‘폐마스크 벤치’의 경우 언뜻 보기에는 차갑고 고급스러운 듯한 이미지를 준다. ‘태산 벤치’의 경우 의자 표면의 무늬가 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직접 앉아 보니 오히려 부드러운 재질과 감촉이 느껴졌다. 이 벤치들은 버려지는 폐자원을 활용해 환경도 보호하고 벤치에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작품이다.
소망의 벽에는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는 2만명의 꿈과 소망이 청계천과 함께 흐르고 있다.
소망의 벽에는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꿈과 소망이 청계천과 함께 흐르고 있다. ⓒ조시승

새활용 벤치는 서울시설공단이 롯데케미칼(주), 로우리트콜렉티브와 함께 만들었다. 공단은 두 기업과 올해 6월 ‘청계천 자원 선순환 생태계 구축’ 의 공동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청계천이 복원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된 것처럼, 폐자재를 활용한 새활용 벤치도 시민들에게 일상 속 휴식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새단장한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자연생태 친화적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새단장한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조시승

청계천에 설치된 새활용 벤치 장소

○ 태산 벤치가 설치된 마전교 : 지하철 종로5가역 7번 출구에서 208m
○ 태산 벤치가 설치된 황학교 : 지하철 신설동역 10번 출구에서 604m
○ 폐마스크 벤치가 설치된 비우당교 : 지하철 신설동역 9번 출구에서 385m

시민기자 조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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