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도서관에 폐현수막·폐의류로 만든 공간이 있다고?!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2.11.25. 11:24

수정일 2022.11.28. 10:16

조회 1,298

폐현수막, 폐의류 등을 재활용해 조성한 남산하늘뜰의 아름다운 모습
폐현수막, 폐의류 등을 재활용해 조성한 남산하늘뜰의 아름다운 모습 ©심재혁

올해는 3월과 6월에 모두 선거가 있었다. 선거하면 빠질 수 없는 용품이 ‘현수막’이다.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당을 홍보하기 위해 부착된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바로 폐현수막의 길을 걷는다.

문제는 폐현수막의 처리 방법이다. 폐현수막의 주성분은 ‘폴리에스테르’로 매립해도 썩지 않는 화학 섬유다. 또한 소각한다고 해도 인체에 유해한 바이옥신이 배출되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홍보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1만 8,285톤”이라며 “이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3억 5,164만 개를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남산하늘뜰은 폐현수만과 폐의류를 활용한 섬유패널을 건축자재로 썼다.
남산하늘뜰은 폐현수만과 폐의류를 활용한 섬유패널을 건축자재로 썼다. ©심재혁

그렇다면, 이 폐현수막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생각의 전환’을 이뤄냈다. 남산도서관 100주년을 맞아 서울 남산도서관 옥외공간에 업사이클링(버려지는 자원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자재를 활용해 친환경 독서공간 ‘남산하늘뜰’을 조성했다.

조성 계획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 환경공단, 롯데홈쇼핑과 함께 ‘자원순환 및 ESG 경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6.1 지방선거에서 사용 후 폐기되는 현수막의 친환경적인 활용방법을 모색하다 서울 최초의 공립 공공도서관인 남산도서관의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친환경 독서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개관 100주년을 맞이한 서울특별시교육청 남산도서관
개관 100주년을 맞이한 서울특별시교육청 남산도서관 ©심재혁

실제 현장은 어떨까? 남산도서관 2층 야외공간인 남산하늘뜰을 방문했다. 청명한 가을 날씨와 붉게 물든 단풍이 참으로 아름다웠던 날 찾은 이곳이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과 폐현수막을 활용했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남산하늘뜰 조성에는 폐현수막 2,500여 장과 폐의류 2만 2,000여 장으로 만든 섬유패널을 사용했다.
남산타워가 올려다 보이는 남산하늘뜰 전경
남산타워가 올려다 보이는 남산하늘뜰 전경 ©심재혁

섬유패널을 활용해 남산하늘뜰의 의자와 탁자, 벤치, 선반 등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1.3톤 저감됐고, 남산하늘뜰은 점·선·면으로 구성된 남산도서관의 건축미학적 가치를 유지하도록 디자인됐다.

실제 남산도서관 남산하늘뜰을 천천히 둘러보니, 선과 면으로 나뉘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탁 트인 남산과 함께 친환경의 의미를 되살리는 남산하늘뜰을 보고 있으니, 자연의 소중함이 절로 느껴졌다.
점·선·면의 건축미학적 가치가 돋보이는 남산하늘뜰
점·선·면의 건축미학적 가치가 돋보이는 남산하늘뜰 ©심재혁
친환경 독서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친환경 독서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심재혁

또한, 남산하늘뜰에는 노트북을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시민들을 배려했고, 의자 아래에는 책들을 꽂아 미학적 가치는 물론 도서관 본연의 의미도 부여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남산도서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남산하늘뜰을 조성했을까? 남산하늘뜰에 설치된 조성 배경 문구를 통해 대략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서울시는 기후 위기 시대에 자원 순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민관이 협력하여 남산도서관 2층 옥외공간을 친환경 독서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남산하늘뜰 조성 배경을 소개하고 있는 안내문
남산하늘뜰 조성 배경을 소개하고 있는 안내문 ©심재혁

여기서 ‘기후 위기’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과거 우리는 기후를 ‘위기’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기후는 ‘변화’였다. 변화(變化)라는 말은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기후가 바뀐다는 의미였다.
폐현수막, 폐의류로 만든 의자 아래 꽂힌 책들
폐현수막, 폐의류로 만든 의자 아래 꽂힌 책들 ©심재혁

하지만, 이제는 ‘위기’다. 위기(危機)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뜻한다. ‘기후 위기’라는 뜻은 이제 인류가 직면한 하나의 중요한 위기라는 뜻이다. 서울시는 시민 모두가 친환경과 기후 위기를 생각해 보자는 뜻에서 시민들이 자주 찾는 남산도서관에 남산하늘뜰을 조성했는지도 모른다.

남산하늘뜰의 조성은 단순히 폐현수막, 폐의류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후 위기를 남산하늘뜰을 통해 소개한 것이다. 도서관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남산하늘뜰. 그래서 더욱 반갑다. 
주변 녹지와도 잘 어울린다.
주변 녹지와도 잘 어울린다. ©심재혁

서울특별시교육청 남산도서관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109 (후암동)
홈페이지
○ 문의 : 02-754-7338

시민기자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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