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클래식에 힐링! 서울시향 '여름 스케치' 콘서트
발행일 2022.07.06. 13:06
6월 30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2022 퇴근길 토크콘서트 '여름스케치'가 열렸다. ©이정민
“애초에 이번 ‘여름 스케치’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식힐만한 연주회라는 생각에 이렇게 장마가 찾아오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장맛비가 종일 내린 6월 30일 저녁 7시 30분부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2022 퇴근길 토크 콘서트 ‘여름 스케치’가 열렸다. 이날 진행을 맡은 피아니스트 조은아 교수는 여름비를 뚫고 찾아온 관객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피아니스트 조은아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퇴근길 토크 콘서트 ‘여름 스케치’ ⓒ서울시향
지난달 세계적 클래식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 덕분에 K클래식이 더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젊은 연주자들의 잇따른 수상 소식에 'K클래식 전성시대'라고도 한다. 예전부터 작은 음악회나 공연장을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또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궂은 날씨임에도 퇴근길 콘서트에 우산을 쓰고 도착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궂은 날씨임에도 퇴근길 콘서트에 우산을 쓰고 도착하는 시민들 ⓒ이정민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은 2016년부터 시민 누구나 클래식 연주를 즐길 수 있도록 성당, 미술관 등 도심의 주요 장소에서 '퇴근길 토크 콘서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특별한 주제와 해설이 있는 연주회로 수준 높은 연주와 깊이 있는 인문학 토크를 더해 매회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 오는 목요일 저녁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입구는 예매한 티켓을 받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특별한 주제와 해설이 있는 연주회로 인기 높은 서울시향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 ⓒ이정민
서울시 유형문화재 성당에서 듣는 한여름밤 콘서트
서울시 유형문화재이자 덕수궁 옆 아름다운 건축물로 잘 알려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여행객 모드로 둘러보게 된다. 좁고 긴 성당 내부에 가지런히 놓인 의자들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는 관객들로 가득하다. 자연을 주제로 한 올해 두 번째 퇴근길 토크 콘서트의 첫 곡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으로 시작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대한성공회 서울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모습 ⓒ이정민
콘서트 시작 전 공연장인 성당 안에서 기다리는 관객들 ⓒ이정민
“세차게 내리는 비 사이를 뚫고 오셨는데,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이 공간에 아르헨티나 탱고 리듬을 가진 특유의 음으로 습기를 중화시켜드리겠습니다.” 조은아 교수가 소개한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의 협연으로 피아졸라의 멋진 곡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엔 나른한 여름밤의 일상으로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거슈윈의 <서머 타임>은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서 클라라가 아이를 재우면서 부르는 자장가예요.” 연주될 곡에 대한 쉽고 자세한 해설이 음악을 듣는 관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 ⓒ서울시향
숲속 바람이 일으키는 고요한 현악 앙상블
“다음은 에릭 휘태커의 <잠>으로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몽환적인 곡입니다. '숲속 바람이 일으키는 고요한 현악 앙상블이다' 이렇게 이해하셔도 좋고 감상하시다가 잠에 빠져드셔도 좋습니다. 그럼 작곡가의 의도에 근접하신 거예요.” 물론 진행자의 말처럼 잠이 들진 않았지만 눈을 감고 곡을 감상하니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연주될 곡에 대한 쉽고 자세한 해설을 열심히 들으며 감상하는 관객들 ⓒ이정민
이어지는 곡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왈츠’와 루마니아의 민속 춤곡이 소개됐다. “두 곡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데 차이콥스키의 곡은 도시문명을, 그리고 다른 한 곡은 농촌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앞서 진행자가 이 공연을 기획하면서 여름의 특성으로 청중들의 집중이 짧아질 우려가 있으니, 멜로디와 흡인력이 강한 음악으로 구성했다는 설명이 와닿는 연주였다.
열광적인 박수를 받은 김미연 단원의 생동감 넘치는 마림바 연주 ⓒ서울시향
여름비처럼 경쾌한 마림바 협주곡
잠시 후 커다란 실로폰처럼 생긴 악기, 마림바가 무대 맨 앞에 놓인다. 가까이에서 마림바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관객들은 술렁거린다. “이제 우리가 감상할 악장은 에너지가 넘치는데 마림바로도 충분히 그런 불꽃 테크닉을 펼칠 수 있다는 걸 여러분께 전할 수 있습니다.” 에마뉘엘 세조르네의 <마림바 협주곡>은 김미연 단원의 협연으로 만날 수 있었다. 빗방울이 힘차게 떨어져 굴러가듯 경쾌한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연주에 객석에선 열광적인 박수가 나왔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마지막 곡으로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서울시향
마지막 곡을 남기고 관람 후기 설문에 대해 알린 진행자는 “오늘 공연의 처음과 끝은 수미쌍관으로 첫 곡에서 20세기 아르헨티나의 영향을, 끝 곡에서는 18세기 베네치아 이렇게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데요. 여러분이 21세기 서울 정동에서 감상하시게 되는 거죠”라는 말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이야기를 꺼낸다. 이번 공연의 부제 ‘여름 스케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이 곡을 마지막으로 퇴근길 토크 콘서트가 막을 내렸다.
퇴근길 콘서트의 매력과 감흥을 사진으로 남기는 관객들 ⓒ이정민
연주자들이 떠난 빈 무대 앞은 소중한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하나 둘 모인다. 일반 공연장이 아닌 성당 콘서트의 매력과 감흥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다들 어린아이 같다. “저는 오늘 마림바가 너무너무 좋았어요. 맨 처음 바이올린 연주도 좋았고, 끝까지 집중해서 봤어요.” 관람을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의 말이다. 서울시향의 시민을 위한 음악회에 대한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서울시립교향악단 시민공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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