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별내선' 시운전 전동차에 물탱크가 들어간 이유는?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4.05.28. 14:55
8호선 연장선은 지난 25일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시운전은 실제 시각표와 동일하게 운행하는 영업시운전이다. 이에 따라 전동차 전두부에는 별내행이 표시되고 있으며, 암사역이나 천호역의 열차행선안내게시기(꼬마열차)에도 북쪽 방면 연장구간 역들이 표시되고 있다.
그러나 개통 이후와 똑같이 미리 운행한다고 해서, 승객들이 해당 구간을 타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암사역에 도착한 열차가 별내역 방면으로 갈 때는 객실 내에 남아 있는 승객이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 ☞ [관련 정보] 8호선 영업시운전으로 달라진 시각표 확인하기
한편 서울시가 공개한 8호선 시운전 소식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전동차 내에 커다란 파란 물탱크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사실 무게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꼭 물탱크를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좌석이 많아서 물탱크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일반철도 차량에서는 무거운 금속막대를 싣기도 한다. 하지만 지하철 전동차는 의자가 창 쪽에 세로로 놓인 롱시트(long seat)를 사용하다 보니 공간이 넓어서 물탱크를 쓰고 있다. 아무래도 금속은 무겁고 비싸서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모래주머니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금속보다 밀도가 낮아서 더 많이 필요하고, 모래가 새면 청소가 번거로운 것이 단점이다.
반면 텅 빈 물탱크는 비교적 가벼우므로 쉽게 옮긴 후에 호스로 물을 담아서 무게를 높이면 되어서 편리하다. 나중에 물탱크를 치울 때도 편하다. 전동차 바닥은 평소에도 물청소를 할 정도로 방수가 되므로, 그냥 차 안에서 물탱크 바닥쪽 콕크를 열어 물을 쏟아버리고 가벼워진 물탱크만 다시 꺼내면 된다.
보통 전동차 한 칸에 1.5톤짜리 물탱크를 13개 싣고 20톤을 맞추는 방법을 쓴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몸무게가 67kg이므로 이는 약 300명에 해당된다. 전동차 한 칸의 정원이 160명이므로(좌석 54명+입석 106명) 혼잡도로 치면 188%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 급의 높은 혼잡도를 기준으로 테스트한다고 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콩나물 버스·지하철은 이제 그만! 대중교통 혼잡 줄이는 해법
응하중(應荷重)이란 하중, 즉 무게에 응답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작은 자동차를 타면 혼자 운전할 때와 사람을 가득 채워 운전할 때 느낌이 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텅 비어서 운행하는 지하철과 사람을 꽉꽉 채워 운행하는 지하철은 그 동작 특성이 상당히 다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속도를 줄이는 제동이다.
철도의 대표적인 특징은 철궤도와 철바퀴 사이의 낮은 마찰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마찰저항이 감소하여 움직일 때 에너지가 적게 든다. 그런데 철도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제동이 쉽지 않다. 아스팔트 위의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곧바로 서지만, 철도는 브레이크를 잡아도 한참을 더 간 후에 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지하철처럼 많은 승객을 싣고 다니는 차량은 사람 수에 따라 제동 특성이 달라진다. 사람이 적게 탄 가벼운 차는 조금만 제동을 잡아도 세울 수 있지만, 사람이 많이 탄 무거운 차는 평소보다 더 세게 제동을 잡아야 차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기관사가 일일이 승객수를 확인해 가면서 제동력을 조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과정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즉 전동차가 스스로 승객이 많고 적음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제동 성능을 내주는 것이다.
무게가 가벼운 승용차는 '용수철(코일 스프링)'이 차축과 차체를 연결하고 있다. 무게가 더 나가는 트럭 등은 '판(板) 스프링'이라는 길쭉한 쇠판 모음을 사용한다. 판스프링은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어서 과거에는 철도차량에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승차감이 나쁜 게 흠이다.
그래서 지하철 전동차에서는 판스프링 대신 '에어(air) 스프링'을 사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어 스프링 속에는 공기가 새지 않게 들어 있어서 무거운 것에 눌릴수록 그 압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동차의 특징은 차량 여러 칸이 길게 이어져 한대로 운행한다는 것이다. 열차(列車)의 ‘열’이라는 글자에 이 뜻이 담겨 있다. 이러다 보니 칸별로 승객수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하철의 환승통로는 승강장 한쪽 끝으로 치우친 경우(예: 2호선 잠실역)가 많아 이 같은 불균형을 부채질한다.
이때 응하중 장치가 파악하는 에어스프링의 압력은 전동차 객실 무게에 비례한다. 압력이 높으면 사람이 많이 탔다는 것이고, 낮으면 적게 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정보를 승객들에게 알려주면 승객들은 스스로 덜 혼잡한 칸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면 승객이 전동차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면서 승객의 체감혼잡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전동차를 더 자주 운행시킨 것(증편)도 아니고, 편성량수(예: 2호선 10량)를 늘린 것(증결)도 아닌데 승객이 느끼는 혼잡을 줄였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 칸수는 왜 노선마다 다를까? (증결과 증편의 차이)
또 다른 것은 이번에 도착할 전동차의 혼잡도를 승강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니터나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승객이 전동차 도착 전에 넓은 승강장에서 미리 이동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용하다. 현재 또타지하철 앱에서 혼잡도 정보가 제공 중이다. 2, 3호선은 실시간 정보이며, 다른 노선들은 통계정보이다. 통계정보도 유용하긴 하지만, 운동경기나 음악공연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의 승객 급증은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 혼잡도 미리 알고 '여유 칸' 골라 탈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에어스프링 압력이 2.2kg/㎠일 때 객실의 승객 무게가 5.4톤, 3.6kg/㎠일 때 10.7톤인 것을 사전에 파악해 둔다. 그리고 어느 시점의 어느 구간에서 에어스프링 압력이 2.7kg/㎠이라면 승객 무게가 7.3톤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한국인의 평균 몸무게(67kg)로 나누면 107명이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경영계획이나 서비스 개선 목표 등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차도 있고, 보정도 필요하긴 하지만 지하철 이용 승객 수를 실시간 자동으로 셀 수 있다는 것은 인공지능(AI)시대에 매우 귀중한 경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항철도 운영사에서는 기존 자동냉방조절 장치의 입력에 온도센서 결과뿐만 아니라, 응하중 정보를 추가시켰다. 이에 따라 응하중 장치로 파악되는 객실 혼잡도가 기준점을 높게 넘어갈 때마다 자동설정온도를 1도씩 낮추도록 하였다.
이 방식은 전동차 객실내의 체감온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행 객실 내 온도센서는 사람이 직접 느끼는 온도가 아니라, 공기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간접 측정인 만큼 승객이 느낌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온도센서는 원래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집에 전자식 온도계가 있다면 기온이 변하는데도 실제 온도계 수치는 금방 바뀌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응하중 센서는 승객의 무게를 즉시 파악하므로, 훨씬 빠르게 냉방을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공항철도 측에 따르면 자동냉방에 응하중 정보를 반영한 이후 냉방 민원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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