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향기 피어나네~ 약초 사진전 감상하며 건강한 봄 마중!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2.15. 09:30

수정일 2024.02.15. 17:22

조회 665

설을 앞둔 경동시장은 무척 붐볐다. 햇살도 따뜻해 많은 시민들이 나들이에 나선 듯했다. 그곳에서 길을 건너 찾아간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앞마당에 앉아 편안하게 햇빛을 느껴보았다. 오는 6월 21일까지 이어지는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 약초 사진전도 볼 겸 나선 참이었다.
햇살 좋은 날 경동시장 맞은편 ‘서울약령시’ 안에 있는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았다. ⓒ이선미
햇살 좋은 날 경동시장 맞은편 ‘서울약령시’ 안에 있는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았다. ⓒ이선미

따뜻한 앞마당을 지나 들어서니 내부는 더 아늑했다. 은은하게 약초 냄새가 나는 1층에서는 시민들이 약초 사진을 보거나 축소 모형으로 설치돼 있는 옛 보제원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설명을 듣고 있었다.

조선시대에 사대문 밖에는 네 곳의 원이 있었다. 한양으로 들어오던 길목에 설치된 원은 외국 사신들이 쉬던 곳이고 일반 여행자들에게도 숙박을 제공했다. 그 가운데 동대문 밖 보제원은 병자를 치료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구휼기관이기도 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약재상들이 보제원 주변에 모여들면서 시장이 형성됐고 오늘날 ‘서울약령시’의 기원이 됐다.
인솔자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보제원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선미
인솔자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보제원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선미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의관이나 의녀의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전통의상체험’이 있었는데 박물관을 관람하던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서도 초등학생과 가족 관객 등 의관과 의녀 차림의 시민들이 꽤 보였다.
우솔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의관 차림을 하고 귀여운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선미
우솔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의관 차림을 하고 귀여운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선미
한 시민이 의녀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한 시민이 의녀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한국 약초사진전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 전시를 보려면 1,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했다. 그런데 '보제원’의 한방체험을 하면 5,000원에 전시 입장료가 포함된다. 기왕 온 김에 한방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체험은 매 시각 정각에 시작돼 여유 있게 전시를 보고 박물관도 둘러보았다.

전시가 열리 편안는 2층에 ‘한의학박물관’이 있었다. 어르신들이 안내 해주셨는데 무척하고 인상적이었다. 노년층이 적재적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한의학박물관에는 실제 같은 옛 한약방이 있다. ⓒ이선미
한의학박물관에는 실제 같은 옛 한약방이 있다. ⓒ이선미

한의학박물관은 마치 고향을 찾은 것처럼 정겨운 느낌도 있었다. 한의학의 역사부터 서울약령시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는 내용이 실감나게 소개된다. 사상의학으로 체질을 알아보고 내게 맞는 음식은 무엇인지도 알아보았다. 한방 기체조를 배워보는 공간도 있었다.
의녀로 단장한 엄마와 딸이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이선미
의녀로 단장한 엄마와 딸이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이선미

박물관에서 바로 이어지는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 전시는 눈에 띄는 화려한 외양은 아니어도 놀라운 효능을 갖고 있는 우리 약초의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마련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밥이 힘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쌀이 그렇듯 우리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 역시 우리에게 양식이 되고 치료제가 되어주었다.

“사람은 모두 자연인이고 자연인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자연약초다.” 전시실 벽에 쓰인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다. 서양의 허브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약초에 대한 이해는 이제야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는 우리 약초 연구가 네 분이 수십 년 동안 현장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우리 약초 가운데 40종을 소개하고 있다. 예쁜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지만 잡초나 잡목 같이 하찮아 보이는 외양과 달리 우리 몸을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 식물들도 있다.
한국 약초 사진전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는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이선미
한국 약초 사진전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는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이선미

전시실에는 우리 약초 사진으로 만든 엽서도 있었다. 감국이나 인동덩굴처럼 쉽게 볼 수 있는 꽃들도 있고, 요즘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피마자, 일부러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지치와 미치광이풀 등이 있었는데 우리 꽃들이 무척 예뻐보였다. 
네 분의 약초 연구가가 찍은 사진 엽서들이 예뻤다. ⓒ이선미
네 분의 약초 연구가가 찍은 사진 엽서들이 예뻤다. ⓒ이선미

전시에서는 약초 연구가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약초 연구가의 책상’도 공개했다. 오랜 세월 이 땅에서 피고 지는 우리 약초를 찾아다닌 깊은 시간이 담긴 책상이었다. 때묻은 책과 자료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자생 약초에 대한 연구를 이어온 학자들의 수고를 전해주었다.  
‘약초 연구가의 책상’에서는 오랜 세월 우리 약초를 연구한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약초 연구가의 책상’에서는 오랜 세월 우리 약초를 연구한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는 1층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 속의 식물 가운데는 낯익은 꽃들도 있고 생전 처음 보는 꽃들도 있었다. 일부러 전시를 보러 온 시민들도 꽤 있었다. 약초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1층에서도 우리 약초 사진이 전시 중이다. ⓒ이선미
1층에서도 우리 약초 사진이 전시 중이다. ⓒ이선미

약초 내음 즐기며~ 한방 마사지 체험

한방 체험 시간이 되었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선 체험실 ‘보제원’은 무척 깔끔했다. 의외로 참여자가 많았다. 두 팀으로 나누어 체험을 시작했다. 먼저 손팩과 발마사지를 시작했다. 대략 15분 정도 왼손과 오른손에 번갈아 팩을 했다. 경동시장 핫플레이스를 체험하러 왔다며 여자친구 넷이 소곤소곤 다정했다. 청년들에게도 우리 한방의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았다. 
한방체험실 보제원에서 손팩과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 ⓒ이선미
한방체험실 보제원에서 손팩과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 ⓒ이선미

이번에는 온열 전신 마사지에 나섰다. 매트에 눕자 온열 안대를 덮어주었다.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이완됐다. 눈을 감고 무엇에도 매이지 않은 자세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시간을 누렸다. 온열 전신 마사지 기계가 온몸을 자극했다. 마치 내 몸이 다듬잇돌 위에 놓인 새하얀 목면 같았다. 다듬잇돌이 부드럽고도 힘 있게 몸을 두드렸다. 때로는 오고무를 추는 날렵한 무용수의 채가 몸 전체를 두드리는 것도 같았다. 고요한 시간이었는데 리듬 속에 더 편안했다.
기계식 온열 전신 마사지는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선미
기계식 온열전신 마사지는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선미

보제원의 옛 자취 속에서 우리 조상들의 ‘동행의 철학’을 언뜻 만난 시간, 추운 겨울날 약초 냄새 그윽한 한방 체험으로 몸과 마음이 잠시나마 휴식을 얻었다. 3월이 오면 약재를 넣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며 즐길 수 있는 약초 족욕 체험이 재개된다고 한다. 경동시장을 다시 찾을 때 들러 봄바람 느끼며 편안한 시간을 즐겨봐야겠다.
구휼기관이기도 했던 보제원 유허비가 세워져있다. ⓒ이선미
구휼기관이기도 했던 보제원 유허비가 세워져있다. ⓒ이선미

한국약초 사진전 ‘생명의 꽃, 약초에 피다’

○ 위치 : 서울시 동대문구 약령중앙로 26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 기획전시실)
○ 기간 : 2024년 6월 21일까지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누리집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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