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어르신 무임승차 논란, 팩트체크부터 우선해야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2.21. 16:00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는 어르신 인구가 매우 적을 때(1984년, 4.1%) 시작되었다. 그런데 40년이 지나 어르신 비율이 4배 이상으로 늘어났는데도 제도는 그대로이다.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지하철 어르신 무임승차에 대한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논의를 시작해야 변화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논의에 방해가 되는 것은 잘못된 정보, 오해, 선입견 등이다. 이런 것들은 미리 해소해야 건강한 논의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어르신 무임승차에 대한 각종 오해를 푸는 시간을 가져 보자.
어르신들이 탄다고 돈이 더 드는 게 아니다?
또한 어르신들이 탔다고 비용이 추가되지 않는 게 아니다. 어르신들의 평균 몸무게를 60kg로 잡았을 때, 10칸 1대 열차의 노약자석(칸당 3석짜리 노약자석 4개)에 탑승한 어르신만 계산해 봐도 7.2톤이 된다. 서 있는 어르신까지 추가하면 무게는 더 늘어난다.
한국철도학회의 2016년 논문 ‘전동차 소비전력 영향요인 분석 및 예측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동차의 소비전력에는 중량이 제일 큰 영향(28% 이상)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2011년 논문인 ‘수도권 전동열차 노선별 소비전력량 분석’에서는 1톤당 2kWh가 소모된다는 계산도 있다.
지하철 열차에 사람이 타서 무거워지면 전력소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하철 적자는 ‘지하철공사’의 방만 경영이 문제다?
방만 경영을 이야기할 때 지하철 회사는 적자를 내면서도 ‘성과급 파티’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공기업의 성과급은 사기업의 성과급과 개념이 다르다. 사기업의 성과급은 회사가 많은 이익을 냈을 때 직원들과 그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공기업의 성과급은 이와 달리, 원래 받아야 할 임금을 정부에 맡겨 놓았다가 평가를 잘 받으면 많이 돌려받고, 평가를 나쁘게 받으면 적게 돌려받는 방식이다. 애초에 적자 사업이라 나눌 이익도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이 적자라면서 웬 성과급이냐'는 비난은 다소 억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기업 성과급에 대한 오해가 크다 보니, 요즘엔 아예 '평가급'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지하철 적자에도 서울교통공사 직원 연봉이 높다?
게다가 지하철 매표구는 무인화 된 지 오래라 표 파는 업무는 이미 없어졌다. 지하철 회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직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 기술 분야의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다. 승객 눈에 제일 잘 띄는 역무원조차도 지하철 안전의 최일선에서 위험하게 일하는 직원들이다. 하는 일이 없다고 쉽게 말할 것은 아니다.
한편, 어르신 무임권보다 지하철 직원의 가족권부터 없애라는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나오고 있다. 직원 가족권은 2008년에 폐지돼 없어진 지 15년이나 되었다.
서울지하철이 첫 개통된 50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자체가 노동집약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를 통해 자동화 및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회사의 체질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적자를 보는 회사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결국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어르신 무임승차 개선과 지하철 회사 경영 개선은 둘 다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 지하철을 지었으니, 지금 무료로 이용해도 된다?
아울러 지하철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원 확보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 채권은 후세로 계속 넘어오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하철이란 짓고 나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설물은 계속 노후화되고 감가상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낡은 전동차를 폐기하고 새 전동차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런 투자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만 지하철을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유료화하면 어르신들은 지하철을 안 탈 것이므로 적자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돈을 받기 시작하면 어르신 승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은 지하철 회사도 알고 있다. 그래서 지하철 회사들은 어르신들에게 돈을 받으려 하지 않고,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이런 계산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수도권 광역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어르신 무임승차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약 70%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어르신들에게 요금을 받기 시작했을 때 약 30%가 더 이상 타지 않을 것으로 계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임승객 중 어르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6.25전쟁이 끝난 시간이 길어지면서 국가유공자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반면 의료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어르신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어르신들은 혜택이 없다?
타 시도와의 차별도 크다. 지하철이 있는 광역시들도 서울처럼 촘촘한 노선을 갖춘 곳은 없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어르신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시골로 가면 아예 지하철이 없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자체적으로 어르신 이동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지방선거 때 일부 지자체에서는 어르신들의 버스 탑승을 무료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실제로 현재 안산시나 화성시 등에선 이미 어르신 대상으로 버스 요금을 무료로 하고 있다. 버스노선마저 빈약한 지방도시에서는 아예 택시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다만 무제한은 아니고 대부분 여러 제한이 있다.
이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오해를 해소하고 선입견도 없애야 한다. 이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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