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 '이은숙 선생'의 삶을 만나다…특별전 개최

시민기자 김아름

발행일 2022.12.27. 15:19

수정일 2022.12.27. 17:33

조회 1,891

남산예장공원 지하 1층에 있는 이회영기념관에서 이은숙 선생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김아름

이회영기념관 특별전 '나는 이은숙이다'

우당 이회영 가문과 인연이 깊은 남산 자락에 건립된 이회영기념관. 시련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자 독립운동에 나선 이회영 6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또 한 분의 강인한 여성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나는 이은숙이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특별전을 통해 이회영 선생의 아내이자 독립운동가 동지인 이은숙 선생(1889~1979)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전시는 관람 동선에 따라 2층부터 시작된다. 이곳엔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 선생이 쓴 <서간도시종기>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간도시종기>는 신흥무관학교 설립과정, 베이징, 톈진 망명 시절, 국내 잠입 활동, 손녀 둘과 아들의 연이은 죽음, 이회영의 사망과 아들의 투옥,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까지 서간도를 중심으로 전개된 무장독립운동의 생생한 현장을 삶으로 입증하고 있는 보고문학으로 ‘서간도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전시 머리말의 제목을 ‘서간도시종로(路)’라 함은 전시 구성이 '서간도시종기' 노정을 따랐기 때문이다.

창가를 따라 놓인 병풍을 연상시키는 전시 콘텐츠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회영 선생이 1913년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국내에 잠입하여 제자 윤복영의 집(종로 통인동 128번지) 별실 병풍 뒤에 숨어 지낸 이야기를 읽고 나니 그 치열했던 순간들이 그려지며 이 전시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은숙 선생의 초상 사진과 함께 ‘내 이름은 이은숙이다’라고 시작되는 내용은 시종일관 담백한 어투지만, 그 속에 기백과 묵직한 울림이 느껴졌다.

오른쪽 검은 벽면에는 이은숙 선생이 한지에 세로로 정성스레 써 내려간 글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정갈하게 새겨졌다. 이은숙 선생의 며느리이신 변봉섭 여사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낭독 속도를 맞추어 문장에 빛이 들어오는데 전시공간에 천천히 머물면서 여러 감각으로 감상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인상적이었다.

1층 전시실에서는 이은숙 선생의 연보와 <서간도시종기> 육필원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원문은 이회영기념관 누리집에서 전자책 형태로 열람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이회영기념관 특별전 '나는 이은숙이다'는 2023년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이회영기념관 특별전 '나는 이은숙이다'는 2023년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김아름
병풍을 연상시키는 전시콘텐츠에 이은숙 선생의 독립운동 여정과 <서간도시종기>의 내용이 적혀 있다.
병풍을 연상시키는 전시콘텐츠에 이은숙 선생의 독립운동 여정과 '서간도시종기'의 내용이 적혀 있다. ⓒ김아름
오른쪽 검은 벽면에는 이은숙 선생님이 한지에 세로로 정성스레 써 내려간 글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정갈하게 새겨졌다. 낭독 속도에 따라 문장에 빛이 들어온다.
오른쪽 검은 벽면에는 이은숙 선생님이 한지에 세로로 정성스레 써 내려간 글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정갈하게 새겨졌다. 낭독 속도에 따라 문장에 빛이 들어온다. ⓒ김아름
1층 전시실에서는 이은숙 선생의 연보와 '서간도시종기' 육필원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층 전시실에서는 이은숙 선생의 연보와 '서간도시종기' 육필원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김아름
<서간도시종기> 육필원고(이은숙, 1966년)
'서간도시종기' 육필원고(이은숙, 1966년) ⓒ김아름

우당 이회영 선생과 6형제

우당 이회영 선생님과 그 형제분들의 이야기도 빠트릴 수가 없다. 나라가 국치를 당하자 국내에서 전개해 오던 활동의 한계를 느끼고 모든 가산을 처분하여 서간도로 망명, 무장투쟁의 길로 나선 이회영 일가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와 유물로 만나볼 수 있다.

국내외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항일투쟁을 전개하면서 견뎌내야 했던 가난, 배고픔, 질병 등 모진 고난, 역경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신흥무관학교 개교 110주년이 되던 해(2021), 우당 이회영 가문과 인연이 깊은 남산 자락에 이회영기념관이 건립됐다.
신흥무관학교 개교 110주년이 되던 해(2021), 우당 이회영 가문과 인연이 깊은 남산 자락에 이회영기념관이 건립됐다. ⓒ김아름
남산 예장공원 지하 1층 '이회영 기념관'에 놓인 이회영 선생의 흉상
남산 예장공원 지하 1층 '이회영 기념관'에 놓인 이회영 선생의 흉상 ⓒ김아름
6형제의 서간도 망명 논의(1910년 이회영 형제들이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고자 서간도로 떠나기 위해 쌍회정에서 의논하는 모습) 그림과 우당 이회영 선생의 연보
6형제의 서간도 망명 논의(1910년 이회영 형제들이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고자 서간도로 떠나기 위해 쌍회정에서 의논하는 모습) 그림과 우당 이회영 선생의 연보 ⓒ김아름
신흥무관학교 설립, 항일 무장투쟁 등 이회영 6형제의 고난에 찬 노정과 독립운동 동지들을 담은 7채널 영상
신흥무관학교 설립, 항일 무장투쟁 등 이회영 6형제의 고난에 찬 노정과 독립운동 동지들을 담은 7채널 영상 ⓒ김아름
뛰어난 묵란(먹으로 난초를 그림) 솜씨를 지닌 이회영 선생은 이 묵란을 내다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했다 한다.
뛰어난 묵란(먹으로 난초를 그림) 솜씨를 지닌 이회영 선생은 이 묵란을 내다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했다 한다. ⓒ김아름
우당 이회영 선생이 그린 묵란 '난이증교 부채(1913)'. ‘난이증교’는 난을 통해 동지적 사귐을 증명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이 그린 묵란 '난이증교 부채(1913)'. ‘난이증교’는 난을 통해 동지적 사귐을 증명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아름
전시실 2층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 이회영 선생의 묵란이 새겨긴 스탬프를 찍어보며 엽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전시실 2층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 이회영 선생의 묵란이 새겨긴 스탬프를 찍어보며 엽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김아름
봉오동·청산리전투 승리에 중요한 도움을 주었던 체코군단의 무기와 지도 등을 전시해 두었다.
봉오동·청산리전투 승리에 중요한 도움을 주었던 체코군단의 무기와 지도 등을 전시해 두었다. ⓒ김아름
봉오동·청산리전투와 관련된 자료, 유물들을 전시해 두었다. (시베리아 작전 지도, 잡지, 우표, 역사 엽서, 휴대용 식기 등)
봉오동·청산리전투와 관련된 자료, 유물들을 전시해 두었다. (시베리아 작전 지도, 잡지, 우표, 역사 엽서, 휴대용 식기 등) ⓒ김아름
이회영 일가의 건국훈장들
이회영 일가의 건국훈장들 ⓒ김아름
현재 이회영기념관에서는 보다 나은 관람환경을 제공하고자 의견을 듣기 위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이회영기념관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을 관람한 뒤 솔직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기념품도 받아보자.
현재 이회영기념관에서는 보다 나은 관람환경을 제공하고자 의견을 듣기 위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이회영기념관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을 관람한 뒤 솔직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기념품도 받아보자. ⓒ김아름

독립운동의 산실, 안동 임청각

안동을 여행하면서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생가인 ‘임청각(臨淸閣, 보물 제182호)’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임청각에는 이상룡 선생과 두 동생, 당숙, 아들, 세 분의 조카, 손자까지 한집에서 아홉 분의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는데 이곳에 조성된 ‘임청각 작은 전시관’을 통해 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1910년 나라가 국치를 당하면서 이 시기에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등으로 망명하여 국내외에서 항일운동을 전개하였다. 이상룡 선생 또한 일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망명하여 경학사, 부민단, 한족회, 신흥무관학교, 서로군정서 등을 이끌며 서간도 지역의 독립운동을 지도하였다. 평생 부와 명예가 보장된 임청각의 종손이었지만, 가산을 처분해 여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이상룡 선생님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는 많은 귀감이 되었다.

이곳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상룡 선생의 부인 김우락 여사, 며느리 이중숙 여사, 그리고 손자며느리 허은 여사 세 분의 임청각의 여인들에 대해서도 조명한 부분이다.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연시되고 훈장 하나 수여된 바 없지만, 독립운동을 가능케 한 것은 여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을 전하고 있다.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臨淸閣, 보물 제182호, 경상북도 안동시 임청각길 63)'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臨淸閣, 보물 제182호, 경상북도 안동시 임청각길 63)' ⓒ김아름
안동 임청각 전경
안동 임청각 전경 ⓒ김아름
임청각 행랑 중정에 놓인 석주 이상룡 선생님의 사진
임청각 행랑 중정에 놓인 석주 이상룡 선생님의 사진 ⓒ김아름
임청각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러한 독립투쟁을 가능케 한 임청각의 여인들의 헌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임청각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러한 독립투쟁을 가능케 한 임청각의 여인들의 헌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김아름

이회영기념관 특별전 <나는 이은숙이다>

○ 주소 : 서울시 중구 퇴계로26길 36, B1 이회영기념관
○ 교통 : 지하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주차공간이 없으니 대중교통 이용 권장)
○ 전시기간 : 2022년 11월 17일~2023년 10월 31일
○ 운영시간 : 평일·주말 오전 10:00~18:00(월요일 휴관)
○ '서간도시종기' 원문
☞이회영기념관 누리집에서 전자책 형태로 열람

시민기자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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