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고, 풍성하게! 한옥의 매력을 즐기는 3가지 방법
발행일 2022.07.20. 14:30
우리 전통 한옥의 깊은 매력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방법과 기회는 다양하지만, 근래 필자가 체험하고 경험했던 공연과 전시, 행사 세 가지를 더하면 조금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어 소개한다.
안채 마당에 마련된 초례청의 모습. 대례상 위에 놓인 소나무와 대나무는 송죽 같은 굳은 절개를 뜻한다. ⓒ이정규
1. 전통의 멋과 정취를 오롯이 즐기다! '남산골 전통혼례 시연행사'
지난 6월 말, 남산골 한옥마을의 관훈동 민씨가옥에서는 전통혼례 시연행사인 ‘남산골전통혼례 특별판, 혼인잔치 : 하객편’이 열렸다. 원래 이곳에서는 매 주말마다 실제 결혼하는 부부의 전통혼례가 진행되는데, 이번 시연행사는 일반 시민들이 전통혼례의 절차와 의미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혼인잔치를 만들고자 준비되었다.
관훈동 민씨가옥은 18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이 넘은 한옥이니만큼 그 멋과 정취가 빼어나다. 사대부가의 전통예법에 따라 진행된 혼례인 터라 보는 내내 마치 백 년 전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혼례가 시작되기 전 국악인들의 삼현육각 연주와 축창이 울려 퍼졌는데 진도 아리랑의 구수하면서도 흥겨운 가락에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혼례는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와서 기러기를 드리는 전안례, 신랑 신부가 맞절하는 교배례, 천지신명에게 맹세하는 서천지례, 좋은 배우자가 될 것을 서약하는 서배우례, 표주박 잔으로 술을 마시며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근배례의 순으로 진행됐다. 전통의 멋과 정취를 간직한 한옥에 마련된 초례청에서 사대부가의 전통예법에 따른 혼례를 접한 1시간은 한옥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초례청과 뜻 깊은 혼례 절차들도 한옥의 품안에서야 그 빛을 발하는 법. 그러기에 전통혼례 시연은 살아있는 한옥의 매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이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하반기(10월)에 또 한 번의 이벤트 혼례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관훈동 민씨가옥은 18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이 넘은 한옥이니만큼 그 멋과 정취가 빼어나다. 사대부가의 전통예법에 따라 진행된 혼례인 터라 보는 내내 마치 백 년 전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혼례가 시작되기 전 국악인들의 삼현육각 연주와 축창이 울려 퍼졌는데 진도 아리랑의 구수하면서도 흥겨운 가락에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혼례는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와서 기러기를 드리는 전안례, 신랑 신부가 맞절하는 교배례, 천지신명에게 맹세하는 서천지례, 좋은 배우자가 될 것을 서약하는 서배우례, 표주박 잔으로 술을 마시며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근배례의 순으로 진행됐다. 전통의 멋과 정취를 간직한 한옥에 마련된 초례청에서 사대부가의 전통예법에 따른 혼례를 접한 1시간은 한옥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초례청과 뜻 깊은 혼례 절차들도 한옥의 품안에서야 그 빛을 발하는 법. 그러기에 전통혼례 시연은 살아있는 한옥의 매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이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하반기(10월)에 또 한 번의 이벤트 혼례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삼현육각 연주와 축창으로 펼쳐진 축하공연. 툇마루에 울려 퍼진 풍성한 우리의 소리와 가락이 한옥의 풍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정규
교배례에 앞서 신랑과 신부가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한다는 의미로 손을 씻는 의식인 관세우를 하고 있다. ⓒ이정규
이번 전통혼례 시연행사는 살아있는 한옥의 매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이정규
2. 한옥 공간의 재해석! <남산골 아트랩 _ 非(비)틀다>
지난 5월 31일부터 7월 31일까지 남산골 한옥마을의 도편수 이승업 가옥에서는 <남산골 아트랩 _ 非(비)틀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남산골 아트랩’은 신진 및 지역 예술가를 중심으로 전통한옥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모 사업이다. 부제인 ‘非(비)틀다’는 전통한옥의 공간을 재해석하고 비틀어 장르의 제한이 없고 어떤 선입견도 품지 않는 예술공간으로서의 한옥을 상상하고자 한다. 필자가 관람한 것은 그 첫 번째 전시인 이아영 작가의 <편지>전이다.
이승업 가옥은 조선 고종 때 경복궁 중건공사에 도편수(목수의 우두머리)로 참여했던 이승업이 1860년대에 지은 집이다. 안채 곳곳에 설치된 툇마루와 난간이 편리하면서도 아름다운 멋을 보여주는 한옥이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한옥의 공간은 모노톤에 가깝다. 흰색의 창호지와 회벽, 그 외엔 퇴색한 듯한 갈색의 나무 기둥과 보, 창호, 마루가 그렇다. 이아영 작가의 작품은 이런 공간을 비틀고 들어와 균열을 일으킨다. 주제는 ‘편지’이지만 글은 없다. 대신 색과 질감, 모양을 통해 이야기하며 관람객이 색을 즐기고 자유로이 해석하는 의사소통을 권한다. 모노톤의 공간에 던져진 유채색의 향연! 각 공간마다 변화하는 색감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남산골 아트랩 _ 非틀다>전의 두 번째 전시인 <뚝딱뚝딱>전이 열리고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하지 않던가. 옛 것을 즐기되 재해석과 재발견하는 재미도 빼놓지 말자.
이승업 가옥은 조선 고종 때 경복궁 중건공사에 도편수(목수의 우두머리)로 참여했던 이승업이 1860년대에 지은 집이다. 안채 곳곳에 설치된 툇마루와 난간이 편리하면서도 아름다운 멋을 보여주는 한옥이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한옥의 공간은 모노톤에 가깝다. 흰색의 창호지와 회벽, 그 외엔 퇴색한 듯한 갈색의 나무 기둥과 보, 창호, 마루가 그렇다. 이아영 작가의 작품은 이런 공간을 비틀고 들어와 균열을 일으킨다. 주제는 ‘편지’이지만 글은 없다. 대신 색과 질감, 모양을 통해 이야기하며 관람객이 색을 즐기고 자유로이 해석하는 의사소통을 권한다. 모노톤의 공간에 던져진 유채색의 향연! 각 공간마다 변화하는 색감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남산골 아트랩 _ 非틀다>전의 두 번째 전시인 <뚝딱뚝딱>전이 열리고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하지 않던가. 옛 것을 즐기되 재해석과 재발견하는 재미도 빼놓지 말자.
이아영 작가는 한글을 기본으로 기하학적인 모양이나 패턴을 활용해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었는데, 한옥 공간과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다. ⓒ이정규
이질적인 객체들이 서로 충돌하며 공간의 재해석을 낳는다. 작품 제목은 ‘널 응원해’와 ‘친9야!’이다. ⓒ이정규
해당 작품의 제목은 ‘엄마아빠께’다. 마치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수많은 눈길들 같다. ⓒ이정규
안방 공간의 모습. 모노톤의 공간에 던져진 현란한 색채와 기하학적 형상이 만드는 해석의 다양성이 재미있다. ⓒ이정규
묵은 목재와 회벽, 창호지가 만드는 모노톤의 평면에 갑자기 나타난 유채색의 이방인. 자그만 들창을 통해 마치 창밖을 살포시 내다보는 듯한 느낌도 재미있다. ⓒ이정규
3. 음악이 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필운동 콘서트'
서촌에 위치한 ‘필운동 홍건익 가옥’은 1930년대 중반에 지어진 한옥이다. 당시 상인으로 활동했던 홍건익의 집으로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별채 등 다섯 동의 건물과 후원이 낮은 언덕을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대청에 설치한 유리문 등 근대한옥의 특징과 자연 지형을 살려 건물을 앉힌 구조와 같은 전통한옥의 특징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건축적 가치가 뛰어나다. 2011년 서울시에서 매입 후 복원공사를 거쳐 현재는 공공한옥으로 운영하고 있다.
홍건익 가옥에서는 매달 ‘필운동 콘서트’가 개최된다. 지난 5월에는 하프, 6월의 반도네온에 이어 이번 7월에는 아코디언 연주회가 열렸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베이스 아코디어니스트이자 클래식 아코디언 분야의 대표주자 전유정의 공연으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클래식 아코디언이 선사하는 매혹적인 선율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중음악에선 가끔 아코디언 연주를 듣곤 했지만 아코디언과 클래식의 만남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공연은 약 40분에 걸쳐 총 4곡이 연주됐다. 매 곡마다 연주자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감상의 깊이와 이해를 더했다. 4곡 모두 아코디언을 위해 작곡된 곡이었으며 각각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다채로운 선곡만큼이나 표현되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넓었고 연주자의 호흡은 관객과 하나가 되었다.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연주자와 눈맞춤이 가능할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선율에 몸을 맡기는 경험은 으뜸가는 소확행 중 하나였다. 한옥이라는 우리의 클래식 공간과 서양의 음악이 만나 일으키는 공명은 분명 유일무이한 한옥의 자산일 터이다. 8월의 '필운동 콘서트'는 클라리넷, 그리고 9월에는 마림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자세한 일정은 홍건익 가옥의 인스타그램을 참조하면 된다.
홍건익 가옥에서는 매달 ‘필운동 콘서트’가 개최된다. 지난 5월에는 하프, 6월의 반도네온에 이어 이번 7월에는 아코디언 연주회가 열렸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베이스 아코디어니스트이자 클래식 아코디언 분야의 대표주자 전유정의 공연으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클래식 아코디언이 선사하는 매혹적인 선율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중음악에선 가끔 아코디언 연주를 듣곤 했지만 아코디언과 클래식의 만남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공연은 약 40분에 걸쳐 총 4곡이 연주됐다. 매 곡마다 연주자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감상의 깊이와 이해를 더했다. 4곡 모두 아코디언을 위해 작곡된 곡이었으며 각각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다채로운 선곡만큼이나 표현되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넓었고 연주자의 호흡은 관객과 하나가 되었다.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연주자와 눈맞춤이 가능할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선율에 몸을 맡기는 경험은 으뜸가는 소확행 중 하나였다. 한옥이라는 우리의 클래식 공간과 서양의 음악이 만나 일으키는 공명은 분명 유일무이한 한옥의 자산일 터이다. 8월의 '필운동 콘서트'는 클라리넷, 그리고 9월에는 마림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자세한 일정은 홍건익 가옥의 인스타그램을 참조하면 된다.
홍건익 가옥은 서촌의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어 급히 걷다 보면 지나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초행이라면 지도앱을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이정규
홍건익 가옥의 후원에서 바라본 모습. 마주 보이는 건물이 안채이며 필운동 콘서트가 열리는 공간이다. ⓒ이정규
필운동 콘서트가 열리는 안채 대청마루의 모습. 바닥에 있는 기기는 전자악보의 페이지를 넘기는 장치이다. ⓒ이정규
마지막 연주곡인 ‘Opale Concerto'(작곡 R. Galliano)의 일부. 우수를 머금은 연주자의 표정과 함께 곡을 듣는 청중의 마음도 우수에 젖어들게 하는 깊은 매력이 있다. ⓒ이정규
연주를 모두 마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감동의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정규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