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활짝 열린 북악산 남측 탐방로 다녀왔어요!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2.04.19. 15:25

수정일 2022.04.19. 14:11

조회 11,146

새로 개방한 북악산 남측 탐방로 주변에 만개한 벚꽃 풍경, 봄이 한창이다
새로 개방한 북악산 남측 탐방로 주변에 만개한 벚꽃 풍경, 봄이 한창이다. ©최용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영국 작가 윌리엄 캠던의 말이다. 최근 서울에 부지런해야 제대로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한다. 54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 옆 '북악산 남측 탐방로' 이야기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 마을버스(종로11번)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북적인다. 달콤하게 늦잠을 즐길 주말 아침인데도 ‘일찍 일어난 새’들이 참 많다. 마을버스는 삼청동길을 지나 종점인 삼청공원삼거리에 도착했다. 길 건너에 ‘삼청안내소’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오늘은 새로 개방한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답사하는 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로11번 마을버스를 타고 삼청공원삼거리에서 내리면 삼청안내소로 갈 수 있다
종로11번 마을버스를 타고 삼청공원삼거리에서 내리면 삼청안내소로 갈 수 있다. ©최용수

잘 정비된 데크길이 숲속으로 이어진다. 54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현수막이 인사를 한다. 삼청공원 후문을 지나서 도보로 5분, 출입통제소인 ‘삼청안내소’에 도착했다. 출입증을 받으려는 탐방객들의 긴 줄, 꼬리를 잡았다. 신분증 검사도 없었고, 출입증만 받아 목에 걸고 통과하면 된다. 
삼청동삼거리에서 삼청안내소로 가는 탐방로 모습
삼청동삼거리에서 삼청안내소로 가는 탐방로 모습 ©최용수
삼청안내소 앞의 긴 줄, 출입증을 받기 위해 많은 탐방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삼청안내소 앞의 긴 줄, 출입증을 받기 위해 많은 탐방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용수

이제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프로그램 시간에 맞춘다면 ‘북악산 한양도성 문화유산 해설사’에게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강원도의 깊은 산속 같은 호젓한 분위기, 자연에 취해 걷다보니 ‘삼청휴식장(三淸休息場)’이 나타났다. 가로 7m 세로 2.5m, 계곡을 막은 휴식장, 이 지역 경계를 담당하던 장병들의 여름 수영장으로 활용했던 곳이다. 
월운교를 통과하면 삼청휴식장에 도착한다.
월운교를 통과하면 삼청휴식장에 도착한다. ©최용수
경계근무를 하던 장병들의 여름철 수영장으로 활용했던 삼청휴식장
경계근무를 하던 장병들의 여름철 수영장으로 활용했던 삼청휴식장 ©최용수

삼청휴식장을 지나니 이내 법흥사터와 만세동방약수터 갈림길이다. 그 중 오른쪽 법흥사터 코스를 선택해 들어섰다. 상대적으로 완만한 경사의 만세동방약수터 길은 하산 코스로 남겨두고 갈림길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법흥사터에 도착했다. 법흥사는 신라 진평왕 때 나옹스님이 창건했다고 한다. 1955년 청오스님이 사찰을 증축하였으며 1968년 1.21사태 이후 출입이 통제되어 지금은 절터로만 남아있다. 
삼청휴식장 인근 법흥사터와 만세공방약수터 갈림길 이정표
삼청휴식장 인근 법흥사터와 만세공방약수터 갈림길 이정표 ©최용수
신라 진평왕 때 창건했다는 법흥사터에 남아있는 연화문 초석들
신라 진평왕 때 창건했다는 법흥사터에 남아있는 연화문 초석들 ©최용수

절터에는 법흥사(추정) 연화문 초석이 여럿 남아 있다. 초석에 잠시 앉아 쉬는 사람, 앉으면 안 된다며 곁에서 사진만 찍어가는 탐방객 등등 의견이 분분하니 안내문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싶었다. 법흥사터 구석에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하나 있다. 녹슬어 사그라진 둥그런 모습, 사찰의 범종인지 아니면 6.25전쟁 때의 포탄이었는지 말해주는 사람 없으니 나홀로 상상해 본다. 
법흥사터 구석에 있는 녹슨 철제 원형 구조물. 오랜 세월을 품은 모습이다.
법흥사터 구석에 있는 녹슨 철제 원형 구조물. 오랜 세월을 품은 모습이다. ©최용수
법흥사터  옆에 자리한 쉼터
법흥사터 옆에 자리한 쉼터 ©최용수

법흥사터를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진달래, 벚꽃, 개나리 등 능선마다 봄꽃들이 가득하다. 도심의 봄꽃들은 이미 끝물인데, 북악산 봄꽃들은 지금이 제철이다. 

드디어 청운대전망대에 이르렀다. 쉼터 겸 조망 포인트이다. 발아래에는 삼청공원이, 멀리 아차산, 남한산성, 창덕궁, 종묘, 청계산, 매봉산이 파노라마 풍경을 선물한다. 탐방객들은 기념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간간이 불어오는 청량한 봄바람은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치유해 준다. 
청운대전망대와 탐방객 모습
청운대전망대와 탐방객 모습 ©최용수
청운대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삼청동 일대 및 시내 원경
청운대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삼청동 일대 및 시내 원경 ©최용수

청운대전망대에서 ‘만세동방약수터’로 가는 구간은 내리막이다. 이따금 급경사도 있지만 비교적 완만하여 하산하기 좋다. 구불구불 진달래 벚꽃길을 따라 10여 분, 마침내 만세동방약수터에 다다랐다. 약수물이 흐르는 너럭바위 가운데 바가지 크기의 물웅덩이가 파져 있다. 졸졸 흘러내린 약수가 한 바퀴 동심원을 그리고는 밑으로 흐른다. 약수터 위 바위에 “萬世東方(만세동방) 聖壽南極(성수남극)”이라는 각자가 적혀 있다. 나라의 번창과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란다. ‘만세동방약수터’란 이름도 이 각자(刻字)에서 유래했다. 
만세동방 약수터 모습, 수질검사 를 하지 않았다는 안내문이 있다.
만세동방 약수터 모습, 수질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안내문이 있다. ©최용수
만세동방약수터를 찾은 탐방객들
만세동방약수터를 찾은 탐방객들 ©최용수

만세동방약수터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언덕 위에 높다란 철제펜스가 보인다. 청와대와 지역 경계펜스로 보인다. 앞쪽에는 군기가 바짝 든 듯 서있는 보초는 로봇처럼 움직임이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청와대까지 개방한다니 기대해 본다. 약수터 하산길은 삼청휴식장에서 합치한다. 삼청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다시 마을버스 종점으로 이동하면 북악산 남측 탐방로 답사는 끝이 난다. 
만세동방 구간 하산길에 만나 특정구역 경계 철제펜스, 청외대 구역 경계인 듯싶다.
만세동방 구간 하산길에 만나 특정구역 경계 철제펜스, 청외대 구역 경계인 듯싶다. ©최용수

1968년 1.21사태 이후 북악산은 일반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어 왔다. 그러다가 2006년 4월 1일 1단계로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구간이 부분 개방되었고, 2007년 4월 5일에는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까지 4.3km를 개방했다. 이후 2020년 11월 1일에는 북악산 북측 구간을, 2022년 4월 6일 남측 구간(숙정문 청운대 삼청공원 일대)을 전면 개방하게 된 것이다. 
새로 개방한 환상적인 풍경의 북악산 남측 탐방로 모습
새로 개방한 환상적인 풍경의 북악산 남측 탐방로 모습 ©최용수

이번에 일반에게 공개된 북악산 남측 탐방로는 삼청동삼거리 마을버스(종로11번) 종점에서 삼청공원 후문~삼청안내소~월운교~삼청휴식장~법흥사터~청운대전망대~만세공방약수터~삼청휴식장~삼청안내소로 돌아오는 왕복 4km 거리이다. 자연을 즐기며 중간중간 쉼을 해도 2~3시간이면 넉넉하다. 크게 험하지 않고 잘 정비된 탐방로여서 가족 봄나들이 장소로 특별히 추천하고 싶다.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찾은 많은 탐방객들. 일찍 도착하면 한가롭게 탐방할 수 있다.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찾은 많은 탐방객들. 일찍 도착하면 한가롭게 탐방할 수 있다.©최용수

‘산과 물이 맑고 인심 또한 좋다’하여 삼청(三淸)이라 이름 붙어진 북악산 남측 구간, 바쁜 일상으로 아직 봄다운 봄을 만나지 못했다면 만개한 봄꽃으로 가득한 북악산 남측 탐방로로 나서보자. 서울에 이런 곳이 숨어있었나 탄성이 절로 날 것이다. 귀가길 삼청동  맛집순례까지 곁들인다면 봄나들이의 맛은 최고가 되지 않을까! 
이번에 개방된 북악산 남측 탐방로 계곡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이번에 개방된 북악산 남측 탐방로 계곡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최용수

북악산 남측 탐방로

○ 교통: 지하철 1호선 시청역 4번 출구 또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출구 정류장에서 ‘종로11번 버스’ 탑승 → 삼청공원삼거리 하차 → 삼청공원 후문 → 삼청안내소 도착 
○ 개방시간: 봄·가을 07:00~18:00 (16:00까지 입산), 여름(5~8월) 07:00~19:00(17:00까지 입산), 겨울(11~2월) 07:00~17:00(15:00까지 입산)
○ 문의: 02-765-0297(밑바위안내소)

시민기자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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