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불빛이 꺼졌다? 지구를 지키는 '어스아워 캠페인'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2.03.31. 13:10

수정일 2022.03.31. 15:33

조회 1,180

3월 26일 저녁 8시 30분. 서울의 불이 꺼졌다.
3월 26일 저녁 8시 30분. 서울의 불이 꺼졌다. ©김진흥

2022년 3월 26일 저녁 8시 30분. 불이 꺼졌다. 서울 도심 속 밤하늘을 비추던 광화문의 불빛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남산타워의 불빛이, 형형색색 서울시청을 수놓았던 다양한 불빛이 사라졌다. 짙은 어둠 속 그저 건물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밤에도 생기있게 빛나던 건물이 조용히 어둠 속에서 가만히 있는 모습으로 바뀌니 어색할 법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모습이 진정으로 야간에 볼 수 있는 서울 속 풍경이 아닐까?
2022 어스아워 캠페인 포스터
2022 어스아워 캠페인 포스터 ©서울시

‘15년째 동행’ 서울시와 어스아워 캠페인

지난 3월 26일, 서울시는 저녁 8시 30분부터 지구촌 전등끄기 캠페인 ‘2022 어스아워(Earth hour)에 참여했다. 서울시청, 한강교량, 남산서울타워, 숭례문, 국회의사당, 63빌딩 등 서울시 랜드마크들이 모두 소등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어스아워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자연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이 주최하는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이다. 2007년 제1회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90개 나라에서 참여하는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이다. 서울시는 제2회인 2008년부터 참여해 올해로 15년째 동참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어스아워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
비대면으로 어스아워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 ©KOREA

올해 어스아워의 주제는 ‘우리가 만드는 미래(Shape our future)'다. 지난 10년 지구와 인류는 코로나19, 대규모 산불과 홍수, 전례 없는 폭염과 한파, 역사상 최고 기온을 나타낸 북극 등 수많은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겪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순간 혹은 숙명에 놓여 있다는 의미를 지녔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 대신 온라인 참여로 진행됐다. 이번에는 '어스아워 런(EarthHourRun)'이라는 비대면 달리기 캠페인도 병행해 진행됐다. 2022년 어스아워 날짜를 상징하는 3.26km와 소등 시작 시간인 8.30km 두 인증거리 중 원하는 거리를 선택해 달리고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어스아워, #WWF KOREA, #B급 마라톤)와 함께 올리면 추첨을 통해 멸종위기 동물인형을 선물로 증정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어스아워 캠페인으로 동참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어스아워 캠페인으로 동참했다. ©Matthias Maurer

우주에서도 동참한 어스아워 캠페인

올해도 많은 나라들에서 어스아워 캠페인에 함께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들이 저녁 8시 30분 이후 일제히 소등했다. 

한편 올해 어스아워에 동참한 한 트위터가 화제를 모았다. 현재 우주에 있는 사람들도 어스아워 캠페인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독일 출신 우주비행사 마이티스 마우러(Matthias Maurer)는 불 꺼진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진을 SNS 트위터에 올렸다.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 이후, 600번째 우주비행사이기도 한 그는 “빛 공해는 인간, 야생동물 및 기후에 여러 문제들을 일으킨다. 어스아워 때 이 장소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불을 꺼주길 바란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도 해당 글을 리트윗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캠페인을 촉구했다. 
평소 서울시청의 야간 풍경
평소 서울시청의 야간 풍경 ©김진흥
어스아워 때의 서울시청
어스아워 때의 서울시청 ©김진흥

불 꺼진 서울 랜드마크들, 그 모습을 담고자 하는 시민들

어스아워가 시작되자 서울시 랜드마크들도 다른 나라들의 랜드마크와 마찬가지로 불빛이 꺼졌다. 환하게 빛나던 건물들이 밤거리 속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서울시는 다른 기업들도 어스아워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의 제안에 기업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금융그룹 본사와 우리금융디지털타워 등 주요 사업장의 조명을 껐고 임직원들도 자택에서 소등할 것을 권유했다. 이외에 GS건설 그랑서울 등 여러 기업들도 1시간 동안 불을 껐다.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광고판들도 올해는 어스아워 캠페인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서울시청 내 불빛은 꺼졌어도 주변 광고판들의 불빛이 너무 밝아 안타깝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스아워 캠페인에 동참해 불빛 없는 서울시청 모습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불빛 없는 숭례문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있는 시민
불빛 없는 숭례문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있는 시민 ©김진흥

불빛 없는 서울 랜드마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시민들도 있었다. 요즘은 서울 대부분의 랜드마크들은 밤에도 환하게 붉을 밝히며 해가 쨍쨍한 낮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같은 장소지만 낮과 밤의 다른 모습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야심한 밤에 불빛 없는 랜드마크는 생각보다 보기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일까. 불빛 없는 랜드마크들을 찍는 시민들이 낯설었다. 한 시민은 “맨날 보는 모습이 아닌 불 꺼진 광화문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찍게 됐다”라고 말했다. 숭례문을 찍은 한 시민은 “산책하다가 밤에 늘 빛나는 숭례문에 불이 꺼져 있길래 신기해서 찍었다”라고 전했다.
전쟁에 반대하는 취지로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을 나타낸 남산서울타워
전쟁에 반대하는 취지로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을 나타낸 남산서울타워 ©김진흥
어스아워로 불꺼진 남산서울타워
어스아워로 불꺼진 남산서울타워 ©김진흥

외국인도 서울 속 어스아워를 기념하는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시청의 불이 켜졌다가 꺼진 것을 봤다는 리사(Lisa)씨는 “예전부터 어스아워를 알고 있었지만 서울도 동참하는 건 처음 알았다. 신기한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저녁  9시 30분이 되자, 다시 우리가 아는 서울 랜드마크들의 밤 풍경으로 돌아왔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어둠이 짙게 깔렸었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환하게 빛났다. 
기업들은 어스아워 때 불을 끄거나 최소한의 불빛으로 동참했다.
기업들은 어스아워 때 불을 끄거나 최소한의 불빛으로 동참했다. ©김진흥
불 꺼진 광화문 거리를 사진 찍고 있는 시민들
불 꺼진 광화문 거리를 사진 찍고 있는 시민들 ©김진흥

매년 한 번만 볼 수 있는 그 1시간의 풍경이 지나갔다. 서울시 랜드마크들의 생소한 모습을 담기 위해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열어 사진을 찍었고 추억으로 남겼다. 그만큼 밤에도 밝은 랜드마크들이 익숙한 반면 어스아워 때의 모습이 흔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구를 위해 잠시 어둠에 맡겼던 이 1시간은 서울시의 또 다른 모습들을 목격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스아워 캠페인 홈페이지 바로가기

시민기자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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